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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세계

[김재원의 주역이야기]관운(官運)좋아도 인수(印綬) 약하면 ‘자리’ 못지켜 (동아일보 2013-03-19 03:00:00)

[김재원의 주역이야기]관운(官運)좋아도 인수(印綬) 약하면 ‘자리’ 못지켜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새 정부가 구성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물러나고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청와대 비서관에 이어 공기업 인사가 줄을 이을 것이다. 언론에는 임명장을 받는 분들의 프로필이 소개되고 관직을 받는 이들에게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다.

승진하거나 영전할 때 받는 임명장을 일컬어 사주학에서는 ‘인수(印綬)’라 한다. 인수에는 관직뿐 아니라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에서의 직책도 포함된다. 인(印)은 도장을 의미하고 수(綏)는 허리띠에 도장을 매는 끈을 뜻한다.

옛날에는 관직에 취임할 때 도장을 받았는데 관직의 높고 낮음, 종류에 따라 재질과 생김새가 모두 달랐다. 도장을 받으면 허리띠에 매달기도 하고 대개 몸에 지니고 다녔다. 황제나 임금도 도장을 갖고 있었는데 이 도장은 옥새(玉璽)라 해서 옥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도장은 관직의 권능을 상징한다. 그런데 관직에 나가 성공하려면 사주에 관운뿐 아니라 인수 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운을 볼 땐 관운과 인수 운을 한 쌍으로 보는데 이를 ‘관인상생(官印相生)’이라 한다.

인수란 나를 생(生)해주는 기운을 의미한다. 인수가 탄탄하면 어려서는 어머니의 사랑과 조상으로부터의 음덕을 받고(유산도 받는다)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를 잘해서 상장(상장도 인수라고 함)을 받으며 직장에 가면 윗사람이 이끌어줘 승진을 거듭한다.

인수가 약하거나 피상(被傷·상처를 입음)하면 부모의 사랑이 부족해 내면이 고독하고 학업성적이 들쭉날쭉하여 진학에 장애가 발생하며 관운이 있어 승진했다가도 오래가지 못하고 자리를 내놓는다.

사주학 고전 중 하나인 ‘연해자평’(淵海子平) 중 계선편(繼善編)에는 인수피상 영화불구(印綬被傷 榮華不久·인수가 손상을 당하면 영화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라는 구절이 있다. 따라서 인수가 없는 관운은 불완전한 관운이다. 인수 없이 관운만 있으면 주위에 나를 시기하거나 방해하는 이가 많고 시비구설이 항상 따라 다닌다. 나를 끌어주는 상사가 없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보통 인수가 잘 구비되어 있는 사람은 책임감이 있고 배려심이 있고 따뜻하며 봉사정신이 있는 등 좋은 인성을 갖고 있지만 인수 없이 관운만 있는 사람은 인성보다는 술수와 음모가 강하고 정치공학적 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명나라 주원장(朱元璋)의 참모이자 개국공신인 유기(劉基)라는 인물이 있었다. 자가 백온(伯溫)이라 유백온이라고 불렸다. 그는 ‘삼분천하 제갈량(三分天下諸葛亮·천하를 셋으로 나눈 것은 제갈량)이요 일통강산 유백온(一統江山劉伯溫·강산을 하나로 통일한 것은 유백온)’이란 말이 전해 내려올 정도로 중국 역사에서 제갈량이나 장자방과 종종 비교되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 자신도 제갈량보다 낫다고 믿었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자주 말하곤 했다. 유백온은 제갈량처럼 정치가, 학자, 시인이자 군사(軍師)였다. 그는 주원장을 도와 명나라를 건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뛰어난 인물이었으며 ‘적천수(滴天髓)’라는 책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 책은 사주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 중 하나다.

