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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야/우리 경제

'개업 5년차' 40대 치과의사 "치킨집이나…" (머니투데이 2013.10.08 07:02)

'개업 5년차' 40대 치과의사 "치킨집이나…"

['사'자의 몰락-9회] 최근 3년새 하루 2곳씩 문 닫는 치과

직업명 끝에 '사'가 들어간 전문직을 성공의 징표로 보던 때가 있었다. 이제 전문직의 입에서도 하소연이 나오기 시작했다. 낮아진 문턱과 경쟁 심화로 예전의 힘과 인기를 잃어버린 전문직의 위상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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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2만명에 달하지만, 아직 평생 치과 문턱을 넘어선 적이 없는 노인이 무려 31%에 달한다

 

# 최근 치과의사 A씨(40)는 수도권의 목 좋은 자리에서 치과로 쓰던 건물 2층을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놨다. 개업한 지 5년이 지나면서 주변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경쟁 치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반값 임플란트'를 내세우는 경쟁업체의 출혈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A씨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날 때 권리금 수억원까지 얹어주며 개원했지만 아파트보다 경쟁 치과가 더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권리금을 일부 조정해서 내놨지만 방문해서 둘러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영난을 호소하며 문 닫는 치과들이 늘고 있다. '임플란트', '양악수술' 등 수익 창출 모델은 다변화됐지만 경쟁격화로 안 되는 치과들은 여전히 안 된다. 빚을 내 시작한 치과를 헐값에 되팔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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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OECD

 

◇하루 2곳씩 문닫는 치과
지난 3년 동안 2321곳의 치과가 폐업했다. 매일 2곳 넘는 치과가 문을 닫은 셈이다. 1990년대 중반 1만여명을 조금 넘었던 치과의사 수는 지난해 2만2000여명 가까이 됐다. 앞으로는 전국 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매년 800여명씩 새내기 치과의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익성 악화을 이기지 못해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형 치과병원그룹 소속 치과의사들이 인체에 유해하지만 정상 제품보다 저렴한 공업용 과산화수소 미백제를 사용하다 적발됐다. 지난달 한 치과의사는 '장물' 임플란트 투시경 1대(3400만원 상당)를 헐값에 매입하다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한 치과의사는 "의료 수가가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돼 수지 맞추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스케일링 보험 적용. 이 치과의사는 "정부에서 '스케일링 1만3000원'이라는 자극적 구호로 정책을 홍보해 하루 1명 꼴이던 스케일링 환자가 10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비급여일 때보다 환자 1인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일부 치과의사들은 외국병원으로 1주일 연수 다녀온 미국 대도시 이름을 치과 간판에 버젓이 걸고 영업하기도 한다. 이른바 '학력 뻥튀기'다. 한 치과의사는 "지방대보다는 서울권 대학, 외국 대학에서 학위를 이수했다고 해야 환자들이 더 신뢰한다"면서도 "학력도 속이는 일부 치과의사들이 환자 진료는 양심적으로 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값 임플란트' 등 출혈경쟁
과다 경쟁에 치인 일부 치과의사들은 '치대 정원 감축론'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 치과미래정책포럼이 개최한 '치과의사 인력감축 대토론회'에 참석한 한 치과의사는 "신규 치과 개업 대비 폐업율이 74% 수준"이라며 "동네 치킨집과 다를 게 뭐냐"고 했다.

한 치과의사는 "최근 병·의원당 외래환자 수가 1990년보다 오히려 감소했지만 치과의사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치대 정원감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처럼 치과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2009년 831명의 치과의사 국가고시 응시자 중 800명이 면허를 취득해 96.3%의 합격률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매년 합격률이 70% 안팎이다.

노인 치과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치주과학회에 따르면 평생 치과진료를 받은 적 없는 노인 비율은 31%에 달한다. 지난해 외래분야 질병 다빈도 순위에서 치은염과 치주질환이 3위, 치아우식증이 8위에 올랐다. 그러나 75세 이상 노인 틀니와 연 1회 스케일링만 건강보험이 적용될 뿐이다.

최근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는 네트워크 치과가 '반값 임플란트' 등 출혈경쟁을 계속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치과의사는 "가격 경쟁력을 맞추려다보니 중국산 소모품에 노후한 장비 갖추고 엉터리 진료를 하는 치과가 늘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대 세무사 "전관 출신에 밀려" 어둠의 길로···

 (머니투데이  2013.10.01 07:02)

['사'자의 몰락-8회] 세무대리 수수료, 20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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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국세무사회 회장으로 세번째 선출된 정구정 회장(58). 정 회장은 처음 회장으로 선출된 2003년 변호사, 회계사가 세무사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세무사법을 개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제공=한국세무사회

 

