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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황소서(檄黃巢書-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현리신공학회 2006.02.14. 17:58)

격황소서(檄黃巢書-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 모(某)는 황소에게 고하노니,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르는 데서 패하는 법이다. 비록 백년의 수명에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하기 어려우나, 모든 일은 마음으로써 그 옳고 그른 것을 이루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 서두(제도도통검교태위는 황소에게 고함)

이제 내가 왕사로서 말하면 정벌함은 있으나 싸우지는 않고, 군정(軍政)은 머너 은혜를 베풀고 베어 죽이는 것은 뒤로 한다. 장차 상경(上京)을 수복하고 진실로 큰 믿음을 펴려고 함에 공경스럽게 가유를 받들어 간사한 꾀를 쳐부수려고 한다. 또 너는 본래 먼 시골 구석의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떳떳한 기강을 어지럽게 하며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가지고 신기(神器)를 노리며 성궐을 침범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을 만큼 지극하였으니 반드시 여지 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애달프다. 당우 시대로부터 내려오면서 묘와 호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은즉, 양심 없는 무리와 충의(忠義) 없는 것들이란 바로 너희들의 하는 짓이다. 어느 시대인들 없겠느냐. 멀리는 유요와 왕돈이 진 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이는 녹산과 주자가 황가를 시끄럽게 하였다.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권(兵權)을 쥐었고 또한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어서,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닫듯 요란하였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필경(畢竟)에는 그 씨조차 섬멸(殲滅)을 당하였다.

 햇빛이 널리 비침에 어찌 요망한 기운을 마음대로 펴리요, 하늘 그물이 높게 달려 반드시 흉적을 베일진대 하물며, 너는 여염집에서 내치고, 농묘 사이에서 일어나 분겁으로 좋은 꾀 삼고, 살상으로 급무 삼으니 큰 죄는 탁발할 수 있을 것이요, 소선(小善)으로 은신(隱身)할 수 없느니라. 천하 모든 사람이 다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문득 또한 땅 속의 귀신도 벌써 남몰래 베기로 의논하였다. 비록 기세를 빌어 혼을 놀게 하나, 일찍이 선을 망치고 넋을 빼앗으리라. 무릇 인사를 이름에 스스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내 망언(妄言)하지 않는다.

 너는 자세히 듣거라.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는 더러운 것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결점을 따지지 않는 은혜가 지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또 지방을 맡겼거늘,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짓이 개가 주인을 짖는 격으로, 필경에는 천자의 덕화를 배반하고 궁궐을 침략하여 공후들은 험한 길로 달아나게 되고 어가는 먼 지방으로 행차하시게 되었다. 그런데도 너는 일찌감치 덕의에 돌아올 줄 모르고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가니, 이야말로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리니 죄가 있을 뿐이니,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누자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요,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네가 머무를 곳이랴.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종일을 갈 수 없다." 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 가지 못하거든 하물며 사람의 하는 일이랴.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 두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악이 짙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막 위에다 집을 짓고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뛰어난 군략을 모으고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날랜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어,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초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총총히 들어찬 함선은 오강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진나라 도태위처럼 적을 쳐부수는 데 날래고, 수 나라 양소처럼 엄숙함이 신이라 불릴 만하여,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 리를 횡행할 수 있으니 마치 치열한 불꽃을 놓아 기러기 털을 태우고, 태산을 높이 들어 새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금신이 계절을 맡았고 수백(水伯)이 우리 군사를 환영하는 이 때, 가을 바람은 숙살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 이슬은 혼잡한 기운을 씻어 주니, 파도는 이미 쉬고 도로는 바로 통하였다. 석두성에 뱃줄을 놓으니 손권이 후군이 되었고, 현산에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잡이가 되었다. 앞으로 서울을 수복하기는 늦어도 한 달이면 되겠지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늘의 깊으신 덕화요, 법을 늦추고 은혜를 펴려는 것은 국가의 좋은 제도이다.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지 아니 해야 하고 어두운 길에 헤매는 이를 깨우쳐 주는 데서 바른 말이라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의 한 장 글을 날려서 너의 급한 사정을 풀어 주려는 바이니, 미련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이 기회를 보아 자신의 선후책을 세우고 과거의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일 땅을 떼어 받아 나라를 맡고 가업을 계승하여서 몸과 머리가 두 동강이 되는 화를 면하고 뛰어난 공명을 얻기 원한다면 몹쓸 도당들의 말을 믿지 말고 오직 후손에게 영화를 유전해 줄 것만을 유의하라. 이는 아녀자의 알은 체할 바가 아니요 실로 대장부의 할 일이니만큼, 그 가부를 속히 회보할 것이요, 쓸데없는 의심을 두지 말라.