이처럼 유백온은 실제 뛰어난 인물임엔 틀림없었지만 그는 제갈량처럼 능력에 부합하는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 항상 시기, 질투의 대상이었고 공직생활에 장애가 많아서 안정적으로 관직을 유지하지 못했다. 명나라 건국의 일등공신이었지만 그 공적을 충분히 인정받지도 못했다. 그의 사주를 보면 관운도 약하고 나를 도와주는 인수 운이 박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주는 재능은 뛰어나지만 인수가 약해 벼슬에서 성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23세에 원나라에서 진사시험에 합격하였으나 능력에 비해 하위직을 받아 탐관오리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가 40대 후반에 낙향하였다. 그러다 그의 명성을 전해 들은 주원장(후에 명나라 초대 황제)의 부름에 응해 참모가 되었다.

유백온은 1363년 장시 성의 큰 호수인 포양 호에서 20만 명의 병력으로 천하 패권을 다투던 진우량의 60만 대군을 격파했다. 이 전투는 한 달 넘게 진행되었는데 유백온은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썼던 것처럼 화계(火計)를 써서 적군을 섬멸했다. 이로써 주원장은 중국을 통일하고 명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개국공신을 대상으로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할 때 유백온은 사방에서 견제를 받아 낮은 관직을 받게 되었다. 결국 관직에 환멸을 느껴 낙향하고 말았다. 그 후 병을 얻어 65세에 세상을 떴다.

유백온의 인생에서 보듯 인수 운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어머니 사랑, 학문에서의 성공, 상사의 보호와 밑으로부터의 존경 등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누리는 많은 성취가 ‘인수’ 운과 관련되어 있다.

필자는 40여 년 동안 주역 및 사주명리학과 동양고전을 연구해왔으며 그동안 30여 권의 역학 해설서를 펴냈다.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김재원의 주역이야기]달마대사를 9년간 면벽수행하게 만든 사주

 (동아일보 2013-03-26 09:36:37)

 

달마상

 

달마 대사는 인도계 사람이다. 중국 남북조시대에 중국으로 건너와 쑹산(崇山) 산 사오린(少林)사에서 9년간 면벽수행(벽을 마주하고 앉아 하는 수행)을 한 끝에 도를 깨달았다. 큰 눈과 턱수염에 험상궂은 표정을 한 달마 그림은 불교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달마 대사는 중국 불교 선종의 시조이기도 하지만 관상학(觀相學)에서도 시조에 가깝다. 그가 지은 ‘달마상법(達摩相法)’과 송나라시대 마의 도사(麻衣道士)의 ‘마의상법(麻衣相法)’ 은 중국 관상학의 2대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달마상법의 원래 이름은 ‘달마조사상결비전(達磨祖師相訣秘傳)’인데 책 전체 분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九年面壁(구년면벽),混混形骸(혼혼형해),一粟回光(일속회광).

糠秕世界(강비세계),念彼此三千大千(염피차삼천대천),入我空相色相(입아공상색상).

(구 년 동안 면벽을 하며 혼란과 혼돈 속에 뼈만 남게 되었다. 좁쌀만 한 한줄기 빛이 들어와 바라보니 세상은 쭉정이뿐이었다. 마음이 온 누리를 향했다. 안에 들어가 본 즉, 만물은 곧 텅 빈 세상이었다.)

끝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정신을 집중해 노력하는 것을 달마의 수행에 비유해 ‘면벽구년’이라고 한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책상에 앉아 공부에 집중하는 수험생이나 고시 합격을 위해 노력하는 고시생, 또는 연구 목적 달성을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하는 과학자를 설명할 때 종종 쓰는 말이다. 주위에 보면 이렇게 한번 달라붙으면 끈덕지게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데, 사주를 감정해 보면 ‘편인(偏印)’의 기운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편인이 강한 사람은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을 보곤 한다.

