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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천연가스

셰일가스 '마른 우물' 논쟁 (중앙일보 2013.06.11 01:29)

셰일가스 '마른 우물' 논쟁

이반 마르틴의 지속 가능론 VS 데이비드 휴즈의 거품론

 

이반 마르틴 보스턴컨설팅 에너지부문 대표(左), 데이비드 휴즈 전 캐나다 에너지정책 수석위원(右)


셰일가스 논쟁이 불붙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셰일가스는 에너지시장의 구세주로 인식됐다. 에너지 값을 떨어뜨려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셰일가스 생산량이 앞으로 2~3년 안에 줄어들면서 값이 뛸 것이란 견해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그래서 양쪽의 대표적인 논객을 전화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강남규 기자

이반 마르틴 보스턴컨설팅 에너지부문 대표

 

-셰일가스전이 빠르게 마를 것이란 비관론이 돌연 제기되고 있다.

 “세일가스전의 생산량이 다른 천연가스전보다 빨리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 천연가스는 개발 이후 10년은 생산량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하지만 셰일가스전은 2~3년 뒤 급격히 줄어든다.”

 -그렇다면 2~3년 뒤 에너지 값이 다시 오른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아니다. 새로운 셰일가스전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또 셰일가스전은 생산량이 빠르게 주는 데 반해 다른 천연가스보다 더 오래 채굴할 수 있다. 천연가스전은 10년 정도지만 셰일가스전은 20년 정도 간다. 적지만 오랜 기간(롱테일) 생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에너지 값이 상당 기간 안정될 것이란 얘기인데.

 “그렇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가스를 많이 수입해 쓴 나라들에서 셰일가스가 발견되고 있다. 가스전 개발 과정에서 원유도 나올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원유와 가스는 모든 나라에 공평하지 않다. 모든 나라가 셰일가스 덕을 보는 것은 아니다.”

 -한국엔 어떨까.

 “한국처럼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대량 수입하는 나라에 셰일가스는 중요하다. 한국이 에너지를 다원화하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메이저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셰일가스 붐이 골드러시처럼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겐 돈이 안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제성이 좋은 가스전을 먼저 차지한 기업이나 투자자가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관심은 미국 이외 지역의 셰일가스 개발이다. 셰일가스전의 가치는 생산량보다는 매장량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나라들이 유망한가.

 “셰일가스 붐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중국과 폴란드, 아르헨티나 등으로 퍼지고 있다. 우리가 북미지역에서 목격했던 일이 앞으로 이들 나라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다.”

 -한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물론 셰일가스를 채굴하는 데 직접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가스 개발에 필요한 장비 등을 개발·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게 더 좋을 듯하다. 셰일가스 붐 덕분에 채굴 장비와 파이프 시장이 커지고 있다. 또 가스전 주변에 도로 등 인프라도 새로 건설해야 한다. 한국은 이런 시장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반 마르틴=스페인 마드리드주립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한 이후 25년 가까이 에너지와 환경 분야를 담당했다. ‘컨설팅매거진’은 그를 2013년 가장 영향력 있는 컨설턴트 25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그는 요즘 셰일가스 논쟁에서 셰일가스 개발과 생산을 ‘세일가스 혁명’이라고 부르며 옹호하고 있다.


데이비드 휴즈 전 캐나다 에너지정책 수석위원

-셰일가스 버블을 앞장서 경고하고 있는데.

 “셰일가스에 대한 기대 자체가 버블 상태다. 기대가 너무 크다. 각국 에너지정책 담당자들과 기업, 투자자들은 셰일가스 덕분에 원유 등 에너지 값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는 이런 장밋빛 가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 에너지 값이 오른다는 말인가.

 “적어도 셰일가스 가격은 2~3년 뒤에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북미지역에서 천연가스는 1입방피트당 3~4달러 선에 거래된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이렇게 가스 값이 싼 적이 없었다. 셰일가스 공급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왜 값이 오를까.

 “미국과 캐나다 지역 가스전 생산량이 개발 2~3년 뒤에 아주 가파르게 줄어들 것이다. 모든 가스전이 같은 패턴이다. 내가 북미지역에서 가스를 채굴하고 있는 6만5000곳의 생산량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가스 매장지가 계속 발견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북미지역 셰일가스 생산 총량은 2011년 11월 이후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새 가스 매장지를 찾아 개발해도 기존 가스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전체 생산은 답보 상태라는 얘기다. 지역별 생산량 차이도 매우 크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가.

 “현재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가스 80%가 가스 매장지 다섯 곳에서 나온다. 요즘 투자자들이 늘어 여기저기 셰일가스 매장지를 뚫고 있지만 시원찮은 게 현실이다.”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까.

 “나라별로 경제성이 좋은 가스전은 극소수라는 게 정설이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엄청난 셰일가스전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끊이질 않지만 경제성을 기준으로 보면 신통찮은 곳이 많다. 더욱이 채굴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생산비는 급증한다.”

 -비용은 점점 줄어드는 게 원유나 가스 개발의 특징이지 않나.

 “셰일가스는 채굴 이후 생산량이 초기 투자비용을 채 회수하기도 전에 급격히 줄어든다. 이후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 내가 계산해보니 가스전 7000개를 유지하는 데 해마다 420억 달러(약 47조원)를 들여야 한다. 천연가스보다 6~7배나 많은 돈이다.”

 -셰일가스 값이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천연가스 값이 상승한다. 그 다음으로 원유 값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에너지 값이 전반적으로 오를 수 있다.

◆데이비드 휴즈=캐나다 앨버타대학에서 지질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석위원 등으로 20여 년간 일하면서 석탄과 셰일가스 매장량 측정과 평가를 주도했다. 2008년 이후부턴 에너지정책연구소인 글로벌지속가능연구센터(GSR)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최근 ‘셰일가스 등이 에너지 풍요 시대를 열까’란 보고서를 발표해 셰일가스 논쟁을 촉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