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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협동조합 설립 붐, 자본주의 대안으로 뜬다 (주간경향 2013 01/15)

[표지이야기]협동조합 설립 붐, 자본주의 대안으로 뜬다

 

2013년 새해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 바람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2011년 12월 19일 국회 본회의 통과)이 발효되면서 전국 지자체에 협동조합 설립 신청 건수가 밀려들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가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은 우연이었다. 그는 1993년 서울 방학동 주택조합 아파트(20가구 이상 무주택 가구주가 모여 조합을 만든 뒤 직접 땅을 사서 공급하는 아파트. 사업구역 토지의 80% 이상 확보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에 살면서 아이 친구의 엄마 소개로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등록했다. 한살림 조합원이 되고, 생협 소식지를 보면서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 날씨가 너무 더워 농작물이 타죽을 지경이어서 농약을 조금 뿌렸다는 농부의 이야기, 작황이 좋지 않아 농작물 모양이 좋지 않아도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생산자의 사연을 보는 것이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생협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28일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iCOOP생협과 성공회대 경영유통연구소가 마련한 퍼포먼스에서 주부와 대학생들이 협동조합의 가치를 담은 조형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파트에 사는 조합원끼리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마을공동체도 만들어졌다. 그는 생협이 마련한 생산자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농부가 얼마나 힘들게 농산물을 생산하는지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는 조합원 활동을 통해 ‘사람이 우선’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생협을 통해 얻은 귀중한 경험은 지금 그의 인생에서 전부가 됐다. 그는 2000년 서울 도봉지부 지부장, 2007년 서울 북부지부 지부장을 지냈고, 지금은 한살림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비상임) 이사장으로 생협 활동에 투신하는 활동가로 변했다. 협동조합은 사회는 물론 개인의 인생까지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본주의의 여러 모순 협동조합은 해결”
곽금순 한살림 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의 이야기다. 평범한 주부에서 조합원 16만명을 이끄는 협동조합 이사장까지 맡게 된 것은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직접 느끼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곽 이사장은 “생협의 출발은 사회적 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자본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드러난 여러 모순을 협동조합은 해결하고 있다. 생협은 오래 전부터 농수산물의 유통거래를 단순화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일하고 싶은 조합원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세상을 바꾼다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협은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후 설립신청 쇄도

곽 이사장의 사연처럼, 협동조합은 평범한 시민을 사회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리더로 만든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일 발효된 협동조합기본법의 영향으로 협동조합 설립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 FC바르셀로나, 알리안츠생명, 썬키스트, 몬드라곤 등 세계적인 협동조합이 한국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2월 29일,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명 이상의 발기인이 모여 창립총회를 갖고 등록하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이다. 53년간 지속됐던 협동조합 개별법(농협·수협·엽연초조합·산림조합·중소기협·신협·새마을금고·소비자생협 등 8개 형태의 협동조합은 그때그때 제정된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됐다) 시대를 마감하고 협동조합기본법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운영과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후 1개월 뒤(2012년 12월 31일) 협동조합 신청 현황을 조사했다. 비영리법인 혜택을 받게 되는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 신청은 17건, 일반협동조합 설립신고 신청은 서울시·부산시·대구시 등을 포함해 14개 지자체에 119건이 들어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기획재정부 협동조합협력과 박창환 과장은 “초반부터 이렇게 많은 신청이 들어올 것은 예상치 못했다. 이런 추세라면 3~5년 지나면 8000개의 협동조합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012년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라는 것이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비영리 목적 사회적 협동조합도 가능
일반협동조합 설립신고 신청 현황을 보면 대리운전기사의 복지를 위해 만든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재활용 사업을 하기 위해 만든 ‘성북의류자원순환협동조합’, 도시농업을 위해 만든 ‘씨앗들 협동조합’,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만든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설립 신청을 했다. 교육, 카페운영, 주택, 의류,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함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일반 기업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다. ‘화평동 왕냉면’ 브랜드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해피브릿지’는 지난 연말 주식회사 해산 총회를 열고 1월 중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을지로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전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열렸다.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후 제1호 협동조합 신고필증을 받은 조합이 됐다. | 연합뉴스


