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취재 인사이드] "치아 하나당 10만원짜리 임플란트하는 날 곧 온다는데…"
요즘 증권 시장에선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새 정부가 ‘창업의 아이콘’으로 추앙하는 덕분에 3D 프린터 테마주도 생겼습니다. 3D프린터는 3D(3차원)라는 말 그대로 입체적인 물건을 출력해주는 기기입니다.
3D 프린터만 있으면 장난감 하나 정도는 금방 만듭니다. 버튼을 누르면 입력한 설계도대로 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려 원하는 장난감이 나옵니다. 이런 3D 프린터의 등장에 잔뜩 예민해진 업계가 있습니다. 치의학계입니다.
◇“3D프린터를 이용해 100만원으로 치아 모두를 바꿀 수 있다”
“당장 정정보도해주세요.” “아예 기사를 삭제해주세요.”
얼마 전 저녁, 기자의 휴대전화에 불이 나도록 벨이 울렸습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첨단 기술 전시회 ‘스마트클라우드쇼 2013’의 취재를 마치고 막 퇴근했을 때였습니다. 이날 전시회에선 ‘3년 후 세상을 흔들’이라는 주제로 한 전문포럼도 열렸는데, 한 전문가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3D 프린터 제조업체 캐리마 이병극 대표는 3D 프린터가 가져올 미래상과 관련, “앞으로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단돈 100만원으로 치아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이드인스페이스의 우주 3D 프린터 프로젝트 /메이드인스페이스 홈페이지
![메이드인스페이스의 우주 3D 프린터 프로젝트 /메이드인스페이스 홈페이지](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309/16/2013091602927_1.jpg)
그는 “우주비행사들은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일일이 챙기지 않고 3D 프린터를 우주에 가져가 필요한 물건을 출력해 쓰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치아 하나당 10만원에 임플란트하는 시대 온다”’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됐고 기사 마지막에는 ‘3D 프린팅 콘테스트’ 수상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사람은 콘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한 모 치과대학 연구팀이었습니다. 3D 프린터로 모형 치아를 개발한 젊은 교수는 “치아가 빠진 자리에 자가(自家) 치아 대신 3D 프린터로 출력한 치아를 쓰는 날도 올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수상 소식과 함께 임플란트 가격 하락 가능성을 제목으로 한 기사가 나가니 그 젊은 교수가 부담을 느꼈던 겁니다. 한국 치의학계가 임플란트 시술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상황에서 3D 프린터로 모형 치아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했습니다.
◇3D 프린터 가격 급락해 100만원대 제품도… “3D프린터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잘 팔린다”
해외에서는 3D 프린터가 가져올 제조업 혁명 관련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4년 6월부터 3D 프린터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필요한 부품을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주에서 잃어버리거나 깨져서 쓸 수 없는 부품, 교체가 필요한 부품을 지구에서 조달할 필요 없이 우주 공간에서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어 쓰겠다는 것입니다.
제조업체 맥라렌과 레드불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용 부품을 생산합니다. 나이키는 3D 프린터를 통해 신발 시제품을 만들지요.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스미소니언박물관은 특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진품을 스캔하고 3D 프린터로 복제품을 출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치아 임플란트 주요 요소 /오스템임플란트 (위 사진) 독일 EOS 시스템즈가 3D 프린터 등으로 각종 보철물을 출력, 전시한 모습/E.O.S 홈페이지 (아래 사진)
![치아 임플란트 주요 요소 /오스템임플란트 (위 사진)
독일 EOS 시스템즈가 3D 프린터 등으로 각종 보철물을 출력, 전시한 모습/E.O.S 홈페이지 (아래 사진)](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309/16/2013091602927_2.jpg)
3D 프린터 가격도 급락 중입니다. 올 7월 9일 영국 가전 소매업체 마플린(Maplin)이 100만원대(700파운드) 3D 프린터 ‘벨레만(Velleman) K8200 모델’을 내놓았는데 인터넷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3D 프린터 특허(플라스틱을 녹여 쌓아올리는 방식)가 만료돼 너도나도 3D 프린터 제조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임플란트 수술에 결정적인 10만원대 ‘서지컬 스텐트’도 나와