50대 후반으로 대기업 중역을 지내고 있는 어떤 사람의 사주를 본 적이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CEO를 맡고 있는 사람인데 S대 법학과를 졸업한 수재다. 많은 동기생이 사법고시나 행정,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법조계나 정부 부처의 고위직에서 일한다. 주위에서는 대부분 이 사람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될 걸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일반 기업체에 취직했다. 사주를 보니 편인이 있긴 했지만 역마(驛馬)가 더 강한 사주였다.‘역마’가 강한 사람은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고향을 떠나는 경우도 많고 국내외 출입이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사법시험과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관운이 강하고 대운이 좋아 기업체에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편인이 강한 사주가 있는 사람은 성격이 고독한 편이고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은 성향을 보인다. 재능과 학식이 뛰어나지만 석박사 학위를 받거나 교수가 되는 정통 학문의 길보다는 남이 하지 않는 특수한 분야나 독창적인 분야를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육, 연구 분야보다는 조사, 탐정, 정보, 취재 등에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종교, 철학, 역학, 의약업과 예술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반면 사람을 가리고, 고독이 깊어져 우울해지거나 영적인 것, 환상적인 것을 좋아하고 인내력이 약하여 유시무종(有始無終·시작은 있으나 끝맺음이 없음) 하는 경우도 많다. 세상의 규범을 무시하거나 싫어하며 현실을 떠나 산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기기도 한다.

달마대사의 사주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구년면벽으로 큰 깨달음을 얻어 불교의 큰 스승이 되었다. 현대는 전문가의 시대다. 편인이 강한 사주는 질서가 강조되던 유교문화에서는 좋은 사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을 추구하는 농경사회가 아니다. 독창적인 사람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끈기 있게 도전하는 삶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김재원의 주역이야기]일곱가지 눈빛

 (동아일보 2013-04-02 03:00:00)

 

<1>관상학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4월이다. 남쪽에서 벚꽃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면서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청춘남녀 가슴속에 봄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때다. 봄이 오면 모임이 많아지고 활동량도 많아진다. 당연히 사람들 간의 접촉이 늘어나는 계절이므로 관상학(觀相學)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 아닌가 한다.

사람의 상을 볼 땐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사람은 눈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코가, 또 어떤 사람은 귀가 좋아야 한다고 한다. 자, 그럼 오늘부터 사람의 상을 보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주역(周易)이 우주 만물의 변화를 음과 양으로 표현한 물상학(物象學)이라면 관상학은 사람의 상을 표현한 인상학(人相學)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 관상학은 한마디로 역학의 파생학문(派生學問) 중 하나다.

관상학은 사람의 상(象) 형(形) 색(色)을 보고 길흉을 판단한다. 중국에서 전래되는 관상학 책 중 ‘달마상법’과 ‘마의상법’이 2대 고전이다. 달마상법은 마의상법 책 안에 편입되어 있다. 달마조사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명백한 증거는 없다. 고전 중에는 마치 유명인사가 직접 쓴 것처럼 이름을 갖다 쓰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일설에 따르면 이 책도 그중 하나라는 주장이 있다.

어떻든 고전에는 관상을 활용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삼국지에 보면 제갈량은 대장군 위연의 두상(頭相)을 보고 주군을 배반할 상이라며 유비에게 등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결국 그는 훗날 유비를 배반하였다.

서양에서도 관상학은 일찍이 고대부터 발달했다. 관상학은 영어로 ‘physiognomy’라고 하는데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고대 서양관상학의 2대 인물로 불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상학(physiognomics)’이란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족제비처럼 팔이 짧다. 동정심이 많은 사람은 얼굴선이 섬세하고 얼굴색이 창백하며, 수다쟁이는 상체가 유달리 크고 배가 똥똥하고, 배 둘레에 굵은 털이 무성하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상체가 매우 작고, 뼈대는 가늘며 살집이 적당하다… 이마가 좁으면 돼지같이 멍청하고 너무 넓으면 소처럼 무식하며 이마가 둥글면 당나귀처럼 감각이 무디고 이마가 균형이 있으면 사자처럼 자존심이 강하다….’