# 20년차 세무사 A씨(66)는 최근 사무실 직원 수를 줄였다. 20년째 세무대리 수수료는 제자리인데 사무실 월세와 보증금은 치솟았다. 덤핑 공세를 펼치는 경쟁 법인들에게 빼앗긴 거래처가 올해만 십여곳이다. A씨는 "1년 동안 기장료, 조정료 안 받고 서비스해준다는 세무사까지 속속 등장하는 등 '제살 깎아먹기'가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1만명'(8월말 기준) 시대를 맞은 세무사들이 신음하고 있다. 일부 회계사, 변호사 뿐 아니라 심지어 무자격자들의 세무업무 대리까지 늘어나면서 세무사들의 몫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좌절한 일부 젊은 세무사들은 급기야 '탈세 브로커'라는 '어둠의 길'을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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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국가통계포털

 

◇20년째 똑같은 수수료
한 세무사는 "한달에 개인사업자 10만원, 법인 20만원이라는 시장 가격이 20년째 도통 오르지 않는다"며 "월 2~3만원만 내고 기장대리 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도 수두룩하지만, 할인을 거부하면 거래 끊을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2002년 5142명이던 세무사는 올해 약 2배인 1만406명까지 늘었다. 여기에 변호사와 회계사들도 세무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02년에는 4572명의 회계사와 229명의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봤지만, 2009년에는 그 수가 회계사 8876명, 변호사 2566명 등으로 급증했다.

한 세무사는 "유사 직종도 모자라 월급 주고 세무사 이름만 빌리는 무자격자까지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방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사고' 나면 세무사만···
세무사의 기본 업무는 장부 정리(기장 대리), 신고·납부 대리부터 과세 불복절차 대리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는 세무사가 고객에게 자료 요구를 강제할 수 없는 것. 고객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납세 대리를 하다보면 의도치 않은 탈세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세무사에세도 책임이 돌아간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보험에 드는 세무사도 많다.

한 세무사는 "성실히 납세하도록 유도해야 할 세무사들이 고객에게 '최소한 이 정도까지는 신고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이 많다"며 "보험 범위를 넘는 '큰 사고'만 안 나길 바랄 뿐"라고 말했다.

◇세무사도 양극화
국세청 지방청장, 국장급 고위공무원 출신 등이 모여 만든 '기업형 법인'들은 대기업이 세무조사를 받으면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여전히 큰 돈을 벌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다. 개인 사무실을 낸 대부분의 세무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쟁 과열 탓에 새내기 세무사들은 개업마저도 쉽지 않다. 세무전문대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딴 젊은 세무사들은 소호(Soho) 형태로 공동 명의 개업을 하기도 한다. 저마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근로소득자로 이름을 올려 조금이나마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한 중견 세무사는 "아들이 세무사 시험 봐서 거래처를 물려받겠다고 해도 업계 전망이 어둡다며 다른 진로를 권유할 정도"라고 했다.

세무사 자격증을 따고도 일반 회사에 입사해 세무 업무를 보는 이들도 있다. 그마저도 힘든 새내기 세무사들은 '어둠의 영역'에 손을 뻗친다. 3년차 세무사 B씨(28)는 "새 거래처를 뚫어보려 해도 전관 출신들이 꽉 잡고 있어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며 "어쩔 수 없이 '성실납세 조력자'보다는 '탈세 브로커'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6년 걸려 수의사됐는데…" 월급이 120만원?

(머니투데이  2013.09.17 07:02)

 ['사'자의 몰락-7회] 영리법인 동물병원에 소셜커머스 '반값 진료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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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한제분이 출자해 만든 동물병원 브랜드 '이리온'은 2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 5개 분점을 냈다. /사진=머니위크

 

송호성 수의사(31·가명)는 최근 군복무를 대신한 공중방역수의사 3년 근무를 끝낸 뒤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소형 동물병원에서 경험을 쌓으려 했지만 몸값이 10년 전과 똑같았다. 월급이 120만원 뿐인 곳도 있었다. 송씨는 "공중방역수의사로 일할 때는 수당까지 합쳐 한달에 200만원까지 받다가 월급 120만원 받고 일하려니 도저히 엄두가 안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수의사 평균 연봉은 약 5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개원해서 자리잡은 수의사까지 포함한 것이고, 대개 수의사 월 초봉은 150만원 수준이다.

송씨는 "영리법인 진출과 애완견 진료 부가가치세 부과 등으로 수의사들이 다른 자영업자들과 별 차이가 없게 됐다"며 "정말 동물을 사랑해서 수의사가 됐지만 가끔 '개장수' 소리까지 듣다보면 내가 왜 6년간 열심히 공부해 수의사가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영리법인 동물병원의 위협
병원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만 차릴 수 있다. 그러나 동물병원은 수의사 면허가 없어도 영리법인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이런 영리법인들이 개원 수의사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영리법인의 신규 동물병원 개설을 금지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기존 39개 영리법인에 대해 재단 전환을 유도하면서 10년간 유예기간을 두는 정도였다.

'곰표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의 동물병원 브랜드 '이리온'이 대표적인 영리법인 동물병원이다. 2011년 만들어진 이리온은 서울 강남과 수도권에 다수 분점을 내며 확장했다.