3D 프린터 혁명이 치의학계 임플란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치의학 전문의들에 따르면,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치아 뿌리 역할을 하는 ①인공치근을 턱뼈에 이식하고 그 위에 치아 역할을 하는 ②인공치관(crown)을 덮어씌우는 것을 말하는데, 인공치근과 인공치관를 연결하는 ③지주대도 필요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인공치근, 인공치관, 지주대 등을 모두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독일 3D프린터 업체 EOS는 인공 치관부터 브릿지, 플라스틱 모형, 치근 부속품까지 3D 프린터로 출력합니다. 다만, 비용이 문제입니다. 인공치근과 지주대는 티타늄 등 주로 금속 소재이고 인공치아는 세라믹 재료를 많이 쓰지요.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왼쪽)와 ‘3D 프린터의 모든 것’ 저자 허제 씨가 3D 프린터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하늘 인턴 기자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왼쪽)와 ‘3D 프린터의 모든 것’ 저자 허제 씨가 3D 프린터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하늘 인턴 기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309/16/2013091602927_3.jpg)
‘3D 프린터의 모든 것’ 저자 허제 씨는 “금속 재료도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3D 프린터 비용과 재료값이 더 낮아져야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저가 상업용 프린터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임플란트 같은 정교한 작업을 하려면 산업용 프린터가 필요합니다. 산업용 프린터는 대당 가격이 수억원이 넘습니다. 임플란트 수술 가이드 역할을 하는, 10만원 남짓한 가격의 ‘서지컬 스텐트(surgical stent·이하 수술용 가이드)’가 혁명의 진원지였습니다.
◇3D프린터로 출력한 ‘수술용 가이드’ 이용하면 모든 의사가 임플란트 高手
고숙련 치과 의사들은 적절한 위치에서 올바른 방향과 각도로 인공치근과 인공치아를 심어야 임플란트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수준급 시술 능력은 오랜 경험을 쌓아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 구강 구조와 치열 상태에 꼭 맞게 3D 프린터로 출력한 수술용 가이드를 이용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실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누구나 고숙련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최진 서울미르치과 원장은 “임플란트 경력만 20년 이상인 저도 3D 프린터로 출력한 수술용 가이드를 이용해 도움을 받았다”며 “수술용 가이드는 잘못된 방향으로 시술을 하면 시술 도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특히 저(低)숙련 의사가 실수를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메가젠임플란트라는 회사는 수작업으로 만들던 수술용 가이드를 3D 프린터로 출력해 치과 병원에 공급하고 있는 데,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환자 구강을 단층촬영(CT)한 파일을 받아 3D 프린터로 환자 맞춤형 가이드를 찍어 냅니다.
김종철 메가젠 이사는 “인공 치아를 심는 과정 자체를 무서워했던 여성 전문의도 3D 프린터로 출력한 가이드 덕분에 임플란트 시술에 도전하며 여성 특유의 꼼꼼함을 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국내 치과 의사 중 여성 전문의 비중은 45% 정도지만, 임플란트 전문 여성 인력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치아矯正 시장에도 태풍 불듯… 3D프린터 이용하면 치기공소 직원 30% 정도 감축
치아 교정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치아에 금속을 부착하는 기존의 교정법과 달리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틀을 치아에 끼워 치열을 고르게 하는 ‘투명 교정’이 그렇습니다. 투명 교정 장치도 3D 프린터로 출력하기 때문입니다. 금속 교정에 비해 미관상 좋아 젊은 여성 사이에서 투명 교정은 큰 인기입니다.
치기공 기기를 판매하는 이재림 화인델탈 대표는 “최근 대당 10억원이나 하는 최고급 3D 프린터를 국내 모 기공소에 팔았다”고 했습니다. 이 프린터는 각종 치과용 보철을 출력합니다.
이 대표는 “10억짜리 3D 프린터를 구매한 기공소는 치기공사 100명을 거느린 대형 회사”라면서 “이 회사는 3D 프린터 덕분에 치기공사 인력을 최대 30명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지금 전세계 3D 프린터 시장은 미국과 독일 기업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IT 강국인 한국은 응용분야에서 선전(善戰)할 여지가 많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메가젠 등 토종 기업들도 눈에 띱니다. CT 촬영한 사진을 3차원 물질 데이터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도 게임즈랩이라는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송지범 게임즈랩 본부장은 “3D 도면을 물질화하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상당히 앞서 있다”면서 “3D 프린터 개발이 가속화할수록 우리 소프트웨어 기술도 한층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D 프린터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재료 공학 기술이 3박자로 발전한다면, 병원에서 맞춤형 인공 치아를 바로 출력해 진료 당일 시술하는 날도 곧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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