히포크라테스는 관상학을 의술에 적용했는데 몸의 건강 상태가 얼굴 등 신체에 나타나며 신체 형태에 따라 질병이 따라온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깨달았다. 얼굴색에 따라 성격도 다르고 질병 상태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관상 이야기는 동양 관상학을 중심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달마상법으로 돌아가 보자. 여기에는 사람의 상을 보는 방법이 명료하게 나와 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곳이 바로 눈이다. 다시 말해 상을 볼 때에는 몸 전체에서 얼굴이 60점이고 나머지 신체가 40점인데 얼굴을 100점으로 봤을 때 50점을 차지하는 게 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눈을 보는 방법이 간단치 않다. 달마상법의 제1편은 상주신(相主神)편인데 상의 주인은 신(神)이다. 여기서 ‘신’이란 정신, 영혼, 마음, 기(氣) 등을 뜻한다. 옛사람들이 ‘만상불여심상’(萬相不如心相·상이 좋은 것이 마음의 상만 못하다)이라고 했던 것도 마음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심상이 눈에 있기 때문에 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눈이 좋은 눈일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려운 이야기다. 달마상법 제1편에는 좋은 눈에 대한 일곱 가지 총론이 나온다. 눈에도 무려 일곱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게 놀랍다. 일단 하나하나 음미해 보자.

[1] 장불회(藏不晦); (눈빛이) 잘 간직되어 있되 어둡지 말아야 한다. 어두운 사람은 신(神)이 없다.

[2] 안불우(安不愚); (눈빛이) 편안하되 멍청하지 말아야 한다. 편안한 자는 (눈동자에) 동요가 없고 멍청한 자는 변통을 못한다.

[3] 발불로(發不露); (눈빛을) 발산하되 흘리지 말아야 한다. 드러내는 자는 경망스럽다.

[4] 청불고(淸不枯); (눈빛이) 맑으나 메마르지 않아야 한다. 맑은 자는 신이 풍족하고 메마른 자는 신이 죽어 있는 것이다.

[5] 화불약(和不弱); (눈빛이) 온화하지만 약하지 않아야 한다. 온화한 자는 친화적이고 약한 자는 눌리기 쉽다.

[6] 노부쟁(怒不爭); (눈빛이) 노하되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 노하는 것은 기를 바로 쓰는 것이고 다투는 자는 기를 배설하는 것이다.

[7] 강불고(剛不孤); (눈빛이) 굳세어야 하지만 (너무 강해서 남들로부터) 따돌림 당할 정도가 되면 안 된다.

 

 

[김재원의 주역이야기]달마대사가 말하는 ‘좋은 눈(目)’이란

 (동아일보  2013-04-09 03:00:00)

 

<2>관상학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동양, 서양 모두에서 관상법(觀相法)을 환자의 진찰과 병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서양에서는 고대 히포크라테스가 관상학을 환자의 병증 진단에 활용했다고 한다. 얼굴과 신체의 생김새를 살펴 어디가 아픈지 상태가 어떤지 등을 1차 판단했다. 동양에서는 의학에 관상법을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왔다. 얼굴과 신체의 상(象) 형(形) 색(色)에 따라 환자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거나 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요즘도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눈꺼풀 아래를 뒤집어 보거나 혀를 관찰하는 식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경우가 있다. 간이 나빠져서 황달이 오면 눈 흰자위가 제일 먼저 노란색으로 변한다. 나중에는 얼굴색 전체가 노란색이 된다. 그러다 상태가 악화되면 검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흑달이라고 한다. 간의 상태가 얼굴 등에 나타나는 것이다.

한의학에 ‘망문문절(望聞問切)법’이라는 게 있다. 병을 진찰할 때 첫째, 눈으로 관찰하고 둘째, 목소리 기침소리 등을 들어보고 셋째, 물어 보고 넷째, 맥을 보거나 만져본다는 뜻이다.

