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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노벨생리의학상 과학자들, 산소에 적응하는 세포 신비 밝혀 암치료 길 열다(재종합)

2019.10.0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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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 노벨위원회 제공

세포가 암 등에 의해 산소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구체적 과정을 밝혀 암과 빈혈 등 질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세 명의 미국 의생명과학자가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상위원회는 7일 오전(현지시간) 캐롤린스카 의대에서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대 데이나파버 암연구소 교수(62)와 피터 랫클리프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교수(65), 그레그 서멘자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교수(63)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들은 유기체 내에 세포가 산소 공급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인간과 동물 세포가 생존에 필수적인 가용 산소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이에 적응하는 경로를 발견했다.


연구진이 확립한 것은 ‘산소 가용성(Oxygen Availability)’이라는 개념이다. 인간이나 동물은 호흡을 통해 얻은 산소를 섭취한 음식과 함께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활용한다. 산소 수치는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고도가 높은 곳에 있을 때, 그리고 상처가 났을 때 등 여러 경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세포는 신진 대사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인체의 산소 감지 능력은 새로운 적혈구의 생성 또는 새로운 혈관의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체의 산소 가용성을 이해하면 암이나 빈혈 등 난치성 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산소 감지 조절 메커니즘은 생리학, 병리학에서 많은 영향, 매우 중요. 이 메커니즘을 활성화 또는 억제하는 방법으로 빈혈이나 암 등 여러 질병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


먼저 우리 몸에 산소가 부족해진 환경이 만들어지면 우리 몸에서 산소를 실어나르는 ‘화물차’ 역할을 하는 세포인 적혈구 수를 늘린다. 서멘자 교수와 랫클리프 교수는 이 과정을 조절하는 ‘열쇠’ 단백질인 적혈구조절인자(EPO)를 연구해, 어떤 염기서열이 산소 결핍 환경에 대응하는지 확인했다. 또 이런 산소 감지 작용이 체내 거의 모든 조직에서도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정 장기나 조직이 아니라, 생물 체내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일반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서멘자 교수는 이 과정을 조절하는 인자인 HIF라는 단백질 복합체도 찾아냈다. 산소가 체내에 정상적인 농도로 존재할 때엔 HIF-1 단백질이 분해돼 사라지지만, 저산소 환경에서는 분해되지 못해 농도가 증가한다. 수상자들이 연구한 HIF-1 유전자는 전사인자 단백질이다. DNA에 붙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를 만들어낸다. HIF-1은 저산소 환경에서 발현이 증가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산소가 정상적으로 체내에 있을 때 HIF-1은 분해돼 없어지지만 저산소 환경에 놓이면 분해를 시키지 못하고 농도가 갑자기 증가한다. 세포가 저산소 환경에 놓이면 세포가 죽는데 HIF 농도가 증가하면서 세포 내 산소 수준을 안정화시킨다.


혈액 내 산소 호흡과 직접 관련 있는 빈혈을 포함해 HIF는 암 치료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의 경우 암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 덩어리가 둘러싸는 모양새다. 종양이 커지면 안쪽 종양세포들은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때 HIF-1 유전자 농도가 커진다. 종양 안쪽 깊은 곳에서 발현되는 HIF-1 유전자를 조절하면 종양세포의 중심부가 저산소 환경에 놓이게 되며 암세포 전이를 막을 수 있다.


이현직 서울대 수의대 연구원은 “HIF가 다양한 세포 생리학적 기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수상자들의 업적은 의미가 크다”며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에도 HIF 유전자 발현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일리 교수는 망막이나 신경, 혈관 등에 악성종양을 발생시키는 유전병인 본히펠린다우 증후군을 연구하다 HIF 조절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 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 VHL이 산소결핍 조절 유전자를 조절하는데, 이 과정에서 암 발생을 예방하는 등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산소 농도가 낮으면 HIF-1알파가 분해되지 못하고 세포핵 안에 쌓인다. ARNT와 결합해 저산소증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특정 DNA 부분(HRE)에 붙는다(1). 산소 농도가 정상적일 때는 HIF-1알파는 프로테아좀이 빠르게 분해시킴. 산소는 하이드록실기(-OH)를 HIF-1알파에 붙여서 조절한다(3). 그리고 VHL 단백질은 HIF-1알파와 복합체를 만들어 산소 의존해 분해된다(4).

이번 연구는 암과 만성신부전증에 의한 빈혈 등 각종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암의 경우, 빠르게 종양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혈관 형성이 따라가지 못해 산소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종양이 생기면 산소 투과가 어려워지면서 저산소증이 일어난다. 이 환경에서는 약물 처리가 어려운데 이런 체내 환경에서 암세포의 거동을 연구해 치료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할 때 암은 이미 저산소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왜 치료제가 잘 안 듣는지, 약제가 효과가 없는지, 항암치료제가 왜 안 듣는지,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어떻게 치료효과를 향상할지 등에 대한 큰 해답을 제시한 연구”라며 "아직은 이들의 연구만으로 특이적인 표적치료제가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연구를 통해 약제 연구가 많은 진척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호재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장기를 잘랐을 때에도 산소부족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이식 때 장기를 장기간 살아 있게 하는 데 등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줄기세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도 저산소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수상자들은 이미 생명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평가받는 ‘래스커 상’을 2016년에 수상한 바 있다. 래스커상은 미국의 사업가 앨버트 래스커와 매리 래스커가 1945년 제정한 상으로, 매년 괄목할 만한 의·생명과학 분야 성과를 낸 과학자를 선정해 25만 달러(한화 약 2억 80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지난 73년 동안 이 상의 수상자 가운데 87명이 노벨상을 수상해, 향후 노벨상의 향방을 짐작할 수 있는 상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도 세 명의 후보가 고스란히 래스커상 수상 3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현숙 교수는 “학계에서는 케일린 교수를 비롯한 수상자들이 2016년 래스커상 수상 때부터 노벨상 수상은 시간 문제였다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수상자 중 한 명인 케일린 교수는 다음달 초 방한한다. 11월 7~8일 개최되는 대한내과종양학회에서 기조강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