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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아이디어

화산 이용해 살아가는 아이슬란드 (주간조선 2010.05.03)

왜 아이슬란드 화산재는 상공 17㎞까지 올라갔나

4월 14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빙하 아래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몇 달 전부터 김을 내뿜어왔던 화산은 그동안 참아왔던 성미를 한 방에 마구 쏟아내는 듯했다. 용암은 빙하를 뚫고 홍수를 이룰 만큼 콸콸 흘러나왔고, 화산재는 17㎞ 상공까지 치솟아 구름을 뚫고 유럽 하늘을 뒤덮었다. 바람을 타고 영국과 북유럽으로 이동하던 화산재는 이제 제트기류를 타고 아이슬란드에서 35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북쪽까지 날아간 상태이며, 북반구 전역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지난 4월 14일 아이슬란드 남부 에이야프얄라요쿨 빙하지대의 화산 분화구에서 거대한 화산재 구름이 분출하고 있다. / photo 로이터
화산재로 비행기 엔진 꺼진 적도

이번 화산 폭발로 인해 급기야 유럽 전체의 공항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항공 대란이 벌어졌다. 대체 화산재가 항공기에 어떤 영향을 주기에 고작 아이슬란드 한 나라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로 유럽 하늘을 거쳐야 하는 세계의 항공기들이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사람들은 보통 화산재가 조종사의 시야를 가려 항공기 조종이 힘들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화산재 자체가 항공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화산재에는 작은 암석 조각이나 모래 알갱이, 유리 등의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런 성분들이 항공기 엔진에 유입되면 치명적 결함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물질이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갈 경우, 용해점이 낮은 화산재(800~1200℃)가 항공기 엔진 연소실 내부의 고온(1600~2000℃)에 녹아 터빈이나 냉각 시스템 노즐에 눌어붙게 된다. 그러면 터빈이 제대로 돌지 않게 되고, 공기가 냉각되지 않으면 자칫 엔진이 멈춰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1982년 6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호주 퍼스로 향하던 영국항공(British Airways) 여객기의 엔진에 화산재가 유입되면서 모두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989년에는 알래스카 리다우트 화산의 분출로 발생한 화산재를 뚫고 유럽에서 일본으로 비행하던 네덜란드항공(KLM) 소속 보잉 747기의 엔진 4개가 모두 동력을 잃어버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비행기는 고도 4270m에서 엔진이 꺼지면서 정지했다가 1220m까지 급강하했다. 다행히 엔진 하나가 정상으로 돌아와 알래스카의 앵커리지 비행장에 비상 착륙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고들 이후 세계 각국의 항공사는 화산 폭발이 일어났을 때는 항공기 운항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원래 에이야프얄라요쿨의 화산은 지각에 발달한 틈새를 따라 흘러나오는 현무암질 용암류를 분출해왔다. 이 현무암질 용암류는 화산재가 날리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에 항공 대란이 일어날 만큼 화산재가 많이 발생한 것은 순전히 빙하 때문이다.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화산은 폭발하여 분출하기보다는 땅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고온의 마그마가 빙하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물과 섞이게 되면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부피가 팽창해 폭발력이 세진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 거대한 얼음덩어리와 만나 급격히 식어서 암석이 되어야 할 마그마도 그대로 화산재로 변해 날아오른다. 이번 화산 폭발이 유럽 하늘을 뒤덮을 만한 대량의 화산재를 만들어 상공 17㎞ 높이로 날려 보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산재는 기상이변의 원인

지구는 아직 젊기 때문에 내부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화산 폭발이나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이런 화산 폭발은 기후변화와도 관계가 깊다. 엘니뇨도 그중 하나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페루 서해안의 한류 속에 갑자기 따뜻한 바닷물이 침입해 유발된다. 그 결과 해양생태계 교란은 물론 태평양 연안지역에서 가뭄, 냉해, 산불 등 광범위한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화산 폭발이 어떻게 엘니뇨로 이어질까.

화산재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면 성층권에서 태양광의 흡수와 반사, 투과에 영향을 미치고 햇빛이 지구를 복사하는 것도 교란시킨다. 특히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날 경우 화산재가 대기를 뒤덮어 수개월 또는 수년간 햇빛을 가리게 되면 지구의 기온이 떨어진다. 화산재가 대기권에 머물면서 태양 복사에너지를 차단함으로써 기후를 한랭하게 한다. 그 결과 대류권의 순환에 변화가 생기고 해수면의 온도가 바뀌어 엘니뇨가 시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반면 화산이 폭발할 때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가스를 배출하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갈 수도 있다. 양면성을 함께 갖고 있는 셈이다.

화산 이용해 살아가는 아이슬란드

그렇다고 화산이 피해만 일으키는 건 아니다. 온천 관광·지열 발전을 가능하게 하며, 지하의 칼륨·인 같은 광물질을 지표로 뿜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아이슬란드는 약 150개의 활화산을 가진 화산의 나라이자, 지진과 화산 분출 같은 지각 변동이 매우 활발한 화산섬이다. 이 나라에서 화산 폭발은 워낙 흔한 현상이라 주민들은 폭발 충격으로 털모자가 기울어지는 것이 성가실 정도로만 여긴다는 말도 있다. ‘지진은 아침식사처럼 약간 흥분된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동서로 약 540㎞, 남북으로 약 350㎞ 크기의 아이슬란드는 일부 지역이 지난 2만년 동안 쌓인 용암으로 뒤덮여 있다. 이처럼 활발한 지각 변동 때문에 아이슬란드인은 지질학적 특성을 이용해 살아간다. 수도 레이캬비크의 거의 모든 가정에서는 화산 열을 이용한 온천 물로 난방을 하고, 온천수로 작물을 재배한다. 200∼300도의 고온 지열수에서 증기를 얻어 전기를 생산하기도 한다.

아이슬란드는 국토의 약 70%가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새로운 땅덩어리들이다. 화산이 토해내는 용암으로 인해 바다였던 곳이 대륙이나 섬이 되기도 하고 땅이 다시 침식하기도 한다. 대서양 중앙해령의 갈라진 틈은 매년 약 15㎝씩 벌어지고 있는데, 이 벌어진 틈으로 해양 지각의 하부에서 고온의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지각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