여성민우회 생협에서 만난 6명의 조합원은 ‘감좋은공방협동조합’이라는 봉제 소품공방 설립을 준비 중이다. 감좋은공방협동조합 김양순 이사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면서 “우리가 만든 제품을 여성민우회 생협에 팔아보려고 시작했다. 협동조합끼리 도움을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소비자협동조합 설립을 신청한 홍호영씨는 “라식이나 건강검진 등 각종 비급여 항목을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협동조합”이라며 “의료기관에 근무를 했던 경험을 살려 사업 아이템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개인적인 이윤을 포기하고 조합원에게 혜택을 주려는 생각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연과 이유로 협동조합 설립을 신청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이다. 어떤 분야든 협동조합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따로 분류해놓은 것.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이다. 공익적인 활동을 위주로 하는 협동조합까지 보장하는 셈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인가 결정은 기재부, 농림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서 한다.

설립기준 인원 낮아져 소규모조합 가능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는 기준은 협동조합의 대중화를 불러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지금까지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지역농협은 1000명 이상, 생협의 경우 300명 이상이 모여야 설립이 가능했다. 이런 설립 기준은 소규모 협동조합의 설립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자본금 제한 규정도 없다. 일반 주식회사는 ‘1주 1표’의 의결권을 가지지만, 협동조합은 출자금이 얼마든 모든 조합원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협동조합’의 운영방식을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민주주의 교육의 현장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배당금도 출자금의 10%를 넘길 수 없다. 협동조합은 이윤 창출이 최고의 가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 17일 서울시는 ‘세계 협동조합의 해 한국조직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서울시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박원순 시장(오른쪽)이 정재돈 한국조직위 상임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통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신청한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는 “협동조합은 새로운 경제체제다.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대안의 경제체제”라며 “이런 면에서 협동조합이 부각이 되는 것이다. 일반 기업은 자본이 중심되지만, 협동조합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이다”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기본법 국회 본회의 통과는 기적?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협동조합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편 이명박 정부에서 마련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협동조합기본법이 정치권에서 만들어지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기적’이라는 평가가 높다.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한 이들은 경실련 사무총장 출신의 박병옥 전 청와대 서민정책비서관(현 심평원 감사),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다.

2011년 8·15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공생발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을 뒷받침할 정책이 필요했다. 박병옥 당시 비서관은 ‘공생발전과 협동조합’이라는 서류를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했다. 임 실장이 힘을 실어주면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TF팀’이 만들어졌다. 박 비서관이 팀장을 맡았다. 협동조합을 관할하는 부처로 기재부가 선택된 것.

경실련 출신의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협동조합기본법 탄생에 큰 도움을 줬다. 박병옥 전 서민정책비서관은 “당시 손학규 대표와 이정희 대표도 협동조합기본법을 발의한 상태였다. 정부와 야당이 모두 협동조합에 관심이 높았던 상황”이라며 “정부 입법으로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김성식 의원을 통해 발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정리되고 다듬어졌다. 본회의 통과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11월 22일 당시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를 하면서 국회 활동이 모두 정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회의 문을 다시 열게 만든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었다. 2011년 12월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이 알려지면서 국회가 문을 열었고, 협동조합기본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이들은 본회의 통과를 모두 ‘기적’이라고 평가한다.

2012년 5월 지자체 기초단체장들의 모임인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의 특별좌담에서 당시 이대중 기획재정부 협동조합팀장(현 외교통상부 한중일협력사무국 정무팀장)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전격적으로 제정된 배경에 대해 “내부적으로 시민단체나 협동조합 활동가들의 요구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 등에서 시대적 필요와 요구가 있었다”면서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복지 측면이다. 유엔의 자료에 따르면 협동조합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급하게 만들어진 탓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이 급하게 만들어지면서 민간 진영의 의견이 다양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협동조합기본법을 악용할 수 있는 가짜 협동조합에 대한 대책이 법조문에 부족하다는 것이 지적됐다. 박병옥 전 비서관은 “무늬만 협동조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협동조합 설립에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은 안 된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협동조합 분야에 재정지원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을까 걱정된다. 협동조합은 자율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협동조합 경제가 시작되면 우리나라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표지이야기]공익기능 협동조합들 “눈에 띄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 걸쳐 협동조합을 세우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5인 이상의 조합원만 참여하면 협동조합을 설립해 법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가지 법적인 제약을 받았던 분야에서 소규모 민간 중심의 사회적 경제활동이 가능한 길이 열렸다. 개인 차원에선 다루기 힘든 문제들을 조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 중심의 경제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분야에 협동조합이 진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도시농업, 대안에너지, 마을공동체사업과 같이 공익적인 성격을 띠는 사업에 협동조합을 도입한 시민들은 수익과 경제성 문제에서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공익을 우선할 수 있다는 점이 협동조합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씨앗들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한 대학 구내에 마련된 텃밭에서 밭을 일구고 있다. | 씨앗들협동조합 제공



