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줄 같은 혈우병 약 공급이 끊긴다니…”
바이엘사, 일방 통보에 환자 날벼락
다국적 제약사 횡포에
환자단체 “페널티 줘야”
한승철(45)씨는 혈우병을 얻어 태어났다. 혈우병은 혈액 속에 피를 엉겨붙도록 하는 단백질(혈액응고인자)이 없어 지혈이 잘 되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출혈을 막거나 응고인자 수치를 높이려면 지속적으로 치료약을 써야 한다. 약이 곧 삶인 것이다. 인구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혈우병 환자는 국내에 2500여명이 있다.
한씨는 요새 근심이 크다. 3년 전, 당시 쓰던 약에 내성이 생겨 ‘코지네이트에프에스’란 약으로 바꿨는데, 이 약을 만드는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이 지난달 ‘국내 공급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국지사인 바이엘코리아는 혈우병 환자단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공문을 보내 “전세계 공급 시설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대체 치료제가 충분히 있는 한국 등 몇몇 국가에 대해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보건당국과 바이엘은 지난해까지 수입한 약의 국내 재고와 사용자 수를 견줘 올해 상반기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 뒤로는 5가지 대체 치료제 중 하나로 바꾸면 된다는 태도다. 현재 코지네이트에프에스를 쓰는 혈우병 환자는 80~100명 정도다.
하지만 한씨처럼 다른 약보다 코지네이트에프에스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대체 치료제 5가지 중 2개는 코지네이트에프에스와 비슷한 유전자재조합제제가 아닌 혈액제제라,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간염바이러스 등에 감염될 위험이 있어 환자들이 꺼린다. 한씨는 “나머지 대체 치료제 3개 중 1개는 이미 내성이 생겨서 옮겼고, 최근 코지네이트에프에스 공급 중단 소식을 듣고 다른 약을 써봤는데 효과가 거의 없었다. 약을 자주 바꾸면 내성이 더 쉽게 생길 가능성도 커서 불안하다. 시한부 인생 같아 좌절감이 크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 공급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2001년 정부의 약값 인하 처분에 반발해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공급을 중단했다. 또다른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도 2004년 정부의 수입 허가를 받고도 약값이 낮다는 이유로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공급을 거부했다.
환자·보건단체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권 확보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국내에 약을 출시했다가 명확한 설명 없이 공급을 중단해도 정부에서는 본사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정도의 조처만 취한다. 한 혈우병 환자 단체는 “희귀병 환자들이 사용하는 전문·희귀의약품에 대해서라도 이런 경우엔 페널티를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식약처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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