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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알랑가 몰라] 숭례문 성곽 돌은 어디서 왔을까 (조선일보 2013.06.01 03:11)

[Why] [알랑가 몰라] 숭례문 성곽 돌은 어디서 왔을까

 

5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숭례문(崇禮門)은 예전과 달랐다. 성의 외벽은 흰빛을 띤 돌과 누런색 돌이 섞였다. 이 돌은 모두 어디서 왔을까.

문화재청에 따르면, 복원된 숭례문의 외곽을 둘러싼 성곽돌은 모두 4000여개다. 이 가운데 흰빛을 띤 돌은 약 3650개인데, 모두 이번 복원을 위해 새로 제작됐다. 여기에는 모두 7억여원어치의 원석(原石)이 사용됐는데, 이를 가공해 성곽돌로 만들어내는 데 든 가공 비용도 약 9억40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두 비용을 합친 전체 비용이 16억4000여만원이고, 돌의 수가 3650개인 점을 고려하면, 성곽돌 한 개당 가격은 약 50만원인 셈이다.

화재 이전에 숭례문 외벽을 장식했던 성곽돌 194개도 사용됐다. 복원 이전 숭례문 외벽에는 모두 800여개 성곽돌이 있었으니, 4분의 1 정도가 살아남은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600여개 돌도 여전히 숭례문에 있다고 한다. 숭례문 외벽들 사이에는 공간이 있고, 이는 갖가지 종류의 돌로 채워지는데, 600개 성곽돌은 모두 여기에 사용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랜 기간 외부에 노출되다 보니 틈이 생기고 깨져서 외벽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숭례문
이 밖에 서울 남산 자유센터의 축대로 사용되고 있던 성곽돌 380여개도 숭례문 외벽에 사용됐다. 이 돌은 원래 서울 성곽 외벽에 수십 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숭례문의 원래 외벽 색깔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흰색 돌을 누런빛을 띠게 가공해서 숭례문 전체를 예전 모습으로 보이게 할 수는 없었을까. 문화재청은 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문화재 보존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옛 돌과 새 돌을 배치하는 데는 특별한 기준이 없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복원 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외관을 보면서 적절히 배치한 것"이라며 "새 돌도 10년 정도 외부에서 비바람을 맞으면 오랜 기간 있었던 외벽처럼 누런빛을 띠게 된다"고 말했다.

 

 

내달 완벽복원 숭례문, '3D 레이저 스캔' 있어 가능했다

 (조선일보 2013.03.26 03:15)

 

레이저 반사 시간으로 거리 계산
㎛ 거리까지 구별 가능해… 구멍 크기·깊이도 알아낼 수 있어
문화재 복원 외 다양한 분야서 활용… 고층 건물의 변형 세밀히 분석
대형 플랜트 공사에 쓰일 파이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어
터널 공사, 산 촬영해 모의공사…

화재로 소실됐던 숭례문 복원 공정률은 현재 97% 수준이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 완공을 위해 막바지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여 만이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숭례문 복원에는 첨단 기술이 동원됐다. 레이저로 사고 이전 모습을 기록한 '3D(3차원) 레이저 스캔' 기술이다. 문화재 복원은 물론 고층 건물 진단과 플랜트, 터널 공사까지 다용도로 쓰이는 기술이다.

사고 현장 보존에서 복원까지

레이저는 물체에 부딪히면 반사돼 돌아온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는 되돌아오는 시간이 더 걸린다. 반사된 빛이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레이저와 물체 사이의 거리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현재 기술로는 1m 거리에서 레이저를 쏴 수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의 거리도 구별할 수 있다. 만일 구멍이 있는 물체에 레이저를 쏘면 구멍이 시작되는 지점과 크기, 깊이까지 알아낼 수 있다.

레이저의 이런 원리를 이용해 건물, 문화재 등을 3차원으로 촬영하는 기술이 3D 레이저 스캔이다. 3D 레이저 스캔으로 건물을 촬영하면, 컴퓨터에서 3차원 설계 도면을 만들 수 있다.

위프코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숭례문은 다행히 디지털 측량 기업인 위프코가 2002년 문화재청 의뢰를 받아 3D 레이저 스캔으로 촬영해 놓은 자료가 있었다. 수기(手記) 형태 숭례문 도면도 있었지만 이 3D 레이저 스캔 자료가 복원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이후 3D 레이저 스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주요 문화재의 3차원 촬영을 진행 중이다. 설계 도면 유실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자격루, 경주 안압지 같은 건축물은 물론이고 공주 갑사에 있는 월인석보 목판, 고려청자 등의 3D 레이저 스캔 작업을 끝냈다.

올해는 경주 석빙고와, 조선시대 천체 관측 기구인 혼천의도 3차원으로 스캔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부 문화재는 아예 도면이 없는 것도 있어 스캔 작업이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3D 레이저 스캔은 숭례문 화재 수사에도 도움을 줬다. 경찰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사건 현장을 보존해 추후 수사에 활용한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사고가 나자 현장에 대한 3D 레이저 스캔 작업을 진행했다. 한 업체가 감당하면 열흘이나 걸리는 일이었다. 한시가 급한 문화재청은 전국의 3D 레이저 스캔 업체 다섯 곳을 동원했다. 당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연구원이던 박진호 유라시아디지털문화유산연구소장은 "업체들이 모여 열흘 걸릴 일을 이틀로 줄였다"고 했다.

고층 건물 진단하는 청진기 역할도

3D 레이저 스캔은 건물의 건강을 진단하는 청진기 역할도 한다. 고층 건물이 세워진 지 수십 년이 지나면 당초 설계와 다르게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 건물 높이, 층 간격, 기울기가 처음 시공 때와 달라지는 것이다.

수㎛의 정확도를 지닌 3D 레이저 스캔은 건물의 실제 상태와 도면 사이의 차이를 정밀하게 짚어준다. 건물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알면 일부 층을 리모델링할 때 유용하다. 3D 레이저 스캔으로 층 간격, 넓이를 정확히 알면 불필요한 자재 소모를 막을 수 있다.

플랜트 공사에도 유용하다. 대형 플랜트에는 수많은 파이프가 있다. 3D 레이저 스캔으로 파이프의 길이·직경·위치 정보 등을 파악하고 있으면, 파이프 교체로 발생하는 공정 중단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위프코 김시로 본부장은 "국내 업체가 외국에 지은 대형 플랜트의 3차원 정보를 갖고 있으면, 파이프를 바꿀 때 굳이 현장에 엔지니어를 파견하지 않고도 수리에 필요한 파이프 정보를 정확히 파악해 현지 기업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터널 공사에도 3D 레이저 스캔은 중요하다. 3D 레이저 스캔으로 산을 촬영하면 컴퓨터에서 터널 공사 과정을 모의실험할 수 있다.

3D 레이저 스캔 기업 이오시스템의 이승주 차장은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불필요한 굴착 공정을 줄여 자연도 보호하고 공기도 단축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