도시농업 꿈꾸는 ‘씨앗들협동조합’
도시농업협동조합인 ‘씨앗들협동조합’(씨앗들)은 처음엔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란 이름의 대학연합 동아리로 시작했다. 몇 명의 또래 대학생들이 해외의 도시농업 사례를 알게 된 뒤 대학의 자투리땅을 이용해 농사를 지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낙엽을 모아 발효시켜 퇴비를 만들고 건설 폐자재가 묻혀 있던 땅을 갈아 일군 좁은 밭에 각종 작물을 나눠 심었다. 겨우 학교의 양해를 구해 얻은 땅은 햇빛이 들지 않는 구석자리였고, 그마저 학교 사정으로 옮겨다니기 일쑤였다. 그 와중에도 텃밭학교를 열며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도시농업을 전하는 활동을 계속했다. 2년 남짓 계속된 동아리로서의 활동은 처음 동아리를 만든 회원들이 졸업으로 대학을 떠나게 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도시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발기인 16명을 모아 협동조합을 세웠다. 각자 사정에 맞춰 출자금을 내고 조합을 만들었지만 조합 설립 이후 해결해야 할 일이 더 늘었다. 지금 씨앗들이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문제는 서울 도심에 가까운 농장을 짓기 위한 땅을 구하는 일이다. 대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캠퍼스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했던 것은 당시에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텃밭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됐던 문제다. 한 복지재단 건물의 옥상을 빌려 텃밭으로 쓸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더 많은 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조합원을 늘리는 일이 필수적이다. 텃밭학교를 수강한 400여명의 시민 중 상당수가 조합에 관심을 갖고 가입의사를 보이고 있어 조합원 확보는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조합과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합의 수입과 지출도 관리할 필요도 생겼다. 현재까지는 작은 텃밭 위주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많은 수확을 안정적으로 거두지는 못했다. 가꾼 사람들끼리 나누거나 지역의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조금씩 전달해드리는 정도였다. 황 대표는 “조합원들이 도시농업을 지속하고 시민들에게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 조합의 목적이기 때문에 일단은 운영에 필요한 정도의 자금만 확보하면 된다. 영리추구나 경제활동이 목적이 아니어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설립할 계획을 세웠지만 여러 가지 절차상의 문제로 일단 보다 손쉽게 세울 수 있는 일반 협동조합으로 신고했다”면서 “한동안은 농산물만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기는 힘들겠지만 다양한 작물을 가꾼 덕에 가을에는 직접 텃밭에서 기른 작물만으로 함께 김장을 담그는 작은 성과도 있었다. 이 경험을 살려 직접 기른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공동체 부엌’ 사업이나 다른 생산자협동조합과 연계해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사업에 뛰어든 협동조합들도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햇빛발전소를 세워 기존의 화력·원자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 인천, 경기 안산 등지에서 조합이 만들어졌거나 등록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상황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전 주식회사 형태로 출범한 대구, 경기 시흥·고양 등지의 햇빛발전소를 포함하면 전국 13개 지역에서 시민 참여형 햇빛발전소가 가동 중이거나 사업 시작을 곧 앞두고 있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대안에너지 공급 햇빛발전소
햇빛발전소를 세울 공간은 다양하다. 서울의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상원초등학교와 세종문화회관의 옥상에,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삼각산고등학교에 발전소 설비를 설치할 계획을 세운 것처럼 학교나 공공기관의 건물 옥상을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을 끈다. 건물 옥상을 활용하는 것은 시민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고 비용 절감을 노릴 수 있는 대신 규모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햇빛발전에 적합한 입지를 찾아 보다 넓은 부지에 발전소를 세울 예정인 조합도 있다. 발전설비를 갖추는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이어서 발전용량과 부지 선정은 각 지역의 조합 실정에 맞춰 다양하게 계획되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재생가능한 에너지 공급이라는 환경적인 이점 외에 조합원에게 배당이 가능할 정도의 경제성을 갖추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초기 발전설비 설치비용은 조합비뿐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신재생에너지 기금과 금융기관의 저리융자를 통해 마련하는 방안을 세웠다. 