이에 대응해 기존 동물병원들도 프랜차이즈를 통한 대형화에 나서면서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수의사들도 늘고 있다. 송씨는 "영리법인과 프랜차이즈 동물병원들은 수의사마다 매출 그래프를 그려놓고 압박한다는 소문까지 있다"며 "수의사가 올바른 진료에만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매출 압박을 받고 과잉진료를 하게 되면 결국 보호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했다.

◇'슈퍼甲' 애견카페
수의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인터넷에 퍼져있는 수많은 반려동물 커뮤니티와 잘못된 정보들. 수의사에게 오기 전 인터넷으로 이미 반려동물에 대해 나름대로 진단을 내려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수의사는 "강아지가 다리만 절어도 뼈, 신경, 근육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병원에 강아지를 데려와서 '엑스레이나 찍어달라'고 한 뒤 뼈에 이상 없으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자기 다리 아프면 별 검사 다 할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유독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섣불리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고 비판했다.

보호자의 잘못된 정보를 시정해주려던 또 다른 수의사는 애견카페 회원들의 집단공격과 괴소문에 시달렸다. '사기꾼'소리까지 들으며 고민하던 이 수의사는 결국 애견카페 회원들에게 강아지 발톱 무료관리, 간식 제공 등을 약속하고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제살 깎아먹는 '반값 진료권'까지
수의사들은 "수의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린 이들 때문에 업계가 위기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매출에만 매달리는 일부 수의사들이 소셜커머스에 '반값 진료권'을 올리고 찾아오는 보호자들에게 과잉진료로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들은 의사, 약사와 달리 정치권에 진출한 수의사가 없다는 점도 안타까워했다. 수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이우재 전 한나라당 부총재(77)가 유일했다. 2004년 이후 정치권에 아무런 '연줄'이 없으니 대한수의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수의사는 1만2000여명. 동물병원은 대·소형 병원과 동물원 부속 병원, 물고기병원 등까지 합쳐 3600여개에 달한다.

한 수의사는 "의사나 약사는 업계의 요구를 정치권에서 관철시키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며 "애완견 진료 부가가치세 부과 철폐, 동물약품 처방제 의무화 등의 업계 요구와 관련해 수의사회가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대 포기하고 한의대 갔는데, 지금 연봉이···"

 (머니투데이  2013.09.09 07:02)

['사'자의 몰락-6회] 건강식품 급증·경쟁 심화, 수입 10년째 내리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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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한의원들이 집단 휴업에 나선 지난 1월 17일 서울 시내 한 한의원에 붙은 안내문. 전국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천연물신약 무효화와 정부의 불공정 정책을 규탄하며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사진=뉴스1

 

# 14년차 한의사 A씨(38)는 최근 경기도 한 도시에 한의원을 냈다. 지난 2000년 한의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서울에 한의원을 냈다. 처음에는 제법 돈도 만졌지만 최근 수년간 보약 짓는 손님이 급감하고 경쟁업체가 난립하면서 힘들어졌다. 결국 경쟁자가 적은 곳을 찾아 서울을 떠났다. A씨는 "주변사람 말만 듣고 연세대 의대 포기하고 한의대 간 게 후회스럽다"며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점잖고 돈 많이 버는 전문직'으로 알려진 한의사가 예전 같지 않다. 각종 건강식품과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의 부상으로 '보약 매출'이 급감했다. 수입이 줄어드니 자흉침(가슴확대 침구 시술) 등 미용 시술로 시장을 넓혀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A씨는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인데, 해마다 한의사는 800명씩 쏟아진다"며 "한의원 취직해봤자 월급 300만원도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그마저도 취직이 안 돼 아우성"이라고 했다.

◇한의사 잡는 비아그라와 홍삼
한의사 업계의 수입은 2000년대 초반 피크를 친 뒤 줄곧 내리막길이다. 당장 보약 판매가 급감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양방 발기부전 치료제가 나오면서 '해구신', '웅기단', '흘사기' 등 한방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해구신'의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캐나다 물개의 포획량은 2001년 연간 25만마리에서 지난해 9만마리 이하로 급감했다.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의 범람도 한의원에게 치명적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홍삼은 지난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연령대별 맞춤형 홍삼 제품이 속속 나오면서 '총명탕'(수험생용 탕약) 등의 맞춤형 보약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지난 3월 발효된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역시 골칫거리다. 이 법에 따라 한약 처방을 캡슐에 그대로 담아 '전문의약품'으로 출시하면 의사만 처방을 내릴 수 있다. '활맥모과주', '청파전' 등 전통 한약이 캡슐에 담긴 채 'XXX 정', 'XXX 캡슐' 등 양약품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 '활맥모과주'를 본딴 'XXX 정'은 현재 대한한의사협회와 식약처 사이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소송이 진행중이다.

