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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수능과목으로 경찰 선발.."법 모르는 경찰 나올라" (연합뉴스 2013.07.06 07:02)

수능과목으로 경찰 선발.."법 모르는 경찰 나올라"

내년부터 법률 과목 빠져…경찰 수준 저하 우려 목소리

 "공시생 '실력 테스트'로 애꿎은 '경찰 지망생' 피해볼 것"

 

 내년부터 수능과목만으로 경찰 임용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되면서 경찰 지망생과 현직 경찰관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경찰 임용 시험 필수과목인 형사소송법과 경찰학개론, 형법이 선택과목으로 바뀐다. 또 국어·수학·사회·과학이 선택 과목에 추가된다.

이렇게 되면 법률 과목을 뺀 한국사·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대학 입학을 위한 수능 과목만으로 경찰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고교 졸업생에게 공무원이 될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로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다.

그러나 법을 모르는 경찰관을 양산, 법 집행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지망생 곽모(28·경기도)씨는 "경찰은 법을 토대로 수사하는 특수직인데, 어떻게 법 과목을 선택으로 돌릴 수 있느냐"며 "인권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세상에 불심 검문도 모르는 경찰이 현장에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충북지역 A 경찰관은 "합격 후 법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법률 지식은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짧은 기간의 교육이 끝나면 곧바로 지구대에 투입될 텐데 잠깐 배운 법 지식으로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 시험 과목과도 일치하면서 공시생들이 자신의 실력 '테스트'를 위해 경찰 임용 시험에 몰려 순수 경찰 지망생들이 억울하게 탈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9급 등 행정직군(25개 직류)과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에도 올해부터 수능과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daum)의 경찰 관련 카페에서 활동하는 한 네티즌은 "경찰시험이 내년 공무원 시험 가운데 첫 번째로 시작되는 만큼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보려는 공시생들이 원하지도 않는 경찰직 필기시험에 대거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네티즌은 "필기시험만 보고 빠지는 '허수'가 많아 순수 경찰 지망생의 경찰 입문 문턱만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푸념했다.

실제 올해 소방공무원 시험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한 응시생 100명 가운데 25명이 아예 면접시험에 불참했다.

지난해 3%에 불과했던 비응시 비율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면접시험에서 미달 사태도 속출했다.

충북지역 B 경찰관은 "면접시험에서 미달 사태가 나면 인력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인성 검증이 소홀해질 수 있다"며 "경찰은 사명감이 투철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이러한 부작용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내년 임용 시험의 합격자 수가 모집 정원에 미달하더라도 탈락자 가운데 추가 합격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지망생들은 "경찰 조직이 법에 관해 문외한인 경찰관들로 채워져서야 되겠느냐"며 "경찰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내년 시험이 시행되기 전에 법률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