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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법

현직 판사 재판하고 돌아왔더니 "소송당했습니다"…왜? (경향신문 2013-07-30 16:06:02)

현직 판사 재판하고 돌아왔더니 "소송당했습니다"…왜?

 

3년차 판사인 ㄱ씨(31)는 최근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를 한 통 받았다. 자신이 재판을 잘못해서 패소했다며 원고측에서 ㄱ씨를 상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를 한 것이다. 고소를 당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ㄱ판사는 옆 방 동료에게 통지서를 보여주며 “검찰 조사 받을 뻔 했다”고 우스개소리를 했다. 그러자 동료판사는 “이제 겨우 한 건이냐”며 “같은 사람한테 5~6건씩 고소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실제 현직 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각하처분결과 통지서

 

이같은 소송남발 현상은 비단 판·검사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ㄴ씨는 자신이 세들어 살던 오피스텔 주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ㄴ씨가 이사를 하면서 제대로 치우고 나오지 않아 자신의 오피스텔이 망가졌다며 집주인이 원상회복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결국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이 집주인은 ㄴ씨를 상대로 5차례나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황찬현 법원장)은 이같이 특정인을 상대로 악의적·반복적으로 소를 제기하거나 법관 및 직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에 대해 악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에 대해 법원이 직권으로 소송비용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즉 서류검토를 통해 청구인이 소송을 제기할만한 사유없이 악의적으로 특정인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것이 명백할 경우 피고의 신청이 없어도 법원직권으로 소제기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담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변론없이 각하판결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소송을 남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소액사건으로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만큼 청구액이 2000만원 이하인 소액사건의 경우 악성소송제기자로 판단될 경우 별도의 변론절차 없이 ‘무변론판결’로 진행할 계획이다.

법원은 한편 소송을 남발하는 사람들의 변호사비용을 높이는 방안도 법원행정처에 건의했다. 현행 규칙상 변호사 보수 기준액은 심급당 1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액수를 늘려 악성민원인의 변호사비용부담을 늘려 소송남발을 막자는 취지다.

법원관계자는 “앞으로 좀 더 의논해봐야할 사항이지만 악성 소제기자에 대해 1심당 최대 80만원까지 올리자는 의견도 있다”며 “변호사비용을 올릴 경우 액수에 대한 부담으로 남소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남소에 대해 법원이 미진하게 대처할 경우 소송을 당하는 피고가 고통을 당하는데 그치지 않고 법원의 다른 사건 재판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며 “앞으로 법원이 더욱더 적극 대처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