관상을 의학에 적용한 대표적인 것이 조선의 이제마(1837∼1899)가 주창한 사상의학(四象醫學)이다. 이제마는 함경도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적부터 학문과 무예에 힘썼다. 39세에는 무과에 합격해 관직에 진출한 후 민란을 평정하는 등 무관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그러다 병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마는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지어 먹었지만 잘 낫지 않자, 스스로 치료하기로 마음먹는다. 의서(醫書)를 뒤지고 여러 약을 먹어보며 연구를 계속하던 중 그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주로 발생하는 질병도 다르고 치료법도 달라야 함을 깨달았다.

이제마는 고종 31년(1894년)에 자신의 연구 임상경험을 모아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이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로써 사상의학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의 체질은 4가지(사상)로 나눌 수 있는데 체질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상’이란 말은 ‘태양(太陽) 소양(少陽) 태음(太陰) 소음(少陰)’을 뜻한다. 이렇게 크게 구분한 네 가지 체질에 따라 성격 외모 건강상태 생활습관이 모두 다르며 잘 걸리는 병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때 체질에 따라 먹는 음식도 달라야 하고 쓰는 약도 달라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화제를 돌려 지난주에 이어 달마상법의 세계로 돌아가 보자.

달마상법에 따르면 상을 본다는 것은 심상(心相), 즉 사람의 영혼, 정신, 마음을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상을 보려면 어디를 봐야 하는가? 제일 중요한 곳이 바로 눈이다.

TV를 보면 많은 연예인이 눈을 성형한다. 대개는 남녀 모두 그렁그렁하게 큰 눈이 유행인 것 같다. 과연 그런 눈이 좋은 눈일까? 지난주에 이어 달마대사가 말하는 좋은 눈은 다음과 같다.


①눈빛이 수려하고 반듯한 눈
② 가늘고 긴 눈
③ 눈빛이 안정되고 밖으로 빛나는 눈
④ 눈빛을 발산하다가도 안으로 거둘 줄 아는 눈
⑤ 눈의 흰자위가 위아래로 많지 않은 눈(눈의 위쪽 흰자위가 많으면 간사하고, 아래 흰자위가 많으면 필히 형벌을 받는다)
⑥ 한 곳을 응시할 때 눈빛이 이탈하지 않는 눈
⑦ 상황이 바뀌어도 눈빛이 동요하지 않는 눈


달마상법에 따르면 둥글고 큰 눈보다는 가늘고 긴 눈이 더 좋다고 한다. 부처님 불상의 눈도 가늘고 길다.

달마상법에는 눈에 대해 이런 구절이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눈은 눈빛이 왔다 갔다 하는 눈, 예쁜 눈, 생각이 많아 보이는 눈이다. 이런 눈은 보기는 좋아도 그리 좋은 게 아니다. 눈빛이 왔다 갔다 하면 집안의 가업을 잇지 못한다. 예쁜 눈은 호색(好色)하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눈은 간악하여 시비를 발생시킨다. 눈을 볼 때 털끝만큼의 작은 차이가, 결과에서 천리 차이가 난다. 눈을 본다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김재원의 주역이야기]박정희 대통령 사주

 (동아일보 2013-05-03 03:00:00)

 

사업을 잘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돈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정치인들은 누구를 만나야 표가 되는지 알고 공부하는 사람은 전공 분야의 귀한 책이나 자료에 욕심낸다. 역학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역학자들은 특이한 사람의 사주를 보고 싶어 한다. 공부가 깊어지려면 김연아, 류현진, 추신수 같은 스포츠 스타들, 전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 유력 정치인들, 대기업 회장,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 잘나가다가 갑자기 망신을 당하는 사람 등의 ‘스토리가 많은’ 사주를 많이 풀어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사주는 역학을 하는 사람들이 중국의 한나라 황제인 유방, 청나라 건륭황제 등과 함께 반드시 공부하는 사주다. 역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박 전 대통령 사주를 딱 펼치는 순간 ‘아! 혁명가 사주, 제왕의 사주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전율이 확 올 것이다.