◇양극화된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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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건강보험통계연보 및 국가통계포털

시장의 '파이'는 줄어드는데, 한의사 수는 계속 늘어난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1만여명이 채 안 되던 한의사는 2011년 1만6000여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7000여개의 한의원은 1만2400여개로 불었다. 한방병원 역시 140여개에서 180여개로 늘어난 상황. 대한한의사협회가 추정하는 적정 한의사 숫자는 5000여명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의사 월평균 소득은 565만원이었다. 이는 30년 이상 경력의 '명의'로 소문난 한의원 원장 등도 포함된 평균치다. 국가고시에 갓 합격한 새내기 한의사들 중에는 월급이 3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젊은 한의사는 "한의원 몇개씩 거느린 '명의' 한의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세 한의원은 하루 10명도 안 되는 손님 받으면서 점점 빚만 늘어간다"고 푸념했다.

◇양방 의사들의 견제까지…
한의사들은 양방 의사들의 '비(非) 과학' 공세도 한의원 몰락에 한 몫 한다고 지적했다. B한의사(30·여)는 "내진한 환자에게 '보약 먹었느냐'면서 간 독성, 암 악화, 임산부 합병증 등을 모두 한의학 치료의 탓으로 돌리는 의사들이 많다"며 "독자적인 매커니즘을 갖고 발전한 한의학에 대해 '비과학' 낙인 찍는 의사들의 밥그릇 쟁탈전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한의사와 의사의 밥그릇 싸움은 한의원의 의료보험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한방 의료보험이 처음 도입된 1986년 26%에 달했던 한방 의료보험 비중은 지난해 4% 아래로 떨어졌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노인 질환 등은 양방요법보다 한의학 진료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며 "양방진료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한의학에 대한 잘못된 폄하행위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한의사는 "한약제 원료 가격은 30여년 동안 400배 가까이 올랐는데 약가는 한푼도 안 오르고 보험수가에 한번도 반영된 적 없다"며 "한의사협회가 의사협회보다 힘이 없어 정부와 교섭 한번 제대로 못하니 한의학 업계가 점점 망해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대 약사 "병원 앞 호객행위, 월급은 고작…"

 (머니투데이  2013.08.26 07:01)

['사'자의 몰락-5회] 경쟁심화 '폐업' 급증, "'개인 약국' 꿈도 못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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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올해 약사가 된 A씨(23·여)는 최근 약국 측의 요구로 호객 행위에 따라 나섰다. 서울 송파구 소재 한 대형 병원 앞에서 환자들에게 파스와 명함을 나눠주고 승합차에 태워 약국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병원 앞에서 환자로부터 처방전을 받자마자 무전기로 약국에 연락해 '조제 지시'를 내리는 것이 A씨의 역할이었다. 한번은 병원 측에 적발돼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 대형 병원은 교통 통제 등을 이유로 이 같은 호객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술집 호객꾼들이 불법 전단지 돌리다 단속되는 거랑 뭐가 다르냐"며 "나 스스로가 한심해 죽겠다"고 말했다.

A씨가 처음 출근한 날 일을 가르쳐준 사람은 약사가 아닌 이른바 '카운터'라고 불리는 '약국 직원'이었다. 연봉도 A씨보다 높다. 약국을 찾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각종 영양제며 건강드링크를 팔아치우는 데 '선수'다. 환자들은 가운 입고 상담하는 '카운터'를 보며 약사라고 착각한다. A씨는 뒤편에서 묵묵히 처방전에 따라 약봉지를 쌀 뿐이다.

얼마 전 A씨는 재고 문제로 한바탕 난리를 쳤다. 인근 대형 병원에서 소염진통제로 주로 '디클로페낙' 처방을 내려 재고를 넉넉히 쌓아놨는데, 돌연 '에토돌락'으로 바뀌었다. 재고를 털어내려고 처방전과 다른 약을 조제하면서 손님과 '약값 흥정'까지 했다. 결국 약국장의 잔소리를 들으며 재고 물량을 다른 약국에 '떨이'로 넘겨야 했다.

개인 약국의 꿈은 이미 사라졌다. A씨는 "페이(월급받는) 약사로 돈 좀 벌어 내 약국 갖고 싶다는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며 "차라리 병원 많이 입주한 건물주 아들에게 시집가는 게 더 빠르고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대형병원 인근 약국의 권리금은 수억원에 이른다. 서울 종로구의 한 20㎡ 규모 약국의 경우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이지만 권리금이 5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 의약품과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종합 판매하는 '올리브영', '왓슨스' 등 드럭스토어가 점점 늘어나면서 개인 약국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8월 현재 전국의 약국은 약 2만여 곳. 절반 가량이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약국 숫자는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1년 폐업 약국 수(1683)가 처음으로 개업 약국 수(1666)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폐업 약국 수(1853)가 개업 약국 수(1732)보다 100곳 이상 많았다. 폐업 약국의 대부분이 개인 약국들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전국 3만2606명의 약사 가운데 2만8112명이 병원이 아닌 개인 약국에서 일하고 있다.

