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도시]한적한 어촌이 관광지로, 사라질 뻔한 어묵가게가 맛집으로…역사·문화 접목한 도시재생
ㆍ국내편 (1) 스토리텔링 ‘부산’… 부산, 이야기를 입다
“건강한 아이 출산” 소문에 관광객 몰리는 ‘젖병등대’ ‘한국 명란젓’ 재조명에 일본인 관광객 초량시장 찾아“이야기 듣고 상상하도록 유도해야 스토리텔링 성공”
부산은 도시 곳곳에 이야기를 입히고 있다. 세월 속에 묻힌 이야기 등을 찾아내는 수준을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거대한 건축물, 최첨단 빌딩을 세워 부산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세계도시 부산으로 설 수 있는 첫 디딤돌을 스토리텔링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 거친 이미지에서 지구촌 등대 도시로
부산은 무뚝뚝하고 거칠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2009년 10월17일 부산 기장군 연화리의 한 등대가 새롭게 불을 밝혔다. 이름은 ‘젖병등대’(사진).
출산율을 높여 보자는 취지에서 젖병등대가 고안됐고 젖병 모양을 한 등대 주변에 어린이 144명의 손과 발 프린팅을 부착, 출산 장려를 기원하는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젖병등대가 2013년 개최된 세계인구총회의 부산 유치에도 한몫을 하면서 신혼부부 등이 젖병등대를 찾기 시작했다. 등대를 만지면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소문이 생겼고 한적한 어촌은 언제부턴가 주말이면 관광객 300~400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당시 부산관광컨벤션뷰로 사무처장이던 김비태씨(54)는 “당시만 해도 부산에는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여신상과 같은 도시의 상징물이 없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등대를 만들어 도시홍보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결국 그 전 단계로 이미지 전환(이미지 필터링)이 필요했고 과묵하고 거칠다는 부산 이미지를 온화하고 따뜻한 도시, ‘지구촌의 등대가 되는 도시’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젖병등대의 인기가 높아진 후 부산시는 용두산의 부산타워를 등대로 등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등대(119m)로 만들었다.
부산역사에 입점한 삼진어묵 매장. 1953년 문을 연 삼진어묵은 창업주의 손자 박용준씨가 다양한 품종 개발에 스토리텔링을 더하면서 명성을 되찾고 있다.
■ 이야기를 더하자 되살아난 ‘어묵 열풍’
요즘 부산은 ‘어묵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거리 음식인 어묵이 영양 만점의 간식거리로 재탄생하면서 전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묵체험장이 생겼고 모양과 색상, 맛이 다양해졌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는 맛집도 탄생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없었다면 자칫 사라질 뻔한 어묵가게가 ‘삼진어묵’이다. 1953년 부산 영도 봉래시장에서 출발한 삼진어묵은 창업주의 아들인 박종수씨(62)가 동맥경화로 쓰러지면서 명맥이 끊길 뻔했다.
미국 뉴욕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현지에 눌러앉으려 한 아들 용준씨(33)는 가족의 요청도 있었지만 몇 해 전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씨(44)가 부산의 지역일간지에 기고한 삼진어묵의 이야기를 읽고 미국의 삶을 포기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민과 애환을 함께한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다양한 모양과 맛을 가진 어묵 수십종을 개발하고 베이커리식으로 크로켓과 같은 어묵을 선보였다. 매장도 손님이 직접 고를 수 있도록 꾸몄다. 새 제품을 선보인 지 1년도 안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고 그 해 부산역과 롯데몰 동부산점에 분점을 냈다. ‘삼진어묵’은 현재 어묵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명란젓도 재조명된다. 일본 후쿠오카의 대표 특산물 멘타이코(明太子)의 원조는 부산의 명란젓이다. 멘타이코를 개발한 ‘후쿠야’의 창업자 가와하라 도시오 사장은 10대 시절을 부산 초량에서 보냈다. 일본이 패전한 뒤 후쿠오카로 돌아가 부산에서 맛본 명란젓을 만들어 성공한 기업인이다. 이 이야기가 일본 TV연속극으로 만들어지면서 부산의 초량시장이 주요 촬영지가 됐고 이 드라마를 기억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초량시장을 찾고 있다.
부산 초량시장 판매대에 놓여 있는 명란젓. 일본 후쿠오카의 대표 특산물 멘타이코(明太子)의 원조는 부산의 명란젓이다.
■ 조선(造船)의 뿌리도 찾는다
국내에서 배 만드는 이야기할 때 울산과 거제를 꼽지만 부산 영도의 남항동 일대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이 한국 근대 조선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은 업체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전국 어디에서도 못 구하는 선박부품을 영도에 오면 구할 수 있다.
부산은 남항동 일대에 스토리를 접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종 24년인 1877년에 세워진 최초의 목선 조선소인 ‘다나카 조선소’, 1937년 국내 최초의 철강 조선소인 조선중공업(현 한진중공업) 등의 이야기다. 최부림 부산관광공사 마케팅팀장은 “부산의 역사자원과 스토리텔링이 결합해 생겨난 상품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원도심 골목투어”라며 “영도의 조선소 거리가 영도의 삼진어묵 체험관과 연결돼 이어지면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비태씨는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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