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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막내린 美 부채협상] ① (조선일보 2011.08.03 09:14)

[막내린 美 부채협상] ① 세계경제 들었다 놓은 '정치전쟁'

- 2012년 대선 앞두고 여야 기(氣)싸움
-‘세금 증액’ 두고 정치 공방…디폴트 우려 불러

“미국이 부채 한도(debt ceiling)를 올리지 않으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부채 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 연방정부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가능성이 낮았다. 그렇지만 부채 한도 조정기한(8월 2일)이 다가오면서 긴장은 고조됐다. 부채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진전이 없었고, 양당은 한치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합의안 도출이 늦어질 수록 미국 국민과 세계의 우려는 커졌다. 이대로 가다간 단기적이고 기술적이긴 해도 디폴트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나왔다. 미 정부의 국가 부채 해소 능력도 의심받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당이 번번이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합의에 실패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사실 미 의회가 마감 시한을 이틀 앞두고 합의안을 내놓으리란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렇게 진부한 영화처럼, 미 하원은 1일 밤 적자 감축안을 승인했다. 2일 상원 표결도 무리없이 통과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발효되면 법정 부채 한도는 현재 14조2940억달러에서 당장 4000억달러 증액된다.

부채 한도 증액 기한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지난 몇 개월간 질질 끌어온 정치 드라마가 일단 막을 내린 것이다.

◆ 美 부채 논의…예상됐던 기싸움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이 쓰는 적자 재정을 지속했다. 이미 2008년 10월에 국가 부채 규모가 10조달러를 넘어섰다.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부채 규모가 한도를 초과하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미 의회는 그 때마다 부채 한도를 늘려왔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 정부는 최소한 10번에 걸쳐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닌데도 이번 부채 한도 문제가 치열한 정치 싸움으로 나타난 것은 내년 있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하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예산안과 적자 감축안을 둔 날선 공방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 4월에도 미 의회는 연방정부 폐쇄 하루를 앞두고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막판에야 예산안을 승인했다.

◆ 신용평가사 “美 신용등급 강등할 수 있다”

다만 이번이 이전과 다른 것은 신용평가사 S&P가 이례적으로 미국의 적자 문제를 언급하며 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한 것. 바로 이것이 전 세계 경제를 흔들어놓은 부채 한도 논쟁의 시보가 됐다. 지난 4월 18일, S&P는 미국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AAA’라는 최고등급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안팎으로 평가는 달랐다. 월가(街)와 워싱턴 D.C에선 S&P의 경고가 미국 정부에 부채 해결을 촉구하는 ‘일회성 경고’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는 S&P의 경고가 “건설적인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나라 밖에서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이미 전 세계가 지난해부터 유럽 재정불량국들이 적자난에 빠져 구제금융을 받고 국가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였다. 적자 재정은 지속할 수 없다는 각국의 인식이 점점 더 뚜렷해지는 참이었다.

이쯤 미 재무부가 “8월 2일”이라는 날짜를 내놓았다. 부채 상한선을 인상하는 내용의 적자 감축안을 8월 2일까지 마련하지 않으면 미국이 디폴트에 빠진다는 것이다.

당초 재무부는 미국의 디폴트 시점을 7월 초로 잡았는데, 1분기 세수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이유로 디폴트 예상 시점이 한 달 늦춰지게 됐다. 의회가 적자 감축안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한 달 더 벌은 것이다. 적자 감축안을 통과시켜야할 마감일이 늦춰지면서 여야의 대립 시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 뜨거운 감자는 ‘증세(增稅)’

적자 감축안 논의에서는 ‘세금’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때부터 추진해온 “부자 감세 혜택을 중단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를 고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적자 감축안에 증세가 포함되지 않으면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집권 초기부터 오바마 대통령은 부자 감세 혜택 축소, 건강보험 개혁 등을 추진해왔지만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차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지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증세에 반대하며 메디케어와 같은 복지지출을 줄여 정부 지출을 감축하자고 했다. 공화당은 미국 정부가 무책임하게 적자 재정을 계속하고 있다며 상당한 규모로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부채 한도를 늘리는데 합의할 수 없다고 버텼다.