 나는 명령은 하늘을 우러러 받았고 믿음은 맑은 물을 두어 맹세하였기에, 한 번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이매 은혜가 더 많을 것이요 원망이 짙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미쳐서 날뛰는 도당들에 견제되어 취한 잠을 깨지 못하고 마치 당랑이 수레바퀴를 항거하듯이 어리석은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사가 한 번 휘둘러 쳐부숨으로써 까마귀 떼처럼 질서 없고 솔개같이 날뛰던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칠 것이며, 너의 몸뚱이는 도끼 날에 기름이 되고 뼈다귀는 수레 밑에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 죽고 권속들은 베임을 당할 것이다.

-본문 (왕사로서 정벌하고자 함)

 옛날 동탁처럼 배를 불태울 그 때가 되어서는, 사슴처럼 배꼽을 물어뜯는 후회가 있을지라도 시기는 이미 늦을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進退)를 참작하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分別)하라. 배반하다가 멸망하기보다 어찌 귀순(歸順)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다만, 너의 소망(所望)은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장부(丈夫)의 할 일을 택하여 표범처럼 변하기를 기할 것이요, 못난이의 소견(所見)을 고집하여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

- 결말(귀순을 권유)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요점 정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연대 : 당나라 881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작자 : 최치원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형식 : 격문, 변려문체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성격 : 경고와 힐책과 회유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주제 : 적장의 죄과를 꾸짖고 투항할 것을 권고하는 글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의의 : 신라인으로서 당나라 사람들까지 놀라게 한 명문으로 최치원의 명성을 천하에 떨치게 한 글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내용 연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격서 : 격문 또는 격. 특별한 경우에 군병을 모집하거나, 세상 사람들의 흥분을 일으키거나 또는 적군을 타이르거나 힐책하기 위하여 발표하는 글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광명 : 당나라 희종의 연호(880-881) 재위는 873-888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대저 : 대체로 보아서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변통 : 일의 경우를 따라서 이리 저리 막힘없이 잘 처리함.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권 : 위태로움에 임해서 슬기롭게 이겨 나갈 수 있는 것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군정 : 전쟁이나 사변 때 군사령관이 임시로 행하는 행정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순응 : 환경을 좇아서 그것에 잘 적응함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분별 : 세상 물정을 알아서 가림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왕사 : 정부의 군대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상경 : 당나라 서울 장안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수복 : 잃었던 땅을 도로 찾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가유 : 황제의 유시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신기 : 황제의 자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성궐 : 대궐의 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이해와 감상

 신라 헌강왕 때 최치원(崔致遠)이 지은 격서.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귀국한 이듬해 자신이 편찬하여 헌강왕에게 올린 다섯 편의 저서 중의 하나인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20권 중 제11권의 첫머리에 수록되어 있다.
 당나라 때에 있었던 유명한 민란인 황소(黃巢)의 난 때 그 괴수 황소에게 항복을 권유하기 위하여 보내는 격문을 대필한 것이다. 내용은 도(道)와 권(權)을 내세워 천하대세의 운행이치를 밝히고, 당나라 조정의 바르고 강성함과 황소 무리의 비뚤어지고 무모함을 대비시켜 사태를 올바로 파악하여 항복하도록 권유한 것이다.
특히, 이 글 중의
천하 사람들이 모두 백일하에 능지처참할 것을 생각할 뿐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도 이미 암암리에 처치할 것을 의론하였다.라는 구절에서 황소는 저도 모르게 상 아래로 내려와 꿇어엎드렸다는 일화와 함께 문학사 및 시화(詩話
) 등에서 빈번히 인용되어오고 있다.
 이 글의 문체는 대표적인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으로, 변려체의 형식미 및 대장법(對仗法)의 묘는 독보적인 것이었고, 또 후세의 한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것은 중국 일류의 사륙(변려)문체가들의 그것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형식에 너무 치우쳐 작자의 독특한 사상과 정서의 결여가 하나의 결함이 되고 있으나, 문학사상 신라 전 기간을 통하여 가장 뛰어난 문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고문헌 桂苑筆耕集, 三國史記, 東國文宗崔孤雲文學(徐首生, 語文學 1·2).(출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해와 감상1

