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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가족해체 `할머니보다 애완동물이 가족` (매일경제 2012.06.18 08:03:27)

가족해체 "할머니보다 애완동물이 가족"

돈없어 결혼 못하고 맞벌이는 출산 늦추고 2035년 1인가구 34%

◆ 2012 한국의 가족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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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녀1남을 둔 박석일 씨(72)는 2009년 말 배우자와 사별한 뒤 막내아들마저 분가시켰다. 2009년까지만 해도 박씨 가족은 박씨 부부와 장남 내외, 손자 2명과 함께 사는 대가족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별 후 새 배우자를 만났고, 아들 내외 부담을 덜어주고자 거처를 옮겼다. 박씨는 "아들과 함께 사는 것도 고민했지만 며느리가 새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삶은 곧 가족사로 구성된다. 태어나면서 처음 맞는 독신 전기(前期), 혼인으로 맞이하는 부부 전기, 자녀가 태어나면서 겪는 친자 동거기, 자녀가 분가를 하면서 맞는 부부 후기(後期), 그리고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홀로되는 독신 후기. 이른바 `가족생활주기(family life cycle)`이론이다.

하지만 결혼과 가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면서 전통적인 이론은 여지없이 붕괴되고 있다. 혈연으로 뭉친 운명공동체와 무관히 살아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엔 정부에서 해마다 `37세 아버지, 33세 어머니, 8세 딸, 5세 아들`식으로 한국의 표준가족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은 중단했다. 1980년 4.69명에 달하던 가구원 수는 2010년 현재 2.3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분석해 보니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25.1%는 비혈연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살거나 친구 등과 가구를 이룬, 이른바 비혈연가구가 4분의 1을 차지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1733만9000가구) 중 혈연가구는 1299만5000가구로 74.9%다. 1980년 93.7%에 달하던 혈연가구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83.3%로 줄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75% 밑으로 하락했다.

가족의 해체는 광범위했다. 한때 가족 해체를 상징하는 단어였던 `핵가족`마저 감소하는 추세다. 부부, 부부와 미혼자녀, 편부모와 미혼자녀 등을 가리키는 핵가족의 비중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68%를 줄곧 유지했지만 2010년 61.6%로 감소했다.

대가족은 아예 사라져간다. 부부와 양친ㆍ편친 또는 부부와 양친ㆍ편친, 자녀 등으로 구성된 좁은 뜻의 대가족(직계가족) 비중은 1980년 5.2%에서 2010년 2.3%로 급감했다.

그 자리를 빠르게 메운 것은 1인 가구였다. 한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는 서영정 씨(35)는 대표적인 1인 가구다. 충남 출신인 그는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형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친형이 결혼을 하면서 분가한 뒤 혼자다. 서씨는 "형이 결혼하고 난 뒤 몇 달은 형수와 함께 살았는데 내가 더 불편했다"면서 "주변에서 결혼상대를 소개해 주고 있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해 당분간 혼자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 4.8%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를 차지했다. 독신 남녀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부모를 모시지 않는 자녀들이 늘면서 독거노인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2010년 처음으로 4인 가구를 앞질렀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에 4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1.7%를 차지해 절정에 달했다. 그 이후 감소하면서 2010년 22.5%까지 추락했다. 통계청은 2035년에 4인 가구가 9.8%까지 급감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반해 1인 가구는 34.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가구 변화는 가족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꾸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반면 애완동물을 가족이라고 인식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 범위를 묻는 질문에 23.4%만이 친조부모를 가족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05년 63.8%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가족 범위를 좁게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가족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이면서도 일상생활을 반영하는 만큼 연락을 주고받는 친지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0 세대 간 가족의식 비교조사`에서는 청소년 57.7%가 오랫동안 길러 온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볼 수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상이 급속도로 붕괴된 까닭은 산업화 진입과 빈번한 경제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유경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위기는 초혼 연령을 높이고 가족 형성 시기를 늦추는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가정은 맞벌이를 해야 하므로 자녀 출산을 늦추고 있다"면서 "특히 가족체계에 불균형을 초래해 가족해체의 위기나 갈등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부모 양로원에 모실 것" 40%

23일 인구 5천만 돌파…가족, 1인가구로 초고속 해체

◆ 2012 한국의 가족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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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오후 6시 36분.

통계청 추정에 따르면 분당 0.43명꼴로 증가해온 우리나라 인구(외국인 포함 거주자 기준)는 이날로 50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인 이른바 `20-50클럽`에 세계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인구의 증가 속도를 압도하는 지표가 하나 있다. 가구 수다.

