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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첨단산업

57억짜리 4대강 로봇물고기 모두 불량품 (한국일보 2014.07.30 22:51)

57억짜리 4대강 로봇물고기 모두 불량품

9대 중 7대 고장… 1초에 2.5m 헤엄쳐야 하는데 23㎝ 이동”

 

4대강 로봇물고기

생체모방형 수중로봇(일명 로봇물고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강물 수질 조사 목적으로 개발한 ‘생체모방형 수중로봇(일명 로봇물고기)’이 제대로 헤엄도 치지 못하는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업기술연구회가 57억원을 투입해 로봇물고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최종 결과보고서에 유영속도 등 측정결과가 일부 누락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산업기술연구회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강릉 원주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과 함께 개발을 완료한 뒤 최종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결과보고서에 누락된 지표를 애초 사업계획서에 나온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수치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그 동안 제작된 로봇물고기를 직접 테스트한 결과, 유영속도의 경우 1초에 2.5m를 헤엄쳐야 하지만 감사원 테스트에서는 23㎝밖에 나아가지 못하는 등 모두 불량품이었다. 또 로봇물고기에 수온ㆍ산성도ㆍ전기전도도ㆍ용존산소량ㆍ탁도 등 5종류의 생태모니터링 센서를 장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탁도 측정센서는 장착돼 있지 않았다. 수중 통신속도나 거리도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목표치에 미달했고 그 동안 제작된 9대의 로봇물고기 가운데 7대는 고장난 상태였다.

감사원은 이와함께 생산기술연구원과 강릉 원주대 등이 2011~2013년 연차보고서와 최종 결과보고서를 통해 모두 88건의 특허를 냈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64건은 로봇물고기와 관련 없거나 다른 기관에 제출했던 특허였다는 사실도 적발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의 경우 연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수중로봇 금형 작성 계획을 허위로 작성해 8,900만원의 연구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업기술연구회가 연구과제 성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탓에 평가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며 산업기술연구원에 로봇물고기 연구과제 재평가를 요구했다. 이와함께 연구책임자를 포함한 생산기술연 연구원 2명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다.

 

 

57억 들이고 강 근처도 못간 MB 로봇 물고기

 (중앙일보  2014.07.30 20:38)

“4대강 수질 감시 … 고기와 논다”
연구기관 4곳 3년간 개발 물거품
9대 중 7대 고장 … 성능도 미달

 



“로봇 물고기가 고기하고 같이 논다. 대한민국의 수질 관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11월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4대 강 수질을 감시하는 로봇 물고기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은 로봇 물고기가 수질을 감시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저건 로봇이다. 고기하고 같이 논다. 로봇이 낚시는 물지 않는다”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곤 “대한민국의 수질 관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4대 강 문제로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0일 감사원의 로봇 물고기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설명은 틀린 말이었다. 수질 감시는커녕 로봇 물고기들은 4대 강 구경조차 제대로 못했다.

 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이 2010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9개의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7대는 감사원이 지난 1월 감사 시작 전 이미 고장 나 있었다. 나머지 2대로 성능 검사를 했는데 이마저 당초 목표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사업계획서의 목표에 따르면 로봇 물고기가 물속에서 수영하는 속도는 2.5m/s였다. 1초에 2.5m를 가야 했다. 하지만 실제 감사원 실험에선 0.23m/s에 그쳤다. 속도가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물속에서의 통신거리는 목표가 500m였다. 그래야 로봇에 장착된 센서가 통제실로 전달돼 실질적인 수질 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험에선 50m에 그쳤다. 4대 강의 강 폭은 50m가 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강가에서 통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통신 속도 또한 목표는 4800bps였지만 실제론 200bps였다. 24분의 1 수준이다. bps는 1초간에 송수신할 수 있는 비트(정보량의 최소 기본 단위)의 수를 말한다. 이 정도면 광대역 LTE(롱텀에볼루션, 4세대 통신)라고 팔아 놓고 실제론 2G(2세대)에 못 미치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실험 항목 중에는 3대의 로봇 물고기가 수중에서 그룹을 이뤄 목표물에 도달하는 ‘군집 제어’ 기능도 있었는데, 2대밖에 없어 이 기능은 아예 살펴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해 7월 30일 산업기술연구회에 로봇 물고기 연구과제 최종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발표 때는 기능을 뻥튀기하는 조작까지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보고서에는 유영속도가 1.8m/s로 돼 있지만 실제 발표는 당초 목표와 같은 2.5m/s로 하는 식이었다. 연구 성과가 아닌데도 성과로 포장하거나 연구비 8915만원을 용도 외로 사용한 비위 행위도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실제 감사를 해보니 로봇 물고기는 정상적으로 상용화해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로봇이 낚시는 물지 않는다”던 이 전 대통령의 농담을 무색하게 하는 감사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