민주당이 협상장에 들고 나온 감축안에는 “증세를 통한 세수 확보”가 포함돼있었고, 공화당은 “증세는 절대 안된다”며 번번이 협상을 거부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도 잇따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S&P도 경고 수위를 높이면서 “장기적인 적자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압력을 넣었다.

◆ “세금” 말만 나와도, 티파티 “절대 안된다”

공화당내 강경보수파인 티파티(tea-party)의 압력도 강했다. 티파티 계열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29일 하원의 협상안 표결을 앞두고 출석하지 않았다. 당황한 베이너 의원이 하원 표결을 연기하면서 감축안을 수정하겠다고 한 것 때문이다.

티파티 지지자들은 각 지역구 의원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하며 증세를 막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티파티 지지자들이 이번 정치 공방의 승자였다고 평가했다. 티파티는 ‘보스턴차사건(보스턴티파티)’에서 따온 말이지만, ‘이미 세금 많이 냈다(Taxed Enough Already)’는 말로 해석되기도 한다.

결국 최종 감축안에 증세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 지출 감축 규모도 공화당이 원했던만큼은 아니었다.

이번에 부채 한도를 큰 폭으로 올려, 내년에 정치 공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였다. 최종 감축안에서 2012년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부채 한도를 올리는데 합의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시간을 벌었다.

대신 양당은 올해 내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지출을 추가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올 하반기에는 특별위원회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세금 개혁, 정부의 재량지출 감축 등 넓은 범위에서 적자 감축을 추진할 특별위원회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두고봐야 할 일이다.

[막내린 美 부채협상] ② 어쩌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디폴트 위기까지… 2011.08.03 15:45

- 정치적 싸움 길어지며 디폴트설 불거져
- 오바마, 세금 안 걷고 돈 풀어도 지지율 추락

세계 1위 경제대국이자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맞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디폴트 설(說)이 나오는데도 미국 국채값이 강세를 보인 것은 그런 확신을 잘 반영한다.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이 생겼을까?

이번 사태는 경제 문제라기보다는 정치 싸움이었다. 사실 미국의 부채 한도가 임박한 상황은 이전에도 수십 차례 있었다. 1941년 이후 미국의 부채 한도가 상향조정된 것만 무려 78차례다. 그동안에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해 온 셈이다.

그러나 이번이 이전과 달랐던 것은 내년 재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부채한도 상향 조정 문제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야당(공화당)은 때를 놓치지 않고 여당(민주당)을 공격했다. 막판까지 이어진 야당과 여당의 샅바싸움이 급기야 디폴트 우려로 번진 것이다.

◆ 2012 대선을 앞둔 정치전쟁

미국의 대선은 내년 11월이다. 2008년에 돌풍을 일으키며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까지만 해도 80%에 달했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추세다. 지난해 중간 선거에선 참패하기도 했다. 야당인 공화당 입장에선 1년 동안에 충분히 정권을 뒤집을 기회를 잡은 셈이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이번 예산안 파동이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공격 포인트가 있었다.

첫 번째는 미국의 거대한 부채에 대한 ‘정권 책임론’이었고, 두 번째는 정치적으로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에서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오바마의 ‘부족한 리더십’ 이었다.

우선,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미국의 적자는 급증 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은 2010년 8.9%로 늘어났다. 이는 집권 이전인 2008년(3.2%)의 두배가 훨씬 넘는 수준이다. 물론 이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금융위기 탓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부채 한도가 4조 달러 가량 증액됐는데, 2차 세계 대전 이후 보지 못했던 숫자"라며 오바마 책임론을 펼쳤다.