약국은 줄어드는데 약사들 간 경쟁은 더 심해진다. 과거 매년 1300여명씩 늘어나던 약사는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도입 이후 매년 20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수입도 정체돼 있다. 2009년 월평균 245만원 가량이던 약사 소득신고는 2010년 249만원, 2011년 246만원으로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A씨는 "소득신고 탈루분을 감안하더라도 대형병원 앞의 이른바 '문전약국'이 아니면 한달에 300만원 이상 받는 월급 약사는 거의 없다"며 "약사 평균 소득이 약국장들의 소득까지 합친 것임을 감안하면 일반 약사들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년 걸려 전문의됐는데···외상 약값만 수억원"

 (머니투데이  2013.08.19 08:02)

['사'자의 몰락-4회]급여항목 확대로 수입 제자리 "회사원보다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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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문을 열고 100년 넘게 운영된 경남 진주의료원이 3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올해 폐업했다. /사진=뉴스1

 

# 지난달 20일 오후 정신과 전문의 A씨(53)는 경남 거제도의 한 공원에서 칼을 들고 경찰과 대치했다.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참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 경찰이 30분 동안 설득한 끝에 칼을 빼앗고 A씨를 가족에게 돌려보냈다.

한때 '사위로 맞으려면 열쇠 3개(집·차·금고)는 기본'이라던 의사들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인건비 등 병원 운영비 부담은 늘어나는데 의료수가는 제자리걸음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진료항목'은 점점 늘어나는데, 통상 수가의 반토막으로 책정되니 병원 적자 폭이 늘어난다. 최근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으로 가뜩이나 어렵던 '수술하는 과'(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인기는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의료수가
의사들마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급여항목 수가가 비현실적이다"라는 것. 급여항목이란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비 일부를 부담하는 질환 및 수술 항목을 말한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 질환)의 급여항목 포함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포괄수가제가 확대 적용되며 불만은 더욱 심해졌다. 과잉진료를 막을 목적으로 질병당 정해진 치료비만 내도록 한 제도인데, 기준이 '대형병원 진료비'에 맞춰졌다. 중소형 병원 의사들은 "병상 2000개 이상의 대형병원이나 맞출 수 있는 가격으로 수가가 책정됐다"고 성토했다.

특히 산부인과는 제왕절개 분만이 포괄수가제 대상이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출산할 때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금액 상한선 정해놓고 진료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제왕절개 때 쓰는 유착방지제(내장이 달라붙지 못하게 해주는 일종의 젤)도 가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해 출산 후 장협착 증세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급여로 눈 돌리는 비전문의들
급여항목 확대로 병원 수입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외래환자 1인 1일당 평균 진료비는 2007년 5만5770원에서 2010년 5만9136원으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입원환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100병상(베드)당 월평균 입원수익은 같은 기간 4억1404만원에서 4억46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업의들은 돈이 되는 미용시술 등 '비급여진료항목'으로 손을 뻗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 소지자는 다른 과의 진료도 맡을 수 있다. 다만 'OO과 의원'처럼 간판에 전공분야를 표시할 수는 없다. 이에 일부 의사는 '진료과목'이라는 단어를 간판 중간에 조그맣게 숨기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올 1월 기준으로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의원 3만2000여곳 가운데 성형외과 전문의 의원수는 977곳 뿐이지만 보톡스, 필러 등 미용시술 의원은 1만여곳에 육박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성형의 메카' 서울 강남구의 성형외과 650여곳 중 절반 가량이 비전문의 병원이다.

비전문의 확대는 의료사고나 마약류 남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조사 결과, 2011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성형외과 의료사고 및 마약류 남용 사례 가운데 80% 이상이 비전문의 병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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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걸려 전문의 돼도 처우는 '회사원' 수준
전문의가 되려면 학부 6년, 인턴 1년, 전공의(레지던트) 4년을 거쳐야 한다. 약 2년의 군복무도 해야하는 남성의 경우 전문의가 되려면 최소 13년이 걸리는 셈이다.

인턴부터 전공의 수료까지 5년여 동안 월급은 대형 대학병원 기준으로 300만원 남짓이다. 그러고도 주당 120시간씩 근무한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 의사 평균 소득은 583만원이었다. 한 40대 정형외과 전문의는 "4년제 대학 졸업하고 곧바로 대기업 가서 최근 부장된 친구의 연봉과 내 소득이 거의 같다"며 "내가 전공의 수련할 동안 그 친구가 번 돈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적게 번 셈"이라고 했다.

문제는 의사 수의 증가세를 고려할 때 처우가 더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77년 2만명도 안되던 의사수는 2003년 8만명, 2012년에는 11만명을 넘어섰다. 해마다 3000명이 넘는 의사가 쏟아져 나와 점점 경쟁은 심해진다. 2010년 이후 매년 140개 병원, 1600개 이상의 의원이 폐업했다.

