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이대론 안된다] 공적연금 통합관리 독립기구 만들어야
네덜란드식 민영화도 거론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공무원연금의 기준에 따라 구조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제정됐고, 당시 공무원 인사 등을 맡고 있던 총무처(현재 안전행정부)가 관리했다. 1982년 행정자치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공무원연금공단이 설립되면서 공무원연금의 자산운용을 맡고 있다.공무원연금을 포함한 4대 공적연금의 관리 부처는 모두 다른데, 군인연금은 국방부, 사학연금은 교육부,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등이다.
이에 따라 4대 공적연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정부 산하 연기금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수급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할 수밖에 없는 주무 부처로부터 연금의 관리를 분리하자는 주장이다.또 통합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려는 이유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원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교육부에서 사학연금의 수급률을 높이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자칫 도덕적 해이나 비전문적 관리 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독립적 기구를 통해 개혁안을 논의하고, 이후 연금을 통합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공적연금의 민영화 방안도 거론된다. 세계 3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은 1996년 민영화가 이뤄져 국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파트너 간의 협상에 의해 운영된다. 민영화는 연금의 미래가 정치적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한편 연금 개혁을 위해 만들어질 ‘공무원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칭)’는 민간 전문가로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이 ‘반쪽짜리’가 된 것은 당시 공무원 노조 등 이해 당사자들이 개편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결국 ‘중이 제 머리 못 깎았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 이대론 안된다] 연금 개혁 또 다른 대안, 퇴직자에게 양보 이끌어 내려면
(서울신문 2014-01-15 6면)
① 물가상승률 반영 줄이고 ② 재취업 도와 지급 미루고 ③ 수급액 적절한지 따지고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신규 공무원의 연금 혜택을 줄이는 방안으로 이뤄졌다. 안전행정부는 이때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을 적용받는 2010년 이후 임용 공무원들의 연금을 월평균 180만원 수준으로 추계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경우 30년 이상 장기 가입자들이 본격적으로 연금을 받을 시점이 되면, 평균 수급액이 120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추계한다.
현재 공무원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219만원, 국민연금은 84만원으로 격차가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공무원연금 수급액은 점차 감소하고, 국민연금은 증가하는 구조다.정부는 그동안 공무원연금을 개혁할 때마다 신규 공무원의 부담만 늘리는 방법을 썼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과거 연금법의 적용을 받는 현 수급자들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적자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개혁안은 기존 기득권자인 퇴직자들에게 양보를 끌어내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안행부가 지난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간 생애소득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선 것도 연금 수급자 간 형평성 문제를 없애고 민관의 객관적인 급여 수준을 산정하려는 조치였다.
퇴직자의 기득권을 건드리는 대안 중 하나는 물가상승률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매년 1월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상된 연금액을 지급한다. 매년 4월 물가상승률을 반영했던 국민연금도 1월 물가상승률이 적용되도록 개정했다. 이런 물가상승률 적용은 민간의 연금상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구조이다. 퇴직자 가운데 70세나 75세 등 특정 연령대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적용하지 않거나, 낮게 적용하면 현재의 적자 폭은 좀 더 개선될 수 있다. 물론 어느 연령대를 기준으로 할지, 공무원단체가 이런 방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공무원 퇴직자의 재취업을 통한 방안도 있다. 이는 일본이 연금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도입했는데, 현직 때 급여의 60% 수준을 받고 재취업을 유도해 나머지 연금의 지급을 미루는 것이다. 더불어 1960년대 이후 시대별로 각 공무원의 연금기여도와 수급액을 따져 볼 필요도 있다. 10년이나 5년 단위로 나눠 공무원 연봉이 민간 수준으로 현실화되는 등의 시점에서 공무원연금법상의 수급액이 적절한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다.
다만 퇴직자에게 보장된 기득권을 뺏는 것은 법적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도 공무원연금의 재정 악화와 재정 안전성, 공무원연금법의 개혁이라는 공익이 공무원의 재산권보다 앞서지 못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퇴직자의 양보를 끌어내는 것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관건일 수밖에 없다. 퇴직 공무원들이 매월 받는 연금에서 일정액을 갹출해 기여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주요 대안으로 거론된다.
[공무원 연금, 이대론 안된다] <2>국민연금과 통합 가능한가
(서울신문 2014-01-15 6면)
연금받는 공무원 36만명… 국민연금과 통합 땐 200조+α 든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주요 대안 가운데 하나다. 이는 공무원과 일반 국민 간에 연금 차별을 두지 않는 것으로, 연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시절 공무원연금 적자 해소 방안으로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주장했다. 다만 두 연금의 통합은 엄청난 국가 재정의 수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기계적 통합’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2008년 11월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편을 추진하자, 공무원과 교원 등이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결국 2009년 개편안은 공무원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후배인 신규 공무원들의 혜택만 뺏는 ‘반쪽짜리 개혁’이 되고 말았다 |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통합되면 공무원이 낼 기여금(보험료 납부액)이 월 급여액의 7%에서 4.5%로 줄고, 마찬가지로 받을 연금액도 일반인 수준으로 감소한다.