이후 공화당은 오바마의 방만한 국가 운영으로 ‘국가 부도’에 몰리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 부도 위험’이란 말이 매일 나올 때마다 오바마 현 대통령의 책임이 부각되는데, 공화당 입장에선 이런 좋은 정치공세를 일찍 끝내고 싶을 리가 없다. 대부분의 정치·경제평론가들은 ”애초부터 시한 막판까지 정치공세가 이어지고 나서 협상이 타결되리란 것이 불보듯 했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 ‘책임론’ 외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리더십 자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개혁법안,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치적 승리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여론의 호응은 잠깐에 그쳤고, 공화당과의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할 수 없다’는 명분 앞에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거의 속수무책이었고, 이로 인해 미국의 경제 체력과 무관한 디폴트 설이 나돌았다. ‘디폴트 각본’의 주연은 공화당이었던 셈이다. 공화당은 결국 이번 부채 한도 증액안에서 세수 인상안을 누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조경표

◆ 미국은 정말로 위험한 상황일까.

그럼 미국의 부채는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원론적으로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오바마 취임 이후 GDP 대비 국가 부채가 40%에서 62%로 증가했다. 재정 적자 비중이 5.7%P 늘었다는 것은 GDP에서 세수가 2.6%P 감소하고(17.5%→14.9%), 재정 지출이 3.1%P 증가했다는(20.7%→23.8%) 의미다.

또 적자가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구조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의 부채가 하루 이틀에 쌓인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3일 '어떻게 미국은 거대한 부채를 짊어지게 됐나'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0년간 재정 적자가 급증한 이유로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1조8120억 달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비용(1조4690억 달러) ▲경기 침체를 꼽았다.

특히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바람 때문에, 실제로 지출을 줄이기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경제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자 부시 행정부는 임기 막판에 부랴부랴 경기 부양책을 도입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8000억 달러에 가까운 부양 조처를 했다. 세수 증대 없이 지출만 계속해서 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정부가 손쓰지 않아도 지출은 더 늘어난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한 기고에서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재정 적자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이유로 '자동 안정장치(automatic stabilizer)' 작동한 영향이 크다고 봤다. 이 장치는 경기침체에 빠지면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동으로 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경제 정책으로, 실업 수당이 대표적이다.

◆ 결국 민주주의와 ‘절차의 비용’ 문제

다만, 부채문제가 심각한 것과 국가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특히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나라다. 최악의 경우에 달러화 가치 하락을 각오하고 돈을 찍어 낼 수도 있어 돈이 부족해 부도가 나는 경우는 원래 있을 수 없다. 자금이 부족해 부도날 지경인 그리스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얘기다.

다만, ‘부도의 위기’는 의회와 정당정치라는 ‘절차’의 문제에서 발생했다. 절차를 거쳐 부채 한도를 증액하고, 절차를 거쳐 돈을 찍어야 하는데, 그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적 반대자들과의 합의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위험을 전 세계가 나눠 가진 셈이다. 민주주의와 적법한 절차의 리스크가 결국은 몇달간 세계 경제를 뒤흔든 ‘미국 부도 위기’의 본질인 셈이다.

[막내린 美 부채협상] ③ '경제건 정치전쟁' 승자는 티파티 (2011.08.04 07:02)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합의안이 통과되면서 공화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서로 명암이 엇갈렸다.

공화당은 목표로 했던 ‘세금 인상 없는 재정적자 감축’을 결국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하며 승자가 됐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증세(增稅)안을 결국 관철시키지 못해 궁지에 몰리게 됐고 정치적 리더십에도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 승자① : 공화당 내 티파티 그룹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협상에서 최고의 승자로 공화당 내 ‘티파티(Tea Party) 그룹’에 속한 의원들을 꼽았다.

티파티 그룹은 공화당 안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는 의원들을 지칭하는 말로, 이들은 감세(減稅)와 예산 감축을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정치이념을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다.

티파티는 협상 과정에서 줄곧 예산 삭감을 통한 재정적자 감축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특히 세금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백악관과 정면으로 맞섰다. 결국 합의안에서 증세가 제외되면서 티파티 소속 의원들은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정치적인 위상을 한껏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티파티는 소속 정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지도부를 흔들며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이들은 지난 28일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 소속)이 내놓은 2단계 재정감축안의 감축규모가 충분치 않다며 동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애초 예정됐던 표결이 늦춰지면서 협상은 더욱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했지만, 지도부의 결정에도 정면으로 맞서며 정치적 의지를 강력하게 고수한 티파티 그룹은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로 부상했다.