한 소형 병원 원장은 "적자 돌려막으려고 제약사에 아직 못 준 외상값만 수억원"이라며 "비현실적인 수가 책정이 계속되면 결국 의료의 질만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90시간 일했는데 연봉 30% 삭감이라니…"

 (머니투데이  2013.08.12 07:34)

['사'자의 몰락-3회] 40대 초·중반이면 '생명 끝' 애널리스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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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고층빌딩 사이에서 살인적 업무강도와 연봉 삭감에 허덕이는 애널리스트들이 늘고 있다. /사진=머니위크

 

# 최근 여의도에 '애널리스트 연봉 50% 삭감'이라는 괴담이 돌았다. 한 증권사에서 퇴사를 유도하려고 지난해 연봉의 절반으로 재계약을 제의했으나 한 애널리스트가 받아들였다는 것. 한 애널리스트는 "연봉 50% 삭감 사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20~30% 삭감된 동료들은 꽤 있다"고 말했다. 거래대금 급감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대폭 악화된 때문이다.

# 한 대형증권사 RA(Research Assistant: 보조연구원)로 3년 동안 근무한 A씨(30)는 최근 자산운용사로 이직했다. '증권시장의 냉철한 분석가' 애널리스트가 되길 원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보고서(리포트) 작성도 힘들지만, 이는 전체 업무의 3분의 1도 안됐다. 영업 지원 자료를 만들고 지점 교육 다니는 '영업 2중대' 생활이 계속됐다. A씨는 "정작 본업으로 생각했던 리포트 업무가 적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고액연봉자', '꿈의 직업'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투자분석사)들의 처우가 예전 같지 않다. 애널리스트 숫자는 대폭 늘었는데 증시는 불황에 허덕이는 데 따른 것이다.

◇거래급감, 애널리스트 연봉에 직격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5년 1월 756명(RA 포함) 수준이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수는 올 1월 1453명으로 급증하며 약 2배가 됐다.

반면 주식 거래대금은 2년새 반토막이 났다. 지난 2011년 1702조원에 달했던 코스피시장 거래대금은 지난해 1196조원으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 거래대금은 507조원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체 거래대금은 1000조원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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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널리스트 수는 매년 1월 기준/출처=금융투자협회

 

주식거래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증권사들의 실적이 좋을리 만무하다. 3월 결산인 주요 증권사 22개사의 지난 회계연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줄었다. 순이익은 56% 급감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연봉 삭감으로 이어졌다. 증권사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외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을 20%씩 삭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RA 초봉이 3000만원도 안 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살인적 업무시간···낮아지는 은퇴연령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은 14시간 안팎으로 알려져있다. 또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어서 주 80시간 근무는 기본이다. 최근에는 1주일에 9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로 아침 7시에 나와 밤 10~11시에 퇴근한다"며 "다른 선배 애널리스트 중에는 새벽 4시30분에 출근하고 주6일 근무하는 분도 계시다"고 귀띔했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애널리스트가 1주일 평균 90시간씩 일할 경우 시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2만원을 조금 넘는다.

애널리스트들의 연령대도 점차 내려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4년말 41.2세였던 애널리스트 평균연령은 2011년 6월 33.4세까지 낮아졌다. 20~30대가 전체의 77%다. 같은 기간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의 평균연령은 39.7세에서 33.2세로 낮아졌다.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을 거느리는 리서치센터장의 주요 연령대도 과거 40대 후반∼50대 초반에서 40대 초중반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사실상 40대 초중반이면 애널리스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회사원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듯 보여도 수명이 짧으니 결국 미래 소득을 미리 끌어다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낮아진 문턱···이직시장 냉각

한때 증권가 '스카웃 전쟁'의 중심에 섰던 애널리스트들이지만 이제는 대접이 달라졌다. 한 증권사 인사팀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애널리스트 숫자를 줄어지는 않아도 결원이 생긴 자리에 새로 사람을 안 뽑는 식으로 숫자를 줄인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등록 요건이 완화된 것도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금융투자협회는 '금융투자전문인력과 자격시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타 업종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옮길 경우 RA 1년 의무 근무 규정을 삭제했다. 금융투자분석사 자격증 취득 의무가 면제되는 기관도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원 2곳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은행·금융기관·상장법인·공공기관 등이 출자한 연구기관 등으로 대폭 늘어났다.

