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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료/바이오 산업

바이오연료로 촬영… 세계 영화계에 부는 녹색 바람 (조선일보 2012.10.16 22:20)

바이오연료로 촬영… 세계 영화계에 부는 녹색 바람

영화제에 전자투표 도입하고 유인물은 문서파일로 대체
레드카펫도 재활용하는 등 이산화탄소 배출 줄이기 나서
발생한 탄소량 금액으로 환산, 나무 심고 친환경 분야에 기부

 

해마다 6월 영국 셰필드에서 열리는 '셰필드 다큐멘터리 영화 페스티벌'.

이 영화제는 지난 2006년 세계 최초로 행사 기간 중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제 조직위는 영화제 기간 중 종이나 플라스틱 유인물 대신 컴퓨터 문서파일로 홍보물을 모두 대체하는 등 행사 때문에 발생할지 모를 온실가스를 엄격히 제한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100% 막을 수는 없다. 영화제 조직위는 호주의 탄소저감기술 전문회사인 카본플래닛과 계약을 맺고, 매년 영화제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금액으로 환산해 친환경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배출한 가스를 재투자로 상쇄시키는 개념이다. 지난해 투자 대상은 중국 중부 허베이시에 짓고 있는 수력발전 댐이었다.

영화제에 수소연료전지로 전기 공급

해외에서 시작된 영화계의 친환경 바람은 국내에도 불고 있다. 글로벌 물류 회사인 DHL은 올 4월 열린 서울환경영화제에 출품된 필름을 옮기면서 출발지에서 목적지인 서울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꼼꼼히 확인했다. 서울환경영화제가 2010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겠다는 '탄소 중립'을 표방하면서 상영작 필름 이송 과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금액으로 환산하기 위해서다. '고그린(GoGreen) 탄소중화서비스'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도 해당 배출량만큼 대체연료 차량 기술과 태양에너지 프로젝트에 재투자해 온실가스를 상쇄시키는 개념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본사를 둔 폭스엔터테인먼트 그룹(사진 왼쪽)은 2008년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담은 '그린 가이드'를 발표했다. 자회사인 폭스TV는 지난해 9월 열린 제63회 에미상 시상식장에 태양광 전지판(사진 오른쪽)을 설치했다. /블룸버그·폭스 제공

영화의 본산 할리우드에도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3대 영화제인 미국 오스카영화제는 행사 기간 중 사용되는 무대와 관객석에 재활용 제품을 사용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밟고 지나는 레드카펫도 최근 재활용하기 시작했고, 투표지 대신 컴퓨터에 결과를 입력하는 전자투표를 도입해 종이를 절감했다.

2010년에는 수소연료전지가 도입돼 행사장 건설용 전기는 물론 금속탐지기에 전기를 공급했다. 올해는 기존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정전(停電) 시 사용하는 정전 방지장치를 도입했다. 이 장치가 도입되면서 정전이 일어나도 발전기를 가동할 필요가 없게 됐다.

친환경 개념을 도입한 영화제가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영화산업도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영화제가 한번 열릴 때마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수십~수백t에 이른다. 셰필드영화제는 탄소 중립 선언을 하기 전인 2005년 총 83.1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영화사도 탄소 감량에 적극적

이산화탄소 감량 열풍은 영화 제작과 배급 과정에서도 불고 있다.

인류 멸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화 '2012'는 2009년 할리우드에서 가장 탄소를 적게 배출한 영화로 뽑혔다.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구입하고 촬영장에서 디젤연료 대신에 바이오연료를 넣고 재활용 소품을 사용하는 등 탄소 감량에 신경을 썼다.

이처럼 할리우드 거대 제작사들은 최근 부쩍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고 쓰레기를 적게 유발하는 영화를 만드는 데 주목하고 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배우나 제작 스태프를 비행기에 태워 세계 각지의 촬영장에 보내거나 세트장을 짓고 인공조명을 하는 등 곳곳에서 많은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영화사들은 탄소배출권을 사들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7년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한 '에반 올마이티'는 탄소 제로 펀드에 기부하면서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았다는 '탄소 중립' 영화로 인정을 받았다. 탄소 제로 펀드는 이산화탄소를 유발한 만큼 나무를 심어 탄소 중립을 이루는 기금이다.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미래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기부하거나,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공익법인에 헌금하는 식으로 영화사들은 탄소 배출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월트디즈니폭스, NBC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 등이 투자해 세운 공익법인 '그린프로덕션 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500개 제작사 및 관련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