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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스마트폰 켜면 정보 주르륵 … 직장인 63%가 건망증 (중앙일보 2013.05.26 03:29)

스마트폰 켜면 정보 주르륵 … 직장인 63%가 건망증

디지털의 역습, 어디까지 왔나

 

게티이미지




#40대 주부 박금자(가명)씨는 자기 집 전화번호를 모른다.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어서다. 일정도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학생 홍길동(가명·22)씨는 지능지수(IQ)가 높은데도 책을 읽고 또 읽어도 머릿속에 안 들어왔다. 고민 끝에 정신의학과를 찾은 결과 스마트폰 중독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직장인 정모(35)씨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헤드폰을 한 시간 넘게 쓰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음악을 들으려고 헤드폰을 썼는데 노트북 등에 정신이 팔려 음악 재생 버튼을 누르는 걸 잊어서다. 평소 여러 디지털기기를 동시에 사용하지만 정신은 더 멍해지는 것 같아 고민이다.
 
 요즘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사례다. 디지털기기가 많아지는 현대사회에서 건망증과 집중력 저하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2007년 직장인 2030명을 대상으로 ‘건망증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물어봤다. 그 결과는 의외였다. 직장인의 63.1%(1281명)가 건망증 증세를 겪고 있었다. 이들 중 53.3%(683명)는 정보 과부하로 인한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꼽았다. 또 20.4%(261명)는 휴대전화나 PC 때문에 그런 걸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직장인들의 건망증은 디지털로 접하는 많은 정보와 스트레스, 디지털기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 때문(논문 ‘디지털미디어 등장과 새로운 위험유형에 관한 연구’ 참조)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른바 ‘디지털 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표1 참조> 그중 일부는 증세가 악화돼 의사로부터 치매 진단을 받기도 한다. 2012년 기준으로 20대 치매 환자는 86명, 30대 환자는 299명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19세 이하도 28명이었다. 이는 2008년(19세 이하 14명, 20대 21명, 30대 166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경희대 박기정(신경과) 교수의 조언이다. “(치매 직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1년에 10~15%가 치매로 악화된다. 지금 치매라고 할 순 없어도 그런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치매 환자들에게 6개월 내지 1년간 자극이 많은 환경에 노출시켜 인지훈련을 하면 위축돼 있던 신경세포가 두꺼워지고 신경과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네트워크)이 좋아진다. 디지털 치매도 비슷한 훈련을 통해 뇌의 다양한 부분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 척척, 신동인 줄 알았더니 …
인터넷게임 중독이 뇌구조까지 변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1년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의 뇌를 조사한 결과 사고·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소뇌의 역할이 비활성화되거나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래픽1 참조> 이에 대해 밸런스브레인 장원웅 연구원장은 “전전두엽은 청소년기인 18~21세까지 발달하는 부위인데 이 부분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사고·인지능력뿐 아니라 감정·행동 조절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