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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해진다고? (시사저널 2011.06.30 18:28)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해진다고?

시사저널 | | 입력 2011.06.30 18:28





물을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특정 질병을 예방한다는 믿음도 존재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한다. 물을 많이 마신다고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는 것이다. 이영기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물을 많이 마셔도 몸에 해가 없다거나 많이 마셔야 건강하다는 말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신장이나 간 등에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일반인도 물을 많이 마시면 오히려 물 중독증 등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건강'이라는 공식이 뇌리에 박힌 이유는 소변과 관련이 있다. 소변 색깔이 탁하고 진하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변이 맑을수록 건강하다는 신호로 여긴다. 속설이다. 육안으로 질병 유무를 판정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변 색이 건강을 절대적으로 대변하지도 않는다. 또 물은 과하게 마셔도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건강을 해칠 이유가 없다는 논리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 때문에 물을 습관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많이 마시는 사람이 늘어났다.

물을 과하게 마시면 체내 전해질 농도가 떨어진다. 즉, 체액과 혈액에 녹아 있는 나트륨 농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저나트륨혈증이 생긴다. 이것이 물 중독이다. 몸에는 나트륨이 일정 농도(140~145mEq/l)로 유지되는데, 물을 많이 마시면 이 농도가 옅어진다. 삼투압 작용에 의해 세포막 내부로도 수분이 들어가면서 세포가 팽창한다. 이럴 때 얼굴, 팔다리 등이 붓는다.

비싼 물 필요 없어…오염 안 된 물이면 충분

물을 마시면 우리 몸은 필요한 양을 흡수하고 나머지를 호흡, 땀, 소변 등으로 배출한다. 이 배출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물을 필요 이상으로 마시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콩팥에 이상이 있는 신부전증 환자는 소변 배출이 원활하지 않다. 일반인은 하루에 1천5백cc 정도의 소변을 배출하지만, 신부전증 환자의 소변 배출량은 4백cc 정도이다. 나머지는 몸에 쌓여 각 기관이 붓는다.
간경화증 환자는 복수가 차기도 한다. 김문재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일 뇌세포가 물로 팽창하면 두통이 생긴다. 심하면 뇌가 붓거나(뇌부종), 혼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뇌가 커지는데 두개골이 있어서 더 팽창하지 못하면서 뇌조직끼리 누르기도 하고, 드물지만 호흡 중추를 압박해 사망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라톤, 등산, 축구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은 탈수 증세를 느껴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의사들은 단시간에 5백~1천 밀리리터의 물을 마시는 행동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마라톤 선수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조금씩 수분을 섭취하는 이유이다. 일반인은 갈증이 날 때 물 한 컵 정도를 마시면 몸에 큰 무리가 없다. 즉, 탈수 증세를 느낄 정도만 아니라면 물을 추가로 마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물은 하루에 1리터 정도 섭취하면 된다. 종이컵 5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이라도 1.5리터를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의들은 권고한다. 요즘에는 남극 얼음물 등 다양한 물 상품이 있는데, 굳이 비싼 물을 찾을 필요는 없다. 세균이나 중금속 등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