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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료/줄 기 세 포

BT·IT `창조적 융합`…세계 줄기세포연구 메카 꿈꾼다 (매일경제 2014.06.24 15:46:02)

BT·IT `창조적 융합`…세계 줄기세포연구 메카 꿈꾼다

연구소·의전원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까지 한곳에

 

■ 차병원그룹 판교 차바이오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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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판교 테크노밸리에 개원한 차바이오콤플렉스.

 

지난 20일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차바이오콤플렉스(CHA Bio Complex). 차병원그룹이 4년 넘게 설계하고, 2000억원 이상 투자해 만든 융합 연구소다. 지난달 29일 오픈했다.

건물 외관에서부터 그동안 많이 봐왔던 연구소 이미지와는 180도 달랐다. 딱딱하고 무거울 것만 같았던 연구소는 예상과 달리 세련되고 자유로운 정취가 묻어났다. 호텔 프런트를 연상케 하는 입구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자 지상 8층까지 통유리로 장식되어 있는 전체 구도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 벽면에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 씨가 고안한 줄기세포 형상 로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1층 쪽을 내려다보자 녹색 정원이 햇살에 반응하며 아늑함을 발산한다. 층마다 획일적인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세풍 파이프 오르간 선율을 들으며 쉴 수 있는 휴식공간, 강당을 겸용하는 극장, 3D 영상 미디어관, 판교 시내를 바라보며 헬스와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 의전원 학생들을 위한 첨단 도서관까지 차병원그룹의 창조적 색깔은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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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 회장은 오래전부터 `창조적 융합`을 강조해왔다. 대학과 연구소, 산업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융합해야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신념의 집합체이자 결실이 `차바이오콤플렉스`다. 차 회장은 "창의적인 공간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소신으로 차바이오콤플렉스를 만들었다"며 "의사와 과학자, 비즈니스맨들이 서로 소통하고 융합하는 데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와 시장화가 따로 이뤄지는 칸막이식 시스템에서는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거두기가 힘들다"며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키는 것은 물론 글로벌에서 히트할 수 있는 줄기세포치료제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바이오콤플렉스는 지하 5층~지상 8층에 연건평 2만평 규모로 공사비 2000억원 이상 투입됐으며 차병원그룹 본부를 비롯해 강남 분당 등 흩어져 있는 모든 연구소를 이곳으로 집결시켰다. 줄기세포 연구소를 비롯해 유전체 연구소, 의생명 연구소, 동물실험센터 등에 소속된 모든 연구 인력 2000여 명이 모였다. 여기에 차바이오, CMG제약, 차바이오F&C 등 회사와 의학전문대학원이 입주를 마쳤다. 차병원 관계자는 "명실상부 산학연이 동시에 교류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종합 연구원이 탄생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말까지 글로벌 제약회사와 바이오 기업들이 차바이오콤플렉스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차 회장은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통해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바이오 입국(立國)`이 목표다. 그는 "미국 하버드 의대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임상시험을 비롯한 연구 수준이 톱 클래스기 때문"이라며 "제약, 바이오, 의료 기기, ITㆍBT 융합 기술이 차바이오콤플렉스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면 우리나라 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차바이오콤플렉스를 이끌 후학과 연구원을 양성하는 데 관심이 높다. 그는 "의사를 꿈꾸는 의전원 학생들이 단순히 의사가 아닌 과학자, 사업가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바이오 심포지엄을 개최해 학생들이 글로벌 석학에게 강의를 듣고 직접 교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이 같은 철학을 현실화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차병원그룹은 지난달 29일 차바이오콤플렉스 개원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개원식에 참석한 레베카 소콜 미국 생식의학회장은 "차병원그룹에서 그동안 불임 생식의학에서 보여준 학문적 성과와 줄기세포 분야에 대한 기여도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차움과 차바이오콤플렉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놀랐다"며 "차광렬 회장 철학과 미래에 대한 비전은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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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단지. 지난 20일 이곳을 찾았을 때 아파트 같은 여러 기업 연구소들 사이로 DNA 모양을 형상화한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내부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차병원그룹 차바이오콤플렉스(판교종합연구원)다.

