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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만 봐도 딱 나쁜 남자..이정재의 재해석 (오마이뉴스 2013.09.20 13:51)

'관상'만 봐도 딱 나쁜 남자..이정재의 재해석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 관상 > 은 다분히 추석 대목을 겨냥한 영화이다. 요즘 영화계 흐름과 마찬가지로, 전문가 평점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영화 개봉 9일 째 400만을 돌파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 관상 > 은 대중 상업 영화로서는 확실히 성공한 케이스로 남을 듯 하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개봉했고, 사극 영화라는 부분에서 < 관상 > 은 개봉 전 지난 해 천만관객 신화를 수립한 제2의 < 광해, 왕이 된 남자 > (이하 < 광해 > )로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송강호, 김혜수, 백윤식, 이정재, 조정석, 이종석 등의 화려한 캐스팅은 < 광해 > 와 더불어, 지난해 천만 관객을 기록한 < 도둑들 > 의 스타 라인업을 연상시킨다.


영화 < 관상 > 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

주피터 필름

믿고 보는 배우들의 총출동, 추석 연휴임에도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경쟁 영화가 많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 < 관상 > 은 잘 될 수밖에 없던 영화였다. 하지만 엄청난 흥행 속도와 별개로, < 관상 > 에 대한 평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굉장히 재미있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와, 스토리 부분이 약했다는 또다른 지인들의 이야기. 하지만 영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던지 간에, 어느 한 부분을 보는 관점은 대부분 비슷했다. 바로 수양대군으로 출연한 이정재의 연기력이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엄연히 말해서 < 관상 > 의 캐릭터들은 기존에 나왔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새롭지도, 독특하지도, 입체감이 있지도 않다. 추석 대목 상업적인 흥행을 고려하여 만든 대중 영화이기 때문에, < 관상 > 은 캐릭터나 시나리오 전개에 있어서 굉장히 안전한 길을 택한 것 같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정해진 운명은 무엇을 해도 바꿀 수 없다는 예정된 결말 하에, 익숙하고 정형화된 캐릭터와 선악구도법 스토리텔링으로 2시간 넘는 러닝타임을 이어나간다. 영화 < 건축학개론 > 납득이의 사극버전을 연기하는 것 같은 조정석은 감초로서 대중들을 웃겨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기생 연홍으로 출연하는 김혜수는 흡사 < 타짜 > 의 정마담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캐릭터 정형화의 끝판왕은 이정재가 맡은 수양대군이다. 영화 시작 한시간만에 등장하는 수양대군은 호시탐탐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려는 나쁜 삼촌이다. 수양대군에 맞서 단종을 지키는 호랑이 상 김종서(백윤식 분)와 달리 이리 상으로 등장하는 수양대군은 얼굴에 깊숙이 배인 상처만큼 절대 악으로 등장한다.

등장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밑도 끝도 없이 나쁜 남자인 수양대군은 가장 정형적이고 단순한 악역 캐릭터의 극치를 달린다. 하다못해, 요즘은 악역에게도 인간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어쩔 수 없이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이유(?)를 조명하는데 반해, < 관상 > 속 수양대군은 왕 자리에 눈이 뒤집어 어린 조카도 해치려드는 타고난 운명부터가 나쁜 인간일 뿐이다.





영화 < 관상 > 에 출연한 이정재

ⓒ 주피터 필름

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쁜 남자일 뿐인 수양대군을 살려낸 것은 온전히 배우 이정재의 역랑이었다. 도저히 영화 속 수양대군의 캐릭터에는 공감도, 이해도 가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수양대군에게 자꾸 끌린다. 수양대군 캐릭터 자체가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옴므파탈의 결정체인 탓도 있겠다만 이건 캐릭터 본연의 설정보다도,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공을 높이 평가해야할 것 같다.

< 모래시계 > 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이후, 그동안 < 정사 > , < 태양은 없다 > , < 하녀 > , < 도둑들 > , < 신세계 > 등 쉴틈없이 연기 활동을 하였지만 이상하게 이정재는 배우라는 이미지보다, 잘생긴 스타, 모델 이미지에 가까워 보였다. 절친인 정우성과 더불어 연예계를 대표하는, 수려한 외모와 훤칠한 기럭지 탓에 매 작품마다 평균 이상 연기력을 선보였음에도 그 뛰어난 외모에 가려진 이정재는 그렇게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아이콘, 비주얼 스타로 이미지가 굳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송강호, 김혜수, 백윤식 등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명배우들이 총출동한 < 관상 > 에서 이정재는 캐릭터, 연기력, 카리스마 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른 배역에 비해 절대 악역으로 등장하는 수양대군 캐릭터가 워낙 '쎈' 덕분도 있겠다만 너무나도 악으로 점철되어서 도저히 인간적인 매력도 공감도 느낄 수 없는 수양대군을 이정재는 나름 설득력 있게 그려내었고, 한국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옴므파탈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 < 관상 > 을 보러갔는데, 이정재만 실컷 보고 왔다"는 평처럼 < 관상 > 은 수양대군도 아닌, 배우 이정재의 영화였다.

"이정재의 대표작으로 추가"라는 < 씨네21 > 이화정 기자의 한줄 평처럼 이정재는 < 관상 > 의 출연으로 20년 남짓 지속해오던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빛내는 대표작을 추가함과 동시에, 그의 이름만으로 믿고 볼 수 있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온전히 우뚝 서게 되었다. 완벽한 비주얼을 가진 미남 청춘스타에 안주하기보다, 꾸준히 여러 장르물에 캐릭터 변신까지 마다하지 않은 배우 이정재의 노력이 일구어낸 최고의 반전 결말이었다.