1985년 대한민국 인구는 4045만명, 가구 수는 957만개였다.

통계청의 가장 최근 인구ㆍ주택 총조사(2010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5년 새 인구는 20% 증가한 4858만명이 된 반면 가구 수는 1734만개로 81%나 급증했다. 인구 증가보다 무려 4배 빠른 속도로 가구 수가 늘어난 셈이다.

가구의 `초고속 분화`란 안타깝게도 가족 해체의 다른 이름이다.

이미 전체 가구의 넷 중 하나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나 홀로 가구`의 증가는 빈곤과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 통계청이 조사해보니 모든 가구 가운데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146만원)만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혼자 사는 노인 가구의 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근로 능력이 없는 독거노인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1~2인 가구도 주 소득자가 직장을 잃을 경우 곧바로 생계 곤란을 겪게 되는 위험 계층이다.

`자식 양육`과 `부모 부양`이라는 양 날개가 조화를 이루던 가족의 뼈대도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매일경제신문이 조사전문 기업 엠브레인과 공동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 중 38%는 `부모를 양로원에 모셔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2001년 동일한 조사에서는 27%에 그쳤다.

또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가족의 범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3%만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를 `가족`이라고 인식해 충격을 줬다. 2005년 조사 때는 64%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를 가족이라고 답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가운데 58%는 오히려 애완동물을 가족이라고 봤다.

가족 해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숙제다.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할 몫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가 보건복지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가족 붕괴로 직접 파생되는 사회적 비용만 이미 연간 13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관련 보고서(Doing Better for Families)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자녀 양육ㆍ출산휴가ㆍ보육 등을 포함해 `가족 유지`를 위한 현금, 서비스, 세제 혜택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사 대상 33개국 중 한국이 꼴찌였다. OECD 평균이 2.23%인 데 비해 한국은 0.5% 수준에 불과했다.

매일경제는 가족 해체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가족 재건을 위한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연속 게재한다.

위자료·양육비 3조, 노인돌봄·요양 3.8조
◆ 2012 한국의 가족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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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체가 본격화되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보육시설 이용, 노인 돌봄, 이혼 가정의 자녀 관리 등 과거에는 불필요했거나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매일경제가 보건복지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족 해체에 따른 비용은 모두 13조444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우선 이혼으로 인한 위자료, 자녀 양육비, 별거 중인 자녀를 만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모두 합하면 연간 2조99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1만4300건, 부부 1000쌍당 9.4쌍에 달하는 높은 이혼율 때문이다.

또 가정 폭력으로 인한 가족 해체 비용도 상당하다.

직접비용으로 피해자 치료 비용(6117억원)을 비롯해 소송, 상담 등 사회적 서비스에 드는 돈이 6834억원으로 조사됐다. 가정 폭력으로 배우자가 사망ㆍ입원하거나 남편이 실형을 선고받아 가족의 생계 능력이 상실될 때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간접비용은 1조3987억원에 달했다.

외부 요인이긴 하지만 살인이나 성폭행 등 흉악 범죄로 가족이 고통을 겪고 해체되는 데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연구원은 각종 법률비용을 포함해 7139억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는 피해자들의 신체적ㆍ정신적 피해를 치료하기 위해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피해 재산 가치 등이 포함됐다.

가족 해체의 사회적 비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핵가족화에 따라 노부모를 모시는 가족이 줄면서 부양 부담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떠안게 됐다.

한국인구학회가 통계청의 인구ㆍ주택 총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1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부부끼리 살거나 혼자 사는 비율은 61.8%로 2000년 50.9%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와 비례해 노인 관련 사회서비스 예산은 급증했다. 복지부가 올해 노인 돌봄, 장기요양보험 등 노년층 서비스에 배정한 예산은 3조792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치매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 32만명의 목욕ㆍ간호 등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에 3조4911억원이 배정됐다. 또 노인 일자리 사업(1672억원)을 비롯해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370억원), 응급안전 돌보미(21억원), 노인 돌봄 종합서비스(622억원),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316억원), 치매 관리(8억원) 등에 3009억원이 배정됐다.

보육 관련 예산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올해 0~2세에 대한 무상보육을 도입함에 따라 3조8623억원이 예산에 반영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비용은 더욱 크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노년 부양비다. 노년 부양비란 생산가능 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숫자를 말한다. 노년 부양비는 조사가 처음 실시된 1970년 5.7에서 지난해 말 15.5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2050년이 되면 젊은이 100명이 노인 72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세계 평균 전망치인 25.7의 3배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