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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갯벌서 자란 `왕굴` 해외로 나간다 (매일경제 2010.03.21 20:37:57)

서해안 갯벌서 자란 `왕굴` 해외로 나간다

일반굴보다 4~5배 크고 맛 좋아 잇단 수출문의…특급호텔 외국인 셰프들 "원더풀"

"It`s Outstanding(맛이 뛰어나네요)!"

지난 18일 충남 태안 지역 갯벌에 모인 국내 특급호텔 외국인 주방장 20여 명이 바닷바람 속에서 직접 깐 개체굴(하나씩 떼어내 키운 굴)을 맛보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 굴은 `태양빛으로 키워낸 굴`이라는 뜻을 지닌 `오솔레`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다. 국내 굴 양식업체 씨에버가 국내 처음으로 프랑스 전통 굴 생산 방식인 수평망식으로 키워낸 것이다.

국내 최정상급 외국인 셰프들이 태안 갯벌에 이렇게 모인 것은 외국인 셰프 모임 `르 토크 블랑쉬(LTBㆍ셰프 흰모자)`와 한국조리장협회(KCC) 회원들이 태안 개체굴 양식 환경과 생산공정을 살펴보고 품질 평가를 해보기 위해서다.

LTB 초대 회장인 롤랜드 히니 씨는 "프랑스식 갯벌 참굴이 한국에서도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고급 식자재로 주목받고 있는 갯벌 참굴 양식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스 베르너 보그트 쉐라톤 워커힐 수석조리장은 "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고 평가하고, "맛있는 굴은 프랑스, 유럽산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이런 훌륭한 굴을 만나 놀랍다"고 했다.

갯벌 양식장과 종패공장, 가공공장을 일일이 둘러본 셰프들은 종패 수억 마리가 자라고 있는 생산설비에 놀라며 `어디서 만들어 온 것인지` `바다오염 경보 시스템은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레모 베르둑 LTB 회장은 "오솔레를 프랑스에 수출하면 독일에 맥주를 수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품질이나 청결한 생산 과정 등을 보니 유럽에 수출해도 손색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식 수평망식 양식으로 생산하지만 한국 토양을 만나 프랑스와는 다른 `매우 고유한(Unique) 한국 굴`로 재탄생한 점을 제대로 잘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충남 태안 씨에버 굴 양식장에서 특급호텔 외국인 셰프들이 개체굴 "오솔레"를 직접 까서 맛보고 있다. <김성중 기자>
이미 외국에서 오솔레에 대한 `입질`이 잇따르고 있다.

씨에버 측은 일본에서 3억개를 보내달라고 해 내년 5월께부터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며 중국 러시아 프랑스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오솔레가 이처럼 주목받는 까닭은 국내에서 생산되던 일반 굴과는 맛과 향, 모양, 품질이 남다르기 때문.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심 약 20m인 얕은 바다에서 기르는 해면양식을 해왔다. 하지만 씨에버 굴은 수평망식 양식을 통해 갯벌 위 굴망에서 기른다. 이는 높이 40㎝가량 되는 평상 모양 틀을 철근으로 짜고, 그 위에 굴을 넣은 플라스틱망을 얹어 키우는 것.

이 때문에 밀물 때면 물속에, 썰물 때는 밖으로 드러나 여름에는 30도를 넘는 더위와 땡볕에 노출되고, 겨울에는 영하 10도 가까운 추위 속에서 찬바람을 견딘다. 그래서 스트레스와 극한 상황과 싸우며 몸에 영양분을 쌓아 놓기 때문에 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굴 크기도 어른 손바닥 정도로 커진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프랑스에서는 손바닥만 한 굴을 키우는 데 3년 정도 걸리지만 오솔레는 1년 반이면 된다. 무기질 등 영양소 면에서 세계 5대 안에 드는 서해안 갯벌은 양분이 풍부해 굴도 더 빨리 자라고 맛도 더욱 뛰어나다는 것.

또 기존 굴은 떼로 자라 살도 무르고 유효기간도 일주일 정도지만 낱개로 키운 개체굴은 탱탱한 살에 유효기간도 한 달 가까이나 된다. 글로벌 식재료로서 오솔레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365일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정승훈 씨에버 사장은 "독소를 제거하는 양식 기술을 통해 굴 제철인 11~2월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굴을 생산ㆍ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 등에서는 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오이스터바가 성행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싱싱한 생굴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청담동 퓨전 일식당 `시오리`에서 오솔레를 주요 메뉴로 선보이며 안테나숍 구실을 하고 있다. 씨에버는 앞으로 `카사노-바(Casano-bar)`라는 오이스터바도 선보여 오솔레 대중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