"혈장 치료, 호흡 곤란 등 중증 환자에서만 적용
"혈장 치료 효능 안전성 입증 안 돼…임상시험 필요"
[사진=미국FDA은 8일(현지시각)코로나19 환자 대상 혈장치료 관련 지침을 공개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환자 완치 사례가 나오면서 '혈장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8일(현지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환자 치료 목적의 혈장 관리 및 연구를 위한 지침(Recommendations for Investigational COVID-19 Convalescent Plasma)을 공개했다.
해당 지침은 혈장 기증자의 자격, 투여 대상자 요건, 관련 임상시험 등이 골자다.
◆FDA "혈장 치료, 호흡곤란 등 중증환자에게만 사용해야"
혈장치료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회복기 혈장을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을 말한다.
혈장은 우리 몸의 혈액을 구성하는 액체를 말하는데, 이 혈장을 이용한 치료는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 때도 사용이 된 바 있다.
FDA는 혈장치료의 효과가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제한적인 사용을 강조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거나 코로나 19 관련 증상이 매우 심각한 중증 환자에게만 혈장 치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FDA는 구체적으로 ▲호흡곤란 ▲호흡빈도 분당 30회 이상 ▲혈액산소포화도 93% 이내 ▲24~48시간 내 동맥 산소 분압 대 흡기 산소의 비율 300 미만 ▲폐 침윤(lung infiltrates) 정도가 50% 초과 ▲폐혈성 쇼크(septic shock) 호흡부전(respiratory failure) 등을 동반한 환자에게 혈장치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다기관 부전 등으로 생명이 위독하거나 환자나 보호자가 사전 동의했을 때도 혈장 치료를 허용케 했다.
완치자의 혈장 기증 요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FDA는 혈장 기증 요건에 대해서 ▲기증 전 최소 28일간 관련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을 때 ▲기증 전 최소 14일간 진단검사에서 음성 확진 판정을 받고,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을 때 등으로 지정했다.
◆"혈장 치료 효능 안전성 입증은 안 돼…연구 필요"
FDA는 다만 혈장치료에 대한 효능 및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만큼 관련 연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FDA는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때도 혈장치료 연구가 진행됐다"며 "그러나 혈장치료는 아직 코로나19 환자 대상 효능 및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아, 관련 연구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프랑스는 지난 8일부터 중증 코로나19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혈장치료에 대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영국 가디언 지에 따르면 데이비드 태핀 글래스고 대학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폐렴이 있는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장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2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현재 영국보건연구소(NIHR)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중국 선전에서 진행된 예비연구결과 회복기 혈장을 주입한 환자 5명 중 3명은 인공호흡기 사용을 중단했다. 또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은 모두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에서 회복했다.
국내에서도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혈장치료를 통해 2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혈장치료를 일반 코로나19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타인의 항체를 몸에 주입하는 것으로 자칫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쇼크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치료제가 없는 위급한 환자에게만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들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장 치료로 코로나19 완치...의료계는 효과 두고 갑론을박(영남일보 2020-04-10)
혈장치료를 통해 코로나19가 완치된 사례가 나오면서 방역 당국이 조만간 코로나19 혈장치료 지침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에서는 그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국내에서 혈장치료를 통해 2주만에 코로나19확진자가 완치된 만큼 이 치료법 도입과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대하는 측은 혈장치료로만 완치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데다 완치된 사례도 적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혈장치료는 감염증에서 회복 중인 환자의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으로, 회복기 환자의 혈액 속에 면역항체가 포함돼 있을 경우 감염증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환자 9명에게 혈장치료를 시도했고 일부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7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혈장 치료) 가이드라인 관련해서는 서면으로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받고 있고, 며칠 내로 지침 자체는 확정될 예정"이라며 "앞서 코로나19 환자에게 회복기 혈장을 투입하는 지침은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에 만들었던 회복기 혈장 지침을 준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은 앞서 코로나19 환자 2명을 대상으로 한 혈장치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고도 폐렴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던 코로나19 환자들이 혈장치료 후 호전됐다. 연구에 참여한 코로나19 환자 2명은 모두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1명은 기저질환도 있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완치자의 혈장 500㎖를 각 환자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도 시작하자 증상이 호전돼 모두 퇴원했다.
이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렘데시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도 바이러스의 증식 억제와 이에 따른 증상 완화 등 대증요법에 기대고 있는 실정인 만큼 혈장 치료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러스에 직접 대항해 싸우는 치료제가 없지만, 완치자의 혈장에는 바이러스 감염후 회복 과정에서 형성된 항체가 존재해 중증 환자의 몸속에서 바이러스와 대항해 싸우게 된다는 것.
하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혈장요법만의 효과가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완치된 사례도 워낙 적어 의학적으로 아직도 검증 필요성이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혈장요법만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혈장요법 단독 시행군 △혈장요법과 항바이러스(대증요법)제 투약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군 이렇게 나눠 임상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규모 임상을 장기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다른 치료요법과 같이 활용되거나, 혈장 요법시행 전 다른 치료제를 투약했기 때문에 혈장요법의 효과로 '완치'됐는지 명확하게 규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거기다 현재까지 진행된 사례들을 보면 대상자가 5명, 2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방역당국도 이런 논란을 염두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혈장치료를 진료에 적용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면서 "치료 효과는 중앙임상위원회를 통해 더 많은 전문가가 검토하고 다시 한번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분석이나 검토 뒤에 회복기 혈장 확보·투입과 관련한 체계가 가동될 수 있게 신속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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