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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韓, 핵융합에너지 핵심 `1억도 플라스마` 세계 최장기록 달성(매일경제 2020.03.16 13:32:28 )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
초고온플라스마 8초간 유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단초

국가핵융합연구소의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핵심 장치인 토카막 내부. 자기장을 이용해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에 입자를 가두고 온도를 높여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뒤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사진 제공 =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핵심 기술이자 최대 난제로 꼽히는 1억도 수준의 초고온 플라스마(고온·고압에 의해 원자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 상태)를 8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장 기록으로, 전 세계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플라스마 이온(원자핵)의 온도를 1억도 수준으로 5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로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플라스마 실험에서 섭씨 1억도 수준의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상태를 8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2018년 핵융합연은 KSTAR로 1억도 수준의 플라스마를 1.5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후 1년 만에 초고온 플라스마 유지 시간을 5배 이상 늘린 셈이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핵융합에너지는 무한에 가까운 태양에너지의 근원인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이때 나오는 열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KSTAR 같은 핵융합로가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이유다. 핵융합 반응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의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태양은 중력으로 수많은 입자들을 중심에 가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입자의 충돌수가 많아 핵융합 반응이 잘 일어난다. 반면 핵융합로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 입자 수를 늘리기 어려워 태양보다 훨씬 높은 반응 온도가 필요하다. 입자의 운동에너지를 높여 충돌수와 핵융합 반응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KSTAR가 초고온 플라스마를 유지하는 동안 전체 구간의 평균 온도는 0.97억도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 중심온도(1500만도)의 약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KSTAR가 유럽연합(EU)과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세계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이번 성과의 의미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KSTAR와 ITER 모두 자기장을 이용해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에 입자를 가두고 온도를 높여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뒤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토카막 방식이다. 따라서 KSTAR로 얻은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는 ITER에서도 그대로 발휘될 수 있다.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로를 활용한 핵융합에너지 발전 원리. [자료 = 국가핵융합연구소]

앞서 2018년 중국도 자국의 `실험용고성능초전도토카막(EAST)`를 이용해 플라스마를 1억도까지 가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1억도에 도달했던 것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플라스마 이온이 아닌 플라스마 전자였다. 일반적으로 이온의 온도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지만 전자의 온도는 오히려 낮을 때 핵융합 반응 확률이 더 높다.

유석재 핵융합연 소장은 "KSTAR에서 얻은 연구 성과는 향후 ITER 운전 단계에서 한국이 연구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핵융합 실증로 건설을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ITER는 KSTAR의 30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 프로젝트로 핵융합로 직경만 28m에 이른다. 2025년까지 핵융합로 핵심 시설을 완성해 첫 플라스마를 발생시키고 2035년 전체 시설을 완공해 본격적인 핵융합 실험에 돌입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