또 조합들은 현행 제도인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가 2011년까지 시행되던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비해 햇빛발전의 보급과 경제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의무할당제로의 법 개정 이후 햇빛발전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주식회사에 비해 협동조합은 비교적 수익과 배당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형 발전소 건립이 활발해진 점은 협동조합의 장점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인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들이 경기도 시흥시에 세워진 시민햇빛발전소를 둘러보고 있다. | 인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환경·종교·여성단체를 위주로 시작한 햇빛발전사업이지만 조합원의 대부분은 일반시민들로 구성됐다.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의 박흥렬 위원은 “조합원을 모으기 위해 시민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불안 때문에 햇빛발전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아 놀랐다”면서 “또 생협 등 다른 협동조합을 경험해본 시민들은 협동조합의 이점을 잘 알고 있어 조합원이 되는 데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일종의 생산자협동조합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조합 활동에 무관심해질 수 있다. 박 위원은 이 문제에 대해 “우선 햇빛발전이 정착되고 나면 장기적으로 조합원이 사는 주택마다 발전설비를 설치해 에너지 자립형 마을을 만드는 것도 한 방안”이라며 “당장은 에너지 빈곤층을 지원하는 활동이나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체 및 에너지 절약운동 등 눈에 보이는 활동을 통해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협동조합으로 전환
마을기업을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북카페 ‘마을’은 1997년 노원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출발한 ‘노원골사람들’ 모임이 세운 마을기업이다.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의 소통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을’에서는 북카페라는 특성답게 책읽기, 인문학 강좌 등 책을 통한 주민간의 소통도 활발하지만 비누 등 생활용품 만들기, 자녀 성교육 강좌 등 가정생활과 밀접한 주제의 강좌도 개설된다. 육아협동조합에서 ‘통통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을’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카페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는 날도 가족회원인 어린이가 동네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노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다. ‘마을’은 조합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 누구든 카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마을’은 조합원들이 순번제로 운영한다. 마을공동체 건설이라는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협동조합으로의 전환도 민주적이고 협동적인 운영방식을 이어가는 연장선상에서 결정된 일이다. 지자체의 마을기업 지원금 수령을 위해 법인으로의 전환이 필요했을 때 협동조합은 비교적 쉽고 설립 취지에 맞게 법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협동조합 전환은 마을기업의 수익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취지와도 부합했다. 조합원의 참여는 육아협동조합의 통통어린이집 운영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지켜진 원칙이다. 통통어린이집의 경우 조합원인 부모 모두가 최소 1년에 한 번은 교사와 같이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운영을 위한 소위원회 활동을 해야 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북카페 ‘마을’ 협동조합의 강경표 대표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을 운영하다 보니 조합원들간의 소통에서 마을주민과의 소통으로 관계의 범위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에서 북카페를 함께 시작했고, 그것이 협동조합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강좌나 프로그램을 열고 있는데, 조합만이 아니라 마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어떻게 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지이야기]공정무역 선구자는 협동조합이다

