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동력] 서울대 인기학과? 한국의 미래 보인다
서울대학교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다. 그런데 법학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과계열과 달리 자연계열의 최상위 학과는 산업계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최상위권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 상위 학과들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면 우리나라가 무엇을 가지고 먹고 살았으며, 앞으로 무엇을 미래의 먹거리로 삼아야 할지 알 수 있다.
산업화가 막 시작되던 1960년대, 서울대 최고의 인기학과는 화학공학과 섬유공학이었다. 당시 정부는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과 식량자급을 위한 비료산업 등 경공업을 집중 육성했고, 당시 이와 관련있는 화학공학이나 섬유공학이 대표적인 인기 학과였다.
1970년대에는 화학공학과 함께 기계공학과 건축공학과의 점수가 높았다. 정부가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고 중동 건설 붐 등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관련 학과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 것이었다. 1972년 2월 4일 조선일보에 실린 서울대 자연계열 전공별 커트라인을 살펴보면 물리학과가 307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화학공학과(303점), 기계공학과(300점), 건축공학과(298점)가 뒤를 이었다. 당시 서울대 의예과와 치의예과의 합격 점수는 각각 297점과 262점이었다.
1980년대 최고 학과는 단연 전자공학과였다. 1983년도 대학입시 배치표를 보면 340점 만점의 학력고사에서 전자공학과의 합격 가능 점수는 311점으로 자연계에서 가장 높았다. 전기·전자 분야가 미래의 먹거리로 꼽히면서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했다. 그 결과 90년대 반도체 산업이 꽃피게 되고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책임지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컴퓨터공학으로 인기학과의 바통이 넘어갔다. 서울대 91학번들의 학력고사 점수를 보면 1위는 서울대 물리학과(298점)였고 그 다음으로 컴퓨터공학과(297점), 전기·전자공학(295점)이 뒤를 잇고 있다. 의예과는 285점에 그쳤다. IT 산업이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극복하는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의예과가 1등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서울대 의예과는 항상 최상위 학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서울시내는 물론 지방 대학들의 의예과 점수도 과거 최고 인기학과였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나 전자공학과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종로학원과 대성학원 등 입시전문학원과 서울진학지도교사협의회에 따르면 201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남대, 원광대, 한림대 등 일부 지방 소재 대학교 의예과 합격점수(553점)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545점)와 생명과학부(541점)를 웃돌았다.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단국대 천안캠퍼스 의예과의 합격점수(545점)도 서울대 일부 이공계열 학과와 같거나 그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심지어 서울대나 카이스트, 포스텍을 나온 공대생들도 다시 의·치학 전문대학원으로 발길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공계 대학생들이 특정학과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다들 동의하는 문제"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 진학하면 그만큼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이를 세계무대에서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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