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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WORLD] 가우디가 사랑한 암벽 그속에 숨은 `검은 마리아`의 수도원(매일경제 2015.03.15 16:11:26)

[TOUR WORLD] 가우디가 사랑한 암벽 그속에 숨은 `검은 마리아`의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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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스파니아 광장역(Pl. Espanya)에서 기차를 타고 50분 정도 가면 나오는 '모니스트롤 데 몬세라트(Monistrol de Montserrat)'. 인적이 끊긴 간이역이 떠오르는 이곳에 선 순간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성스러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역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성스러운 기운이 흘러나오는 곳은 '몬세라트 수도원'이다. '바위산에 숨겨진 수도원'이라는 별명답게 역에서 바로 몬세라트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바위산에서 불어오는 황량한 바람만이 관광객들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간다.

부푼 마음과 함께 크레마예라(Cremallera)라는 산악열차로 갈아타고 15분 정도 지났을까. 관광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나오다. 창밖을 바라보니 그제서야 몬세라트가 나를 반긴다.

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인간의 욕망 때문일까. 최고 높이 1238m에 달하는 이곳 바위산에 수도원을 만든 인간의 노력은 신을 향한 갈망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발을 디딘 순간 어느 신을 믿느냐에 관계없이 모두의 가슴속에 경건한 마음이 깃든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 절로 나오는 탄성을 억누르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 묵묵히 청소하는 사람까지…. 어둑어둑한 바실리카에 들어서니 참배객, 관광객, 관리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자신만의 일에 열중한다.

전혀 조화를 이루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한데 모여 있어도 묘하게 공존하는 몬세라트.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느덧 이곳 수도원의 상징이 된 '검은 마리아상'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이들을 바라본다. 아기 예수를 끌어안은 검은 마리아상을 본 모든 이들은 긴 여행의 피로를 잊고 마음에 평온을 되찾는다.

이곳에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티끌 하나 없이 상아색 벽으로 단장한 수도원 때문만이 아니다. 검은 마리아상과 함께 이곳 상징인 바위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몬세라트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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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몬세라트 수도원 곳곳에 위치한 등산로에서 바라본 몬세라트 전경. 이곳 수도원의 등산로는 코스에 따라 몬세라트 수도원 전경을 바라보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몬세라트에 '톱으로 바위를 자른 산'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바위산은 이곳을 지켜주기라도 하듯 병풍처럼 수도원을 둘러싸고 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은 바위산은 마치 신을 대신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대지를 바라보는 듯한 압도감을 준다.

울퉁불퉁한 바위산은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에게 세계 건축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감을 남겼다. 주인공은 바르셀로나의 상징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가인 안토니오 가우디. 몬세라트를 둘러싼 바위산을 보면 울퉁불퉁한 외벽이 하늘을 찌를 듯 뻗어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떠오른다.

바위산이 남긴 또 하나의 선물은 몬세라트 주위 곳곳에 있는 등산로다. 굽이굽이 등산로만 2000여 개에 달할 정도. 편한 운동화에 물 한 병을 들고 즐기는 등산 역시 몬세라트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다.

쌀쌀맞아 보이는 바위산이지만 등산객에게는 한없이 친절하다. 등산을 즐기지 않는 이들을 배려하기라도 하듯 몬세라트 바위산은 이곳을 찾은 모든 이에게 완만한 등산로를 선물했다. 걷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산트 호안(Sant Joan)' '산타 코바(Santa Cova)' 두 코스로 나뉜 케이블카를 타도 좋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두 코스를 모두 걷는 것이 불가능해 고민에 빠졌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가 남을 결정인 것을 알기에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진다.

고민 끝에 산타 코바 코스를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높은 곳에 올라 바위산이 이어진 절경을 만끽하는 산트 호안 코스는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 5분가량 걸었을까. 오른쪽에 사람들 발길이 끊긴 듯한 샛길이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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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몬세라트 수도원 공회당에 있는 "검은 마리아상." 1881년 카탈루냐의 수호 성물로 지정된 검은 마리아상이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모습은 종교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무언가에 홀린 듯 샛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이 그나마 포장된 길이었다면 이 샛길은 '천연 비포장도로'다. 돌멩이를 밟으며 걷다 보니 발바닥에 은은한 통증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사간 가이드북을 보니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길이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15분 정도 오르막길을 걸었을까. 눈앞에 막다른 길이 보인다. 헛고생을 했다는 실망감도 잠깐, 고개를 돌려보니 웅장한 몬세라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래전 가우디에게 영감을 줬던 것처럼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각기 다른 느낌을 주는 몬세라트, 이것이야말로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몬세라트를 찾은 이유일 것이다.

▷▷ 몬세라트 '두 배로 즐기기' Tip!

1. 이른 아침 이동해야〓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56㎞가량 떨어진 몬세라트는 왕복 시간부터 만만치 않다. 이곳에 위치한 산책로까지 모두 돌아다니고 싶다면 최대한 이른 아침에 출발해 오전에 바실리카 관광을 마친 뒤 서늘한 오후에 등산로를 걷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2. 점심은 간단한 간식으로〓'당일치기' 일정으로 다녀오는 경우가 많은 몬세라트는 점심시간마저도 소중하다. 몬세라트에도 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음식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럽 특성을 감안할 때 간식을 들고 다니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먹거리 천국' 스페인이니 간단한 바게트, 샌드위치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