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로스쿨] 대형 로펌 가려고… 판·검사 부모 둔 동기 미리 '내 편' 만들어 (조선일보 2014.03.28 01:22)

[위기의 로스쿨] 대형 로펌 가려고… 판·검사 부모 둔 동기 미리 '내 편' 만들어

[로스쿨생들의 취업 전쟁]
가족·지인 인맥 총동원하고 로펌 먼저 들어간 학생에게 추천 받으려 친한 척 하기도

 

로스쿨 학생들의 '취업 전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의사·회계사·변리사·세무사 등 자격증에다 성적이나 인맥이 좋은 학생들은 대형 로펌에 '입도선매'돼 여유가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서울 지역 로스쿨 학생 A(32)씨는 "한 학생이 대형 로펌에 입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갑자기 그에게 동료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한다"며 "입사가 확정된 학생이 로펌에 다른 학생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형 로펌 취직이 결정되는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취직 여부에 따라 학생들 간 '갑·을 관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에 취업한 김모(32)씨도 "평소 소원하던 동기들까지 갑자기 연락을 하고 꽃까지 보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법조인 부모를 둔 동기들에게 '아부'를 떨어 일자리를 얻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2013 법학전문대학원 취업박람회’에서 로스쿨생들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B(32)씨는 서울 중위권 로스쿨 출신에 학점도 하위권이었지만 20위권 로펌에 취직했다. 주변에서 "어떻게 들어갔느냐"고 묻자, B씨는 "면접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버지 덕을 안 봤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 아버지는 정부 중앙 부처 고위 관료 출신으로 한때 청와대에서 일했다.

대형 로펌뿐만 아니라 중소 로펌의 인턴 경쟁도 치열하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중소 로펌에 취업해 일단 실업자 신세를 면할 수 있고, 대형 로펌에 취직하는 '징검다리'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한양대 로스쿨 학생 D(32)씨는 "여름방학 때 대형 로펌 인턴으로 들어가기 위해 작은 로펌에서 미리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한 번에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어려우니, 작은 로펌에서 시작해 좀 더 큰 로펌으로 순차적으로 이직하는 것을 생각하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 분위기는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고 한다. 작년 서울대 로스쿨에선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겠다는 교수에게 한 학생이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중간고사가 없으면 해당 과목을 듣는 학생은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늘어나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 로스쿨에 다니는 김모(25)씨는 "지적재산권법, 특허법, 세법 등은 변리사나 회계사 출신이 유리해, 이런 사람이 수강하면 줄줄이 수강 신청을 취소한다"고 했다.

한 지방대 로스쿨 학생은 "사법시험 공부를 하다가 안 돼 로스쿨에 들어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파벌이 갈려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취업 전쟁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