 

지금으로부터 170여년 전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근대적 협동조합인 ‘롯치데일 공정 선구자 협동조합’은, 그 이름에서 보이듯 공정한 거래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자구책이었다. 생산 현장에서 주체가 될 수 없고 소비 과정에서는 유통의 횡포에 유린당했던 노동자들이, 소비의 협동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공정한 관계를 회복하고, 나아가 생산 현장을 노동 주체로 다시 세우고자 했던 것이다.

영국에서 공정무역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기반 때문임을 주목해야 한다. 영국이나 유럽의 협동조합들은 그 취급 제품에서 모든 커피를 공정무역 커피로 전환한 지 이미 오래 전이다.

니카라과의 한 농업협동조합 조합원인 농민이 공정무역 상품으로 생산되는 커피밭을 돌보고 있다. | AP연합



협동조합 핵심은 협동노동 기업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격세지감이 들기는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진보라 자처하면서도 실제 생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이외의 대안을 생각해본 적 없는 한국 사회 대다수 진보진영에게, 협동조합은 새로운 대안과 출구를 제공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대안이면서 동시에 대안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소유 구조로서 협동조합을 이해할 때, 협동조합을 공동 소유 기업의 하나로만 이해할 때 협동조합은 대안일 수 없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협동조합이 공동소유 기업이 아니라 협동노동 기업이라는 데 있다. 소비 분야의 협동조합은 소비자가 출자해서 협동조합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라는 노동을 조합 안에서 연대하고 있기 때문에 협동조합이다. 생산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출자는 소유 구조가 노동관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노동의 주체가 주인되게 하는 기업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자기방어책일 뿐이다. 노동을 협동하지 않는 협동조합은 대안이 될 수 없다.

한 지역사회와 국가 내에서 생산과 소비의 상생과 노동 주권을 협동조합을 통해 확보해갔듯이, 지금 국경을 넘어선 거래 즉 교역에서도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생활협동조합은 소비자들의 알권리, 환경에의 배려, 윤리적 거래, 공정무역, 직거래, 동물보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책임 있는 소매정책(Co-op Responsible retailing)’을 제정하여 모든 커피를 공정무역 제품으로 교체하였고 나아가 초콜릿과 바나나, 파인애플, 와인의 공정무역 제품 취급 비중도 높이고 있다. 비단 영국만이 아니라 유럽의 대다수 생활협동조합들이 앞 다퉈 공정무역 제품 취급을 늘리고 있다.

유럽이 공정무역 인증 라벨 제품을 선호하는 데 비해, 생활협동조합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공정무역 인증 라벨이 생소한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이 공정무역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생협들은 약 20여년 전부터 ATJ(Alter Trade Japan)이라는 공정무역(민중교역이라 칭함) 회사를 공동 설립해서, 공정무역이라는 제3자 인증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생산자와 소비자의 인격적 연대와 유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여기서 우리가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공정무역의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 협동조합이 선도하고 있다는 기존의 경험뿐만 아니라, 공정무역의 실무를 담당하는 공정무역 단체, 나아가 공정무역에 대한 캠페인과 자금의 지원, 바리스타나 전문가의 교육까지도 협동조합형태로 전환하거나 새로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무역의 선구자격인 영국의 옥스팜, 미국의 텐사우전드빌리지, 네덜란드의 공정무역기구(FTO) 등은 철저한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조직이었고, 현재 공정무역 업체의 대표주자라 할 영국의 트윈이나 카페 다이렉트, 일본의 ATJ, 미국의 페어트레이드USA 등도 실제적으로는 협동조합 방식의 협동노동을 그 내부에 담아내고 있다. 캐나다의 페어트레이드캐나다가 행하고 있는 협동조합적 방식의 공정무역 지원 업무도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공정무역이 지역사회를 변모시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모두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공정무역(fair trade)이다. 공정무역은 제3세계 즉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와 제1세계 즉 선진국의 소비자를 잇고, 무역에 의한 환경에의 부하를 줄이며, 제1세계 생산자가 정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무역 형태이다. 공정무역은 영국의 옥스팜과 같은 인도주의적 원조조직(제1세대)과, 영국의 트윈이나 이탈리아의 CTM, 일본의 ATJ와 같은 제3세계와 연대하는 정치 사회 조직(제2세대)의 소통에 의해 생겨났다. 일시적인 원조나 정치적 연대가 기아로 허덕이는 제3세계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자립적이며 지속적인 활동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데서 발생한 대안적 경제 행위였던 것이다.