한 애널리스트는 "RA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지 못한 일반 기업 사람들도 애널리스트도 쉽게 들어오면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며 "데려다 쓸 사람이 많아지니 증권사들도 연봉 두자리수 삭감 얘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보기술(IT) 분야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36)는 "요즘 국내에서 활동하는 62개 증권사 대부분이 IT분야 애널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어 이직하기도 마땅치 않다"며 "결국 40대 초반이 돼 업계 수명이 다 하면 갈 곳은 자산운용사나 IT업체 IR(투자자관리) 담당부서 정도 밖에 남지 않는데 그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月 200만원 버는 변호사 "어디 하소연도 못해"

 (머니투데이  2013.07.29 07:30)

['사'자의 몰락-2회] 변호사 '대량생산'시대, '연봉'따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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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2기 사법연수원 수료식' /사진=뉴스1

 

#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열린 지난 1월2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강당.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절반 넘는 연수원 수료생들이 일자리를 찾아다니느라 수료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군입대 인원을 제외한 645명 가운데 302명(46.8%)만이 판·검사 임용 및 로펌 취업에 성공했다. 연수원생들은 "그나마 지난해 취업률(40.9%)보다는 높아졌다"면서도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 지난해 한 재경지법 국선전담 변호인으로 뽑힌 A변호사(35)는 지금도 한번씩 가슴을 쓸어내린다. 41명 선발에 38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무려 9.46대 1에 달했던 때문이다. A변호사는 "법조시장이 위축되다보니 월급 600만원 받고 2년마다 재계약하는 국선전담변호인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말했다.

자격증만 딴 채 '손가락 빠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변호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매해 1000명씩 사법시험 합격자가 나왔다. 로스쿨 졸업생이 나오기 시작한 2012년 이후로는 해마다 약 2000명의 변호사가 나오고 있다. 현재 1만4000여명에 달하는 변호사는 2016년 2만여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사시 끝 낙원'은 옛말이 됐다.

◇넘쳐나는 변호사
1990년대 초반 300여명에 머물던 사법시험 합격자수는 1996년부터 500여명으로 늘기 시작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1000명 안팎이 됐다. 2010년부터 로스쿨 도입에 따라 정원이 줄긴 했지만 2012년부터 로스쿨 1기 졸업생 1451명이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며 매해 변호사 수는 폭증하고 있다.

이는 수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4월 한국고용정보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변호사 평균 연봉은 8860만원이다. 국내 10대 대형 로펌이 채용하는 연수원 졸업생은 1년에 10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변호사 3명이 함께 서울 서초동에 개업한 한 법률사무소의 경우 변호사 1인당 한달 수입이 2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들어오는 돈은 적은데 변호사 됐다고 하면 향우회며 동문회 등에 내야 하는 돈이 많아 사실상 일반 회사원보다 못한 삶을 산다"고 토로했다.

경쟁에 치이는 것은 대형로펌도 마찬가지. 지난해 가을 국내최대 로펌 A사는 한 유통업체에 '공짜 변호사'를 파견했다. 업체의 요청도 없었다. 이른바 '경쟁사 고객대상 마케팅'이다. 처절한 구애 끝에 이 유통업체는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A사에 일을 맡겼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조시장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졌다고는 하지만 대형로펌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수임료는 뚝뚝···하향평준화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단가는 로스쿨이 지난해와 올해 1451명, 1538명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곤두박질쳤다. 10여년 전 일반 민사사건 수임료가 500만원 선이었다면 요즘은 200만원 이하 사건도 부지기수라는 전언이다. 한 사시 출신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몸값을 낮춰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 대형로펌은 같은 시기 공채로 뽑은 사시 출신 변호사의 절반보다 조금 높은 초봉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채용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이를 항의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개업보다는 로펌에 있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늘어나는 변호사 숫자로 인해 변호사들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지난 2011년 2건 이하로 줄었다. 충남 중소도시에 사무실을 낸 한 변호사는 '영일만 변호사'라며 자조했다. 홀수달은 0건, 짝수달은 1건 수임한다는 뜻이었다. '영일만 변호사' 사무실 달력에는 단 1개의 '공판기일' 메모가 적혀있다.

◇"변호사 유사직종 줄여달라"
한 변호사는 "변호사 유사직종을 없애야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숫자가 적었던 과거 보조업무 수행을 위해 존재했던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등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유사직종 없는 영국, 미국처럼 우리도 변호사가 법조업무를 일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모 세무사(66)는 "세법은 사법시험 1차에서만 선택과목으로 있고 그마저도 대부분 사시생들은 국제법을 선택한다"며 "변호사라고 해서 실무경험도 없이 모든 분야 법조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교수는 "유사직종 이익단체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가 그 밥그릇 뺏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로스쿨이 변호사를 쏟아내는만큼 배 곯는 변호사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S대 출신 회계사 10년새 1/3로 급감… 왜?

 (머니투데이 : 2013.07.20 06:39)

['사'자의 몰락-1회] 공인회계사 위세 '흔들', 업계엔 "서울대지수가 있다"는데…

 

# 지난해 한 '메이저' 회계법인에 입사한 A씨(29)는 행정고시 응시를 고민중이다. 3년여 공부해 공인회계사가 됐는데 대기업보다 못한 초봉 3800만원을 받고 나니 속이 쓰렸다. 입사 4년차 선배 월급도 세전 350만원 가량이다. 올해 성과급이 200만원도 안 된다는 소문도 돌았다. 선배들은 "업무량이 2배 늘어도 성과급은 깎인다"고 씁쓸해했다.