문제는 연금적자 보전금이다. 36만명의 연금 수급자가 그대로 있다면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 9조 5000억원을 고스란히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두 연금이 분리된 현재보다 5배 많은 규모다. 이렇게 추계하면 앞으로 30~50년 정부 부담의 연금 보전액은 200조원 이상이다. 이와 별도로 그동안 없었던 퇴직수당을 지급해야 돼 재정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공무원이 낸 연금 기여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다른 법령인 공무원연금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 국민연금 기금으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는 방법이 있지만, ‘국민의 노후 자금으로 공무원들의 적자를 메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연금의 성격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현재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공무원은 퇴직 후 최대 50%의 연금을 감액당한다.공무원은 영리 행위와 겸직이 금지되는 등 직무윤리를 지켜야 하는 데다, 공무원연금은 장기간 근무했을 때 이를 인정하는 ‘공로 보상’의 성격이기 때문이다.‘노후 보장’ 성격의 국민연금은 이런 제약이 없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으로 통합됐기 때문에 공무원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연금이 그대로 지급된다고 하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
[공무원 연금, 이대론 안된다] <3>오스트리아, 2005년 개혁의 성공
(서울신문 2014-01-20 8면)
개혁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연금액 일부는 기여금으로
오스트리아의 공무원연금은 국가 재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혁을 단행했는데, 그 과정이 마치 ‘정글’이라 표현될 만큼 복잡했다. 2005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각종 경과 규정, 임시 규정, 신규 규정, 구제도와 신제도의 공존에 따른 병행계산 등을 마련해 점진적인 개혁을 이뤘다. 개혁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 공무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2005년 ‘공적연금제도 조화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계기로 공무원연금은 일반 국민연금과 비슷한 구조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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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모든 국민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연금보험공단(PV) 앞에 한 남성이 서 있다. |
오스트리아는 민영화를 통해 공무원 인원을 점차 줄이고 있는데, 2002년부터 10년 동안 전체 공무원의 약 25%가 감소했다. 총 35만명의 공무원은 중앙직과 지방직으로 분리돼 있는데, 이 가운데 50% 정도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공기업 등 공공부문 종사자다. 공무원 신규 채용도 줄이면서 경찰 등을 빼면 젊은 공무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연금보험공단(PV)의 베른하르트 벤들은 “공무원연금은 2005년 개혁으로 일반 연금보험과 같은 법을 적용받고 있다”면서 “질병으로 인한 조기연금 신청자는 신속한 재활치료를 통해 업무에 복귀시키는 등 가능한 한 조기연금 수급자를 줄이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 직전까지 일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조기연금 신청자의 70%는 장기실업이나 질병, 장애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일을 못하게 된 경우로, 일하기 싫어서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2005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65-45-80’ 원칙으로 요약된다.즉 65세 직전까지 45년 동안 일하면 평균소득의 80%를 지급한다는 것이다.우선 ‘65’ 원칙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 것을 가리킨다.최대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재직기간도 40년에서 45년으로 늘린 것이 ‘45’ 원칙이다. 조기퇴직을 억제하고, 정년이 지나도 계속 일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62세 이후 조기 퇴직하면 1년당 4.2%씩 연금 감액률을 적용한다. 2017년에는 조기퇴직 제도가 아예 폐지된다. 대신 정년인 65살 이후에도 일하면 1년당 4.2%씩 연금 증액률이 적용돼 추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80’ 원칙은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기준 소득을 변경한 것이다. 2005년 이전에는 퇴직 직전 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했지만, 이후에는 전 기간 평균소득으로 연금액을 산정한다. 연금지급 수준은 평균소득의 80%로 한다는 게 이 원칙이다.
2005년 개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구조가 유사해졌으나 아직 차이점도 남아있다. 예를 들어 민간 근로자는 범죄를 저질러 법정형을 받더라도 연금이 깎이지 않지만, 공무원은 형벌 등에 따른 연금 감액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연금 수령액도 공무원연금이 아직 높은 편이다.
2005년 연금 개혁은 이행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한 점진적인 개혁이다. 또 개혁으로 깎이는 연금액을 3~8.2% 수준으로 정해 노후보장에 충격이 가는 일은 줄이고자 했다.
세대 간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문제도 신경을 썼다. 급여 수준이 높은 1995년 이전에 태어난 공무원들은 보수에서 연금으로 적립하는 보험료율이 10.25%에서 12.55%로 올랐다. 반면, 1955년 이후에 태어난 공무원들은 보험료율이 10.25%로 그대로 유지됐다.
또 공무원이 매달 월급에서 연금으로 내는 보험료율은 한계선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은 최소한으로 했다. 연금과 같은 사회보험료를 포함한 오스트리아 국민의 납세부담은 국내총생산(GDP)의 45%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대신에 근로 기간 연장을 통해 연금재정 안정화를 꾀하고, 근로 가능 기간을 최대 45년으로 연장하여 근로자들이 일하면서 적정 연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오스트리아 공무원연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미 퇴직한 기존 연금수급자가 고통 분담을 위하여 연금액 일부를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낸다는 것이다. 1959년 12월 2일 이전 출생자는 퇴직연도에 따라 차등화된 연금재정안정화 기여금을 낸다. 1959년 12월 2일 이전 출생자로 기준을 정한 것은 이들이 과감한 개혁이 시행되기 이전 비교적 후한 연금제도의 수혜대상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연금 수입 내에서 연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사회보험제도의 초기 이념은 후퇴했고, 재정 부담 때문에 개인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전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조사연구실의 이각희 박사는 “불과 8년에 걸친 개혁으로 오스트리아 공무원연금 제도는 완전히 새로운 제도로 전환했고 정부의 연금 재정도 안정되었다”며 “하지만 공무원연금 재정의 안정은 개혁 때문만이 아니라 공공부문 민영화로 재직 공무원 수가 감소하고, 신규 공무원을 채용하지 않아 미래의 공무원연금 수급자 숫자를 줄인 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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