 

문소리를 다 안다고 자부한다면 당신은 '스파이'!

 (오마이스타 13.09.19 09:54)

[인터뷰] 영화 '스파이'로 코미디에 액션까지 도전했다

 

 영화 <스파이> 시사회에서 남편이 스파이라는 걸 모르는 안영희 역의 배우 문소리가 1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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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배우 문소리가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동안 '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여배우'로 알려졌던 문소리는 추석을 겨냥한 영화 <스파이>에서 제대로 웃긴다. 하지만 한없이 망가져서 폭소를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그가 분한 영희는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아내라서 더욱 유쾌하다.

문소리는 임신에 공을 들이고, 출산까지 신경 쓰면서 한동안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되는 공백기 동안 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인지도'였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연기자이지만, 어쨌든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 아닌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마주한 문소리는 "복귀는 무섭지 않았는데, 떨어진 인지도를 올리는 건 신경이 쓰이더라"고 털어놨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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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 "설경구와 3번째…세월은 어디 가지 않더라"

문소리는 <스파이>에서 낯익은 얼굴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영화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의 그, 설경구였다. <박하사탕> 때는 설경구와 눈을 맞춘 적도 없고, 반대로 <오아시스> 때는 문소리가 안쓰러워 곁에도 잘 오지 못했다는 설경구와의 작업이었다. 문소리는 "평소에도 애틋하게 생각하고 연락하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세월은 어디 가지 않더라"면서 "훨씬 여유가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본격적인 코미디와는 첫 인연이다. "왜 이제야"라고 묻자 문소리는 "작품도 인연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코미디물의) 섭외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제안이 있어서 하게 됐다"고 답했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선사한다는 건,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문소리는 "'저렇게까지 하니' '안 웃겨' 이런 말보다 재밌다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화 <스파이>의 한 장면
ⓒ JK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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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에서 문소리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빨간색 튜브톱 원피스를 입고 액션 연기를 소화한다. 아기를 낳고 몇 개월 지나지 않은 것이 무색할 정도다. 그때 이후로 부기가 한층 더 빠져서일까.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을 찍을 때, 문소리는 화이트 팬츠를 무려 '허리 라인을 잡아서' 입었다. 엄청난 비법이라도 있을 줄 알았건만 "덜 먹고 많이 뛰는 게 방법이다. 팔자려니 해야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인간' 문소리 "채식주의 규정하고 싶진 않아"

문소리는 임순례 감독을 만나고부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가입했다. 슬슬 고기도 먹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로 정의하기는 주저했다. "맥주를 마시다 기분이 좋으면 치킨도 한 조각 먹을 수 있는 거지"라면서 "먹어도 되는데 잘 안 먹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엄격하게 선을 그어서 자신을 틀에 가두려 하기보다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두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스스로 엄격한 지점이 안 그래도 많은데. 늘 충돌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두 가지 마음이 계속 싸우죠. '열심히 일했는데 자유롭게 살아야지' 생각하지만, 삶의 방식은 지키는 거죠. 평소에 텀블러도 갖고 다니고요. '생각은 하자. 지키려고 노력하자' 이 정도예요. 얼굴에 주름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마음에 주름이 많이 생기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웃음) 풀어줄 때는 풀어주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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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에게 설경구는 든든한 오빠요, 송강호는 적적할 때 맥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선배다. 송강호와는 연기나 작품 등에 대해 생각하는 지점이 비슷하다고. 이창동 감독과 임순례 감독, 홍상수 감독과 명필름 심재명 대표 등을 언급한 문소리는 "인복은 대한민국 톱"이라면서 "이분들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도 배웠다"고 전했다. 오늘날의 '인간'이자 '배우' 문소리를 있게 한 이들이다.

'아내' 문소리 "남편 영화 '화이' 개봉, 내가 다 떨린다"

문소리가 <스파이>로 9월을 책임진다면, 10월은 그의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돌아오는 달이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를 통해 '천재 감독' 소리를 들었던 장 감독은 오는 9일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를 내놓는다. 문소리는 "<스파이>와 <화이> 중 어느 영화가 더 잘됐으면 좋겠냐"는 짓궂은 질문에 <화이>라고 답했다. "우리 영화는 어떤지 아는데, <화이>는 잘 모르는데다 기대치도 높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제가 다 떨려요. 10년 만에 만드는 작품이잖아요. 남편은 정말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시작하니까 확 다르더라고요. 평소에 가족에게 잘하던 사람이라서 더욱 격차를 크게 느끼나 봐요. <화이>에 같은 회사 배우 조진웅이 출연해서 매니저를 통해 현장 스케줄표를 다 받았어요.(웃음)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 파악이 쉬웠어요. 현장에 가도 되는 신, 안되는 신도 알 수 있었고요."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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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은 <화이> 스태프가 뽑은 '한국에서 가장 가정적인 영화감독 남편'에 등극했단다. 이유는 3가지였다. 문소리는 "힘들 때, 남편이 혼자 앉아서 휴대전화 속 아기 사진을 보면서 빙긋이 웃었다더라"면서 "또 내가 촬영장에 찾아갔을 때, 장염에 걸렸다가 열흘 만에 식판에 밥을 받았을 때처럼 환하게 웃었다더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이유는 후반 작업을 하던 중, 집에서 전화가 오자 받아서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문소리는 "대부분 전화를 안 받는다더라"면서 "영화감독의 아내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존경스럽다"고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