# 지난해 9월 상장폐지된 업체의 소액주주들이 회계법인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업체 직원이 위조서류를 내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를 잘못 만든 것"이라고 판시했다. 해당 회계법인 관계자는 "업체가 주는 서류마다 깐깐하게 검토하면 다음해 거래가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대로 된 자료를 요청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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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CPA(공인회계사)로 진출하는 서울대 졸업생의 숫자가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한 회계사는

CPA(공인회계사)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1등 신랑감'은 커녕 부실법인 감사를 맡았다가 같이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부실법인 감사로 배정되면 퇴사까지 고려할 정도다. 감사적정의견을 제출한 뒤 부도 나면 회계사까지 도매금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경력직 공무원으로 옮기면 5급 대우(과장급)였지만 이젠 7급(주사급)에 불과하다. 이른바 '사'자의 굴욕이라는 지적이다.

한 회계사는 '서울대 지수'(SNU index)라는 말을 꺼냈다. 서울대 졸업생 업계입문 현황을 보면 호·불황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뜻. 2003년 148명이었던 서울대 출신 공인회계사는 지난해 58명에 불과했다. 매년 선발하는 1000여명의 회계사 중 2006년 이후 서울대 출신 회계사는 두자리 숫자에 머물러있다.

◇준고시급 공부해도 처우는 평범, 책임은 막대
2000년대 초반부터 회계법인 초봉은 거의 제자리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처우가 악화된 셈. '회계법인 가격덤핑'이 원흉이다. 최근 5년 동안 감사수수료가 급락했다. 감사대상 기업은 성장했는데 수수료는 반토막난 경우도 있다. 사내복지에 돌릴 예산은 꿈도 못 꾼다.

수익을 맞추기 위해 업무량이 늘어나고 감사 '질'은 떨어진다. 자료 요청해도 비협조적인 업체가 부지기수. 부실감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회계사들은 "수사기관도 아닌 우리가 자료제출 강제할 수도 없다"며 "상장사에 감사의견 부적정의견이라도 내면 주주들이 벌떼처럼 일어난다"고 하소연했다.

일반기업에 비해 회계법인의 장점으로 꼽혀온 것은 낮은 연차에 책임있는 일을 맡기는 풍토. 소규모 비상장사는 3~4년차 회계사가 감사보고서를 쓰기도 한다. 이는 업체의 자료제출 비협조로 인한 부실감사와 맞물리면서 고스란히 젊은 회계사의 '뒷감당'으로 돌아온다.

◇법인 내에서도 본연업무 '감사'보다 돈되는 '세무' 몰려
최근 부서 재조정을 한 S회계법인에서는 감사부서에서 세무부서로 옮기려는 회계사들이 급증했다. 경쟁률이 5대1을 넘었다는 후문이다. 부서이동에 실패한 한 회계사는 "감사가 회계사 '메인'이지만 잘해봐야 본전이고 부실감사 한번 나면 쪽박 찬다"면서 "세무조정은 내가 법리해석 잘해서 기업이 낸 세금 소급 받으면 성과급도 잘 나오고 리스크도 없는 '못해도 본전'"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세무부서 인기 상승은 감사영역의 수익 정체 때문이다. 잇따른 부도기업, 상장폐지사에 대한 부실감사 타격을 회계법인이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 모두 감사영역 수익이 정체됐다. 정운오 서울대 경영대 교수(59)는 "회계사 본연 업무인 감사가 IFRS도입 이후 챙길 것은 많아지고 수익은 잘 안 나는 '계륵'이 됐다"고 전했다. 이는 감사부서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4대 법인 모두 4년 전부터 성과급이 하향곡선이다. 이 중 한 회계법인은 올해 성과급이 200만원도 안 나올 수 있다는 소문에 사내 분위기가 흉흉하다.

◇"지정감사제 도입이 대안" vs "자유시장경제 역행"
일부 회계사들은 지정감사제를 통한 감사수수료 책정과 감사업무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B회계사(33)는 "금융감독원이 최소한 상장기업이라도 지정감사제를 실시해 주요 회계법인에 쏠린 업무량을 분산시켜 정상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한다"며 "권한도, 자료도, 충분한 기한도 보장이 안된 채 이뤄지는 부실감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C회계사(35)는 "감사는 공익을 위해 정부에게 자격증으로 권리를 이양 받은 회계사가 '준공공재' 공급업무를 맡는 것"이라며 "정부개입 없이 자유수임제로 맡겨놓고 저축은행사태 등 터질 때마다 금감원이 '회계법인 감리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거들었다.

반면 정운오 교수는 "기업별로 감사할 회계법인을 누가 지정해줄 것이냐"며 "금융감독원 등이 지정하게 되면 자유시장경제에 역행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회계사는 "법인 고위층들이 자신들 영업력으로 감사 수주를 많이 따와 회사 키워놨는데 지정감사제로 돌리자고 하면 좋아하겠냐"며 "지정감사제 도입은 절실하지만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