차바이오콤플렉스는 "창의적인 건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건물로 꼽힌다. 차병원그룹 관계자는 "사용자 중심 건축 설계로 외관 결정 후 내부 설계를 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 설계 후 전체 설계안을 결정했다"며 "건물은 사람이 만들지만, 건물에 따라 사람이 형성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차바이오콤플렉스는 예술성, 효율성, 창조성, 융합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설계가 시작됐다. 차병원그룹은 차바이오콤플렉스를 설계하며 이탈리아 거장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로 멘디니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멘디니 디자인은 이전부터 `인간을 위한 휴머니즘`에 맞춰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디자인을 지향하며 다채로운 색깔과 부드러운 곡선, 캐릭터를 응용한 친근한 디자인을 사용해 왔다.

멘디니 디자인은 차바이오콤플렉스에 그대로 반영됐다. 우선 기존 연구소가 갖고 있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곡면을 살려 부드러운 여성성을 강조함은 물론 벽면 곳곳에는 마치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과 조각품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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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돌, 대리석 등 원자재를 그대로 활용한 인테리어를 시도해 층마다 같은 건물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생명공학 연구소답게 건물 1층에서 볼 수 있는 계단은 유전자 모양을 형상화했으며 하늘에서 차바이오콤플렉스를 바라보면 `세포` 형상을 찾을 수 있다.

올해 9월부터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이 사용할 도서관도 엄숙하거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마치 예술 조각상을 옮겨 놓은 듯 설계됐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독특한 점은 대부분 동물실험실이 연구소 내 지하에 위치한 것과 달리 차바이오콤플렉스 8층 펜트하우스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험용 동물을 귀한 자산으로 인식해 홍수나 화재 등 각종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차바이오콤플렉스 개원식에 참석한 레베카 소콜 미국 생식의학회장은 "판교 종합연구원이 줄기세포, 암, 유전체, 노화 등 미래 의학을 위한 총집결체로 알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도 이 정도 규모인 연구단지는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차병원그룹 관계자는 "연구원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여러 요소가 건물 곳곳에 배치돼 있다"며 "산학연 연구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월 중국 헬스케어 기업인 유니케어 헬스그룹은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모델을 중국에 설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MOU를 차병원그룹과 맺었다. 강남차병원은 의료진 파견과 설립ㆍ운영 자문을 통해 로열티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이동률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장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치료제 10년內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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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체세포 복제줄기세포주 확보에 성공한 차병원 이동률 교수(왼쪽 둘째) 연구팀과 타인 제대혈줄기세포로 뇌성마비 치료에 성공한 김민영 교수(가운데) 연구팀이 소통의 다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바이오 콤플렉스를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의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이동률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장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차바이오 콤플렉스를 세계 줄기세포 연구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차바이오 콤플렉스에는 차병원그룹 내 줄기세포 관련 연구 그룹이 모두 모인다. 차병원대와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등 산학연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줄기세포 연구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차병원그룹은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며 관련 연구 분야에서 선두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희귀질환인 `헌틴톤병`과 `뇌졸중`에 걸린 실험용 쥐에 `역분화줄기세포`를 넣어 치료효과를 확인했으며 줄기세포를 활용한 유방 재건술 임상시험도 이미 성공했다.

지난해 초에는 한발 더 나아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면역원성이 같은 다른 아이 제대혈(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주사해 장애 증상을 개선하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차병원그룹은 지난 4월 줄기세포 분야 권위지로 꼽히는 `셀 스템셀`에 발표한 논문에 성인 피부세포를 이용해 복제줄기세포주를 수립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국내외 학계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 소장은 "미국 연구진 성과는 최초의 인간 체세포 복제라는 의미가 있지만 환자 적용은 불가능했다"며 "이번 결과는 성인 환자의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함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이 소장은 "연구가 잘 진행된다면 10년 내에 체세포복제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소장은 이 같은 차병원그룹 성과가 차바이오 콤플렉스 개원과 함께 시너지 효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산학연이 한 공간에서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것이 차바이오 콤플렉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기초연구자들도 임상 결과나 상용화 전 과정을 함께 볼 수 있어 상용화나 산업화에 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임상 연구자나 상용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기초 연구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