사주를 써 내려가다 보면 글자들이 말을 한다. 글자들을 다 써 놓은 다음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떤 느낌이 온다. 그리고 그 사람의 내면 세계도 보이면서 그 사람의 감정이 이입된다. 따라서 사주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고 실은 머리와 가슴으로 푸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사주는 신문 지면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되었지만 영웅의 사주를 마주하려다 보니 경건해지고 숙연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이념적으로는 좌우를 넘나들고 삶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을 보낸 사람이다. 또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 배짱, 지혜로 충만했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마지막은 비극적이었다. 자, 그렇다면 그의 사주는 어떨까?

박 전 대통령은 양력으로 1917년 11월 14일 생이다. 사주는 다음과 같다.

시 일 월 년

戊 庚 辛 丁

寅 申 亥 巳

무 경 신 정

인 신 해 사

사주를 볼 땐 제일 먼저 보는 게 태어난 날(日柱·일주)이다. 태어난 날이 그 사람의 본체를 말해 주는데 박 전 대통령은 경신(庚申)이다. 경과 신 모두 무쇠를 상징한다. 위아래 같은 오행으로 쌍을 이루고 있다. 무쇠를 두드려 만든 장군의 큰 칼이 떠오른다. 표면의 느낌은 차갑다.

경신 일주를 갖고 있는 사람은 혁명가의 특징을 갖는다. 혁명이 아니면 혁신이라도 한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하다. 경신 일주의 목소리는 녹음도 잘되고 방송을 통해 들으면 쇳소리처럼 명료하게 들린다. 목표를 정하면 절대 흔들림이 없다. 경신 일주는 군인 검찰 경찰 의사 무도인 체육인 감사기관 종사자 등에게 많다. 창업이나 시장 개척 등 새로운 일을 할 때 경신 일주인 사람을 쓰면 잘 해낸다.

경(庚)은 또 의(義)를 상징한다. 신념이 강한 사람이다. 신념이 있으므로 행동이 단호하다. 한번 믿은 것은 바꾸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세운 목표와 믿음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딸 박근혜 대통령이 표방하는 ‘신뢰의 정치’도 아버지의 기질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나 추측된다.

경 옆의 무(戊)가 상징하는 것은 신(信)이다. 둘을 합치면 신의(信義)가 된다. 신의를 중시한다는 걸 의미한다.

박 전 대통령은 한겨울에 출생했으니 계절상으로도 차가움 냉정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경신 일주를 갖고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마음이 맑다. 하지만 너무 차기 때문에 불(火) 기운이 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태어난 해인 연주에 정사(丁巳)가 있다. 이게 불이다. 따라서 사주가 따뜻하다. 또 한기가 풀리며 재(財)와 관(官)이 유력해진다. 대길(大吉)한다는 사주다. 태어난 달에 있는 신(辛)은 호위무사다. 무장들이 나를 호위하며 대세를 형성한다.

그 다음으로 들어오는 것이 연월일시 둘째 줄에 있는 사(巳) 해(亥) 신(申) 인(寅)이다. 모두 역마살이다. 평생 천하주유하고 재와 관이 강하니 천하를 제패하는 군왕이 된다.

또 일(日)과 시(時)인 둘째 줄의 인(寅)과 신(申)은 서로 충돌하는 기운이다. 이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상징하는데 대표적으로 부부 관계를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번 결혼하는데 다행히 두 번째 부인인 육영수 여사와 배필이었다. 하지만 일과 시가 충돌하여 서로 해로하지는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왕은 제왕이되 비운의 제왕이라는 것이 사주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 필자는 40여 년 동안 주역 및 사주명리학과 동양고전을 연구해왔으며 그동안 30여 권의 역학 해설서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