공정무역이 비록 세계 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일지라도, 공정한 가격과 이에 더한 프리미엄 가격의 지불, 제3세계 생산자와 제1세계 소비자의 인적 교류, 생산과 생활의 변화를 위한 사회개발 프로젝트의 추진, 사회와 환경의 변혁을 위한 정치적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고, 지역사회 전체를 공정무역 마을(fairtrade town)로 변모시키는 데까지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측면의 반대편에, 정작 공정무역의 혜택을 입어야 할 사람들이 아닌 힘 있는 생산자들에게 집중돼 있고, 서구의 인증업자에게로 권력이 강화하며, 세계 경제 체제의 본질적 문제를 흐려버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정무역은 귀기울여야 한다. 특히 공정무역 인증 마크(FLO) 제품을 일부 취급하고 이로써 그동안의 불공정 거래를 통해 축적된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면죄부를 받으려는 다국적 대기업의 손쉬운 사회적 책임(CSR)의 한 수단으로, 나아가 로하스 영업방식이나 고부가가치 상품과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의 하나로 공정무역 제품이 확대되어가는 경향에 대해서는 분명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시장과 대기업에 의한 자유무역과, 국가에 의한 보호무역이 아닌 제3의 길로서 새로운 방식의 교역이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는 지금, 공정무역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형식과 주체를 통해 전개되는 법이다. 공정무역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전개할 형식과 주체는 다름 아닌 협동조합이다. 공정무역의 대다수 생산조직과 소비조직은 이미 협동조합으로 조직화해 있다. 앞으로는 이를 매개하는 공정무역 단체도 점차 협동조합 방식으로 그 운영을 전환하고, 이런 공정무역 분야에서의 다양한 협동조합간의 연대 또한 협동조합 방식으로 모색되어야 할 때다.

 

 

[표지이야기]“협동조합이 경제민주화 이뤄”

ㆍ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큰 역할을 한 이로 꼽힌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산파 역할을 한 김 소장을 만나 협동조합의 미래를 들어봤다.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후 1개월 만에 인가 및 설립신고가 136건이나 접수됐다. 협동조합의 인기가 좋은 것 같다.
“인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협동조합 개수가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설립되는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구조를 갖출 수 있느냐 없느냐다. 협동조합이 사회경제적으로 영향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10명의 조합원이 있는 1000개의 협동조합보다 1000명의 조합원이 있는 10개의 협동조합이 더 중요하다.”

다양한 협동조합이 나오고 있다. 어떤 분야의 협동조합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후에는 간병인·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고령자 케어 서비스 등의 협동조합이 많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 서비스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전라북도에서 시도를 하고 있는 ‘지역개발 협동조합’도 유망한 분야다. 농촌사회에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개별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캐나다 퀘벡 등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이 지역개발 협동조합인데, 지역에서 경제주체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 만들고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역과 밀착되어 활동하는 협동조합도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나.
“경제민주화는 재벌을 규제하는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상공인들이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들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상공인 혼자서는 R&D(연구개발)를 하기 어렵다. 소상공인이 함께 협력해야만 연구개발이 가능하다. 협동조합은 민주주의 학교다.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하면 일상에서 제도를 고쳐나갈 수 있는 경험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복원해준다.”

협동조합이 진보진영의 이슈가 되지 못한 이유가 있나.
“87년 체제는 정치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협동조합 운동이나 일상적인 운동은 개량주의 운동이라고 평가받았다.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 협동조합 운동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협동조합 대중화가 꼭 좋은 것인가. 우려되는 점은 없나.
“협동조합은 뜻만 좋다고 만들면 망한다. 좋은 의도와 함께 상업적인 역량을 키워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상업적인 역량이 너무 강조되면 협동조합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창업투자 설명회를 하고 싶다는 사람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협동조합을 악용하려는 사람이 계속 나오면 협동조합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다.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김 소장은 사회와 세계가 위기를 겪을 때 협동조합이 부흥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협동조합이 지배적 범주가 되지 못했나.
“지금도 고민을 계속하는 부분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민들이 협동조합의 장점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개별 협동조합들이 서로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이 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를 제도권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해결된다면 협동조합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