  당나라 희종 광명 2년에 유적인 황소가 모반하여 복주를 점령하고 소란을 일으키자, 조정에서는 고변을 제도행영도통을 삼아 적을 치게 하였다. 이 때 최치원은 그의 막하에서 고변을 대신하여 7월 8일에 '격황소서'를 지었다. 이 격문은 적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명문으로서 문필의 대공을 세웠다. 이 격문의 뜻이 호장 장엄하여 추상열일과 같은 위압의 힘이 있었고, 용천설악의 쾌도로써 요마의 머리를 한 칼에 베는 것같은 위엄이 있었다. 격문에서 적장의 죄를 꾸짖고 힐책하는 가운데, '다만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또한 땅속의 귀신까지도 이미 남몰래 너를 베려고 의결하였다'라고 한 구절에서는 아무리 완강무지한 도둑일지언정 한 번 읽고는 모골이 쭈뼛하고 혼비백산하여 저도 모르게 상(床)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이로써 최치원의 문명(文名)이 천하에 떨쳐져 천 년 후인 오늘날에도 그 이름이 높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종(祖宗)이라는 의의를 제쳐놓고라도 갖가지 설화와 일화, 기담으로 말미암아 초인적 존재로서 추앙을 받는 소지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심화 자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변려문

 변려체·변문 ·사륙문(四六文) ·사륙변려문이라고도 한다. 문장이 4자와 6자를 기본으로 한 대구(對句)로 이루어져 수사적(修辭的)으로 미감(美感)을 주는 문체로, 변은 한 쌍의 말이 마차를 끈다는 뜻이고, 여(儷)는 부부라는 뜻으로 후한(後漢) 중말기(中末期)에 시작되어 위(魏) ·진(晋) ·남북조(南北朝)를 거쳐 당(唐)나라 중기까지 유행한 문체로, 변려문이라는 명칭은 당송(唐宋) 8대가의 한 사람인 유종원(柳宗元)의 '걸교문(乞巧文)' 중 “변사려륙금심수구”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변려문의 필수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개념 및 문법적인 기능이 서로 대응하는 2개의 구(句)로써 대구(對句)를 이루어 문장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② 문장의 전편(全篇)이 4자구(四字句)를 주로 하고, 6자구(六字句)를 이에 따르도록 구성한다. ‘사륙문’이라는 호칭은 여기서 나왔다.
③ 구말(句末) 및 구중(句中)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평측(平仄)을 안배(按排)하고 문장의 운율을 알맞게 다듬는다.
④ 고전(古典) 문장을 잘라서 쓰는, 이른바 단어를 교묘하게 활용하여 문장에 세련미를 갖게 한다.

 변려문의 귀족적인 문체는 과도한 수사주의(修辭主義) 경향으로 말미암아 중당(中唐) 때 한유(韓愈) 등이 일으킨 산문개혁운동에 의하여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걸었고, 한국에서는 신라 때에 이미 '문선(文選)'이 애독되면서 이 문체가 성행하였으며, 고려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신라 가야산 해인사 결계장 기(新羅迦耶山海印寺結界場記)

 일찍이 듣자니, 대일산(大一山) 석씨는 귀중한 불멸의 법어로써 불교도들을 깨우치기를,

"큰 땅과 같은 계율을 생성하여 그 법을 보존하며 살아라."

라고 했으니 대개 마음과 업을 발하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대경(大經)>에 이르기를

"대대로 이어 불문에 귀의하면 무릇좋은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가져오게 하는 것은 모두 가장 절승인 시라(尸羅)의 땅에 의거한다."

