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엔 곰탕 3배 콜레스테롤
내일 중복 … 내 몸 알고 먹어야 '약' 되는 여름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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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를 다니는 우상원(54·서울 영등포구)씨는 요즘 날마다 보양식이다. 지난 초복 전날에는 구내식당 점심 식사로 삼계탕이 나오더니 저녁 업체 미팅에서는 고객사의 요구로 장어구이를 먹었다. 다음날 저녁 친구 모임엔 보신탕, 주말 친척 모임에서 또 삼계탕을 먹었다. 그러다 우연히 혈액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중성지방·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이라 나왔다. 평소에는 늘 정상 수치였다. 의사는 “삼계탕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된장국의 50배, 곰탕의 3배다. 연일 고지방·고콜레스테롤 음식을 먹어서 일시적으로 수치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실제 실험에서도 우려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강동경희대병원의 도움을 받아 30대 남성 2명을 대상으로 3일 연속 매일 저녁 한 끼를 ‘삼계탕-장어-삼계탕’을 먹도록 했다. 결과, 두 사람 모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갔다. 지방간 위험 정도를 볼 수 있는 AST·ALT 수치도 올라갔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정인경 교수는 “실험 대상자 수가 적어 한계가 있지만, 비만이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 지방간이 있는 사람 등은 특히 고열량 보양식을 주의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여름이면 한국은 보양식 열풍에 빠진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지내는 사무직원도 으레 보양식을 챙겨 먹는다. 하지만 보양식도 과하면 독이다. 정인경 교수는 “흔히 말하는 보양식은 100년 전 조선시대에서나 맞는 얘기다. 여름 농번기에 아끼던 닭을 잡고, 여의치 않으면 개고기를 먹었다. 이런 보양식의 공통점은 단 시간에 많은 힘을 낼 수 있게 칼로리가 무척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계탕만 해도 지방 함량이 64%에 이른다. 보신탕은 61%, 장어구이는 60%, 추어탕은 32%다. 정 교수는 “이렇게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그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옛 사람은 특별식 외에 고열량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을뿐더러 농사일로 에너지를 다 소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고칼로리 식품을 먹을 만큼 몸을 쓰지 않는다. 또 평소에도 삼겹살·피자 등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보양식을 즐겨 찾다가는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계탕 한 그릇 열량은 약 930㎉로 식약처가 발표한 칼로리 리스트 중 1위(외식 분야)다.
삼계탕은 콜레스테롤 함량도 높다. 한 그릇이 1일 권장 섭취량의 60%나 된다. 콜레스테롤은 혈관을 노화시키고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장마비·뇌졸중을 일으킨다.
단백질 지나치면 간·신장에 무리
단백질 과다섭취도 문제다. 강동경희대병원 이정주 영양팀장은 “한국인의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권장량의 40%를 초과한다. 여기에 삼계탕·개고기 등 고단백 식품을 자주 먹으면 간·신장 기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단백질을 독성 없는 요소로 바꾸는 작업이 간과 신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신경도 예민하게 한다. 인체는 쓰고 남은 단백질을 암모니아로 바꾸는데, 단백질 과다섭취 시 체내 암모니아 양이 많아져 더운 여름 화를 더욱 돋운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몸도 산성화시킨다. 이 팀장은 “동물성 고단백질 식품을 섭취하면 순간적으로 몸이 산성화된다. 몸에선 중성을 유지하려고 알칼리성 물질을 끌어다 쓰는데, 대표적인 게 칼슘”이라고 말했다. 칼슘을 뺏기면 호르몬 조절 능력이 떨어져 불안·초조해지고 육체 피로도 가중된다.
칼슘·비타민 풍부한 유제품·과일이 ‘보약’
보양식을 먹을 때 더욱 유의해야 할 사람이 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고지방·고콜레스테롤 또는 높은 혈당이 의심되는 대사증후군 환자다.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혈관이 막혀 심장마비나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맞는 보양식은 어떤 것일까. 전문가들은 칼슘이 많이 들어간 유제품을 보양식으로 권한다. 이 팀장은 “땀을 많이 흘리면 피부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 신경이 쇠약해지고 기력이 없어진다.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우유·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이 좋다”고 말했다.
항산화비타민을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포도·키위·토마토·수박 등에 다량 든 항산화비타민은 여름철 짜증을 줄인다. 우유·요거트를 이들 과일을 함께 갈아 하루 한두 번 정도 먹으면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한방에선 맥문동을 추천한다. 찬 성질이 있어 예부터 삼복더위에 다려 먹던 음료다. 매실·레몬·오미자 등 침샘을 자극하는 식품도 갈증 해소를 돕기 때문에 차로 만들어 시원하게 마시면 좋다. 당뇨병 환자는 과일은 피한다. 이들은 오이·토마토 등 칼로리는 낮으면서 찬 성질이 있는 과채류를 시간 날 때마다 먹으면 좋다. 그렇다고 삼계탕이나 장어를 전혀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피하되,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사람, 또는 입맛을 잃은 노약자에게는 추천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과 지방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껍질과 국물에 지방이 많으므로 살코기 위주로 먹는다. 특히 삼계탕은 다리 위주로 먹으면 좋은데, 이 부분에 살코기는 물론 철분도 풍부하다. 또 한 끼를 동물성 보양식을 먹었다면 다음 한 끼는 반드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다. 이 팀장은 “보양식의 풍부한 단백질로 뺏긴 칼슘과 기타 비타민류는 채소로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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