◆ 승자② :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도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으로 부각되며 승자로 떠올랐다. 그는 협상마감 시한인 2일을 코 앞에 둔 지난달 31일 “양 측의 부채한도 증액안 협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전하며 일약 이번 합의안 도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애초 공화당의 협상 주역으로 나섰던 사람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공화당 양 측이 세부적인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이르자 맥코넬 의장이 새로운 해결사로 나섰다.

20년의 상원의원 경력을 갖고 숱한 협상에 참여했던 그는 특유의 노련함을 바탕으로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면서 동시에 공화당이 추구했던 정책적 목표도 대부분 달성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협상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로 맥코넬 의장을 꼽으며 협상 막판 합의 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패자① :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증세 의지를 관철하지 못하고 공화당의 요구를 결국 수용함으로써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2008년 집권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세금 감면 축소, 의료보험제도 개편등 다양한 개혁정책들을 펴고자 시도했지만 공화당의 벽에 막혀 번번히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줄곧 세금 인상을 통한 적자문제 해결원칙을 강조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실패하며 추진력에 다시 한 번 흠집을 냈다.

일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이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하지만, 공언했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증세 철회를 수용한 점은 공화당에 굴복한 듯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세금 인상 계획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지출감축을 통한 재정적자 축소안에 동의함으로써 향후 의료분야를 포함한 사회복지 관련 예산마저 삭감될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이번 협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비참한 굴욕을 당했다”며 폄하하며 “이번 협상이 그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 패자② :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John Boehner) 하원의장도 이번 협상의 패자로 남았다. 이렇다 할 협상력을 보여주지도 못 했고 같은 공화당 안에서도 반발을 사며 지도력에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부와의 협상 초반 공화당 측을 대표했던 베이너 의장은 7월 중순 부채한도를 2단계에 걸쳐 증액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와 민주당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당내에서도 재정감축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았다.

특히 티파티 소속 의원들이 2단계 증액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급해진 베이너 의장은 28일로 예정됐던 하원표결을 하루 늦추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이후에도 베이너 의장은 계속해서 정부, 민주당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계속해서 지도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합의시한 막판에 가서 맥코넬 의장이 양 측의 의견을 조율하며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베이너는 합의안 타결의 모든 공을 맥코넬 의장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막내린 美 부채협상] ④ 디폴트 피했지만 이번엔 경기침체 우려 2011.08.04 10:06

오랫동안 세계 경제를 흔들어온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일단 마무리 됐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디폴트는 피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위험이 대두한 것이다. 바로 ‘더블딥’(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다 다시 침체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정부가 돈을 써서 경제 성장을 떠받쳐온 미국이 2조달러가 넘는 정부 지출을 줄이면 미국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 허리띠 졸라매는 미국

미국 정부는 총 2단계에 걸쳐 2조4000억달러의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 1단계로 향후 10년 동안 9170억달러, 2단계로 나머지 1조5000억달러를 감축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우선 의회가 매년 승인해온 재량지출을 통해 3500억 달러를 줄일 계획이다. 이로 인해 국방과 안보분야 지출이 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량 지출 외에 허리띠를 졸라맬 부분은 앞으로 협의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6명씩 총 12명으로 구성된 특별 위원회가 올해 11월 23일까지 2단계 감축분 1조5000억달러에 대한 지출 삭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12월 23일까지 상·하원이 표결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국방 지출과 비 국방지출에서 자동 삭감하도록 양당은 합의했다.

