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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관가 뒷談] 셔츠까지 벗어라?.. 총리실의 "절전수범' (국민일보 2013.06.05 18:35)

[관가 뒷談] 셔츠까지 벗어라?.. 총리실의 "절전수범'

 

지난 4일 세종청사 6동 국토교통부의 한 사무실. 오후 5시를 향해 가고 있었지만 사무실 안은 후끈했다. 넓은 창에는 일제히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으나 열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공무원이 창가에 내놓은 온도계를 가리켰다. 섭씨 35도를 넘어 있었다. 그 공무원은 "아까는 37.5도까지 올라갔다"며 휴대전화로 찍은 온도계 사진을 보여줬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공무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어떻게 무더운 날씨를 이겨낼 것인가'다. 특히 세종청사에서 첫 여름을 경험하게 될 공무원들은 걱정이 앞선다. 사무실 외벽 대부분이 창으로 이뤄져 있어 뜨거운 햇빛을 막기 어려운 데다 원전 비리와 전력난 등으로 인해 올 여름 정부청사의 실내온도 기준이 지난해보다 더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절전운동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사무실에서의 보고와 회의 시에는 상의를 입지 않도록 권유했다.

회의 내용은 곧 보도자료로 만들어졌다. 공보실은 '상의를 입지 않도록 권유했다'는 내용이 자칫 와이셔츠까지 벗고 근무하라는 의미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양복'이란 단어를 추가했다. 하지만 '양복'이란 단어는 결재를 거치면서 삭제됐다. 배포된 보도자료 문구는 '정 총리는 사무실에서의 총리 보고와 회의 시에는 상의를 입지 않도록 권유하면서 탈(脫)권위와 국민적 절전운동에 모범을 보이도록 하였다'였다.

정부 관계자는 "러닝셔츠만 입고 근무하라는 지시는 아닐 것"이라며 "공직사회의 절전 의지를 보여주는데 굳이 '양복'이란 표현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