라고 했다. 그러니 땅의 이름이 서로 들어맞아야 하늘의 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나라의 이름을 '시라'라고 한 것은 실로 바라제가 법을 일으킨 곳이며, 산을 '가야'라고 한 것은 석가모니가 도를 이룬 곳과 같다. 그러니 경내는 실수보다 훌륭하며 산봉우리는 오대산(五臺山)보다 높이 솟았다. 엄연히 이곳은 높은 지역으로 기이하며 맑고 시원하면서도 수려한 곳으로, 문에 해인(海印)이라고 써 붙였으니 구름은 정의를 보호하는 용처럼 뭉게뭉게 일어나고 깊은 산 신령을 기대었으니 바람은 계율을 지키는 범처럼 무섭도다. 경계 좋은 곳에서 삼보(三寶)를 일으켰으나 자리잡은 것은 일백 년이 안되었고, 절터가 워낙 험하였기 때문에 아주 작은 규모로 창건했다. 다시 짓기로 의견을 모으니 나라에서 확장하여 열 것을 허락하였다.

 드디어 건녕(乾寧) 4년 가을, 90일 동안 참선한 끝에 땅을 넓히고 사찰 건축하기를 기다렸다. 땅의 신은 마음으로 정성을 들이며, 하늘의 신도 기쁨 눈빛이었다. 하물며 산중의 좋은 경지가 정말 사해(四海) 밖의 복을 받는 도량이 될 것임에랴!

 그러나 부처님의 사원을 세우기는 쉬우나 도를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만일 마음에는 있으나 거두어 들이지 않는다면 날개가 없이 날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육신이란 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과 같은데 산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하겠는가? 계를 지키는 것은 달이 바다에서 나오는 것과 달라서 이지러지고 반드시 둥그러지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물며 지금 불법은 쇠퇴하려하며, 마귀의 군대는 다투어 일어나고 있다. 볼수록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염려가 되는 것은 연기가 심해지다가 불길이 타오르는 것이다. 도가(道家)의 교훈에,

 "편안하여야 유지하기 쉽다."

라고 했고, 유가(儒家)의 글에 ,

"조심하지 않는 것을 사나운 것이라 이른다."

라고 했다. 억제하는 것이 오직 사람의 도리인데, 노력하지 않아서 되겠는가?

 사방의 경계를 구획하여 모두 계산하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살펴보니 이른바 삼층의 집을 짓고 사층에 누를 올렸다. 훌륭하도다! 이야말로 산이 높으면 우러러보기 쉬운 이치이니, 바라건대 엎질러진 물도 다시 담을 수 있게 될지라. 곧 이 땅은 금강석처럼 굳으며 홀로 우뚝 선 귀한 사찰이로다. 위엄이 세속을 진정하니 곳간의 먼지는 곧 끊어질 것이요, 덕이 요물을 이겨내니 장각의 안개가 침노하지 못할 것이다.

 또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을 재(齋)라 하며 근심을 막는 것을 계(戒)라고 한다. 유교에서도 이렇게 말하는데 불교에서 어찌 헛되이 있으리요? 잡귀가 방해하는 것을 피하려면 힘써 신의 가호(加護)를 구하라.

 때는 당(唐)의 건녕(乾寧) 5년 정월이다.    <동문선 제64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한식제진망장사(寒食祭陣亡將士)

 아! 슬픕니다. 삶에 한정이 있음은 예나 이제나 탄식하는 바요, 이름이 썩지 않음은 충의(忠義)가 으뜸이 됩니다.

 당신들은 활을 당겨 몸을 수고로이 하고, 수레바퀴를 덮쳐 힘을 뽐냈으므로 웅비 같은 대열에서 기운을 떨치다가 아관같은 진(陣) 앞에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싸움에서 용맹을 나타낼 수 있었으니, 이는 진실로 집에서 편히 누워 죽은 것보다는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들판에는 풀빛이 푸르고 숲 속에는 꾀꼬리가 지저귀며, 아득한 냇물은 공연히 끝없는 원한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만, 여기저기 많은 거친 무덤들마다 혼령들이 있는 줄을 누가 알겠습니까?

 제가 마음속에 새겨두고 싶은 것은 당신들의 옛 공로요, 제가 마음 아파 하는 것은 좋은 계절을 맞이한 것입니다.

 이 보잘것없는 술이나마 베풀어 저승에서 떠도는 혼령들을 위로하오니, 당신들은 다 같이 두회(杜回)처럼 적을 막아서 잡는 일을 꾀하고, 온서(溫序)처럼 살아서 돌아오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을 본받지 않았습니다. 장한 뜻을 이룰 수 있게 하소서. 이를 일컬어 음공(陰功)이라고 합니다.     <동문선 권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