◆ 디폴트 면했지만 이번엔 경기 악화 우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지출을 줄인다는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한 도구가 하나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협상안으로 미국 경기 둔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현재 고실업률·저성장 상태다.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2.3%를 기록한 이후 올 1분기(0.4%)와 2분기(1.3%) 모두 감소하고 있다. 실업률은 9%대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실업률은 9.2%로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각종 지표도 미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 왔음을 말해준다. 제조업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지수도 50.9로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의 동력이라고 불리던 소비마저 줄었다. 미국의 6월 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2% 줄어들며 거의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줄이면, 고 실업률·저성장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돈으로 만든 각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이로 인해 소비가 줄면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정부지출을 줄이겠다는 합의안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뿐 아니라 이미 침체한 경제에도 더욱 악영향을 미치는 재앙”이라며 “치료를 한답시고 환자의 피를 뽑아 병세를 더 악화시켰던 중세의 의사들과 같다”고 비판했다.

지표가 악화되자 비관론자들이 일제히 다시 대두됐다.

우선 더블딥 우려가 ‘또 다시’ 나오고 있다.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휘트니는 1일(현지시각) CNBC에 출연해 “지출 축소로 미국 경제의 더블딥 조짐이 보인다”며 “주 정부와 지역 정부의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데 지출이 줄면 경제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더블딥’ 논란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 이미 경기 회복이 재작년부터 진행됐기 때문에 단기간의 회복후 다시 장기간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의 하락은 더블딥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경기하락기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많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모습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뉴 노멀’ 예측도 다시 주목을 받는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저성장과 고실업, 부실한 국가 재정을 의미하는 ‘뉴노멀’이 강화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이 문제들을 해결한 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 ‘엎친 데 덮친 격’

국가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 조정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신용 등급이 낮아져 국채 비용이 늘어날 경우 정부 적자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사정에도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이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무디스는 2일(현지시각)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로 유지하는 대신, 등급 전망은 ‘부정적 관찰대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당장은 양당 합의를 통해 국가부도(디폴트)에 빠질 위험이 없지만,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경우 국가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피치도 미국이 'AAA'의 등급을 유지할 만한 수준으로 적자 규모를 낮출 수 있는 감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앞으로 한 달의 기간을 두고 미국의 ‘AAA’ 등급을 유지할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지난 4월 미국의 등급 전망은 이미 ‘부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 3차 양적완화 가능성 제기도

경기를 떠받치던 정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성장·고실업률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현재의 9%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은 재선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 7%가 넘는 실업률에서 재선을 기록한 대통령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단 한명 로널드 레이건 뿐이었다.

양적완화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1차와 2차 때 처럼 채권매입을 통한 경기 부양보다는 구두개입 방식으로 양적완화 효과를 거두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양적완화에 대해 부정적 전망도 있다.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국제 사회의 시선과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에도 고실업·저성장이 지속되는 점, 그리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쉽게 양적완화를 실시하기 힘들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1 미스코리아 眞 이성혜

(서울경제 2011.08.04 09:29:51)

지성과 교양, 아름다움을 겸비한 대한민국 최고의 미인을 뽑는 '2011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이성혜(23ㆍ서울진ㆍ파슨스디자인스쿨 패션디자인과 휴학)양이 진(眞)의 영광을 차지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스코리아 선에는 김이슬(20ㆍ경북 진ㆍ경북대 환경공학과 재학)양이, 선보움은 김혜선(24ㆍ인천진ㆍ덕성여대 영문과 재학)양이 뽑혔다. 미스코리아 미에는 남미연(19ㆍ경북미ㆍ서라벌대 항공관광과 재학)양과 김수정(18ㆍLA진ㆍ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재학)양이 선정됐고 미스 한국일보는 이세미나(23ㆍ경기진ㆍKAIST 물리학과 재학)양이, 미스 하이원리조트는 공평희(21ㆍ서울선ㆍ연세대 불문과 재학)양이 수상했다.

특별상 부문에서는 황수현(23ㆍ인천선)양이 우정상을 이지윤(22ㆍ시카고진)양이 해외동포상을 수상했다. 네티즌인기상은 이슬아(20ㆍ워싱턴진)양, 탤런트상은 김지인(19ㆍ텍사스진)양이 받았다. 미스 한국일보와 미스 하이원리조트로 뽑힌 이세미나양과 공평희양은 각각 매너상과 포토제닉상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