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朴 '평판 반영 人事' 하겠다는데… 나홀로 스타일 바뀔까 (조선일보 2013.05.17 03:05)

수퍼보이 2013. 5. 17. 09:45

朴 '평판 반영 人事' 하겠다는데… 나홀로 스타일 바뀔까

朴 "인사委서 철저히 多面평가"
전문가 "대통령 의지가 중요, 낙점한 후 평판 듣기는 곤란"
"대통령이 찍은 사람 '하향식 검증' 그만해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6일 "평판까지 포함된 인사 파일을 강화해 인사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신임 원내대표도 "인사에서 주변의 평판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인사 검증에 평판을 많이 반영하고, 다양한 경로로 추천을 받아야 인재 풀(pool)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의 평판을 다양하게 들으면 인사 실패 확률이 낮다"고 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들이 인사(人事)에서 평판을 검증하는 '평판 조회(reputation reference 또는 check)'를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는 배경은 물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다. 윤 전 대변인 인사를 할 때 평판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대형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입에 올리지 않지만 평판을 고려하지 않은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평판의 중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15일 중앙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가진 만찬에서 "앞으로 인사위원회에서 다면적(多面的)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인사를)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면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평판을 고려하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인사위원회에서 다면적으로 평가해도 그런 평가를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앞으로 얼마나 참작하느냐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에 임명될 때부터 주변의 평가가 안 좋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듣지 않고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했다"며 "평판이 나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걸 무시했기 때문에 이번에 터질 게 터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윤창중 성추행 사건과 관련, 박 대통령의 지난 13일 대국민 사과와 15일 만찬 때 발언에서 부족한 게 있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윤 전 대변인 임명 때 평판을 고려하지 않은 데 대한 ‘반성’이 빠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15일 ‘전문성을 보고 새 인물이 맡으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에는 어느 정도 자책(自責)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역대 정권이 평판, 시스템 검증을 강조했지만 실패한 것은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찍은 사람에 대한 하향식 평판 검증이 아니라 평판이 검증된 사람 중에 대통령이 최종 인사권을 행사하는 상향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人事 자책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조선일보 2013.05.16 23:23)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씨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용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책(自責)했다. 박 대통령은 15일 중앙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만나 "저 자신 굉장히 실망스럽고 '그런 분이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다"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언제 또 하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전문성을 기준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한번 맡으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며 "앞으로 인사위원회가 조금 더 다면적으로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인사 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체제로 바꿔 나가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첫 총리 후보자부터 국방장관·공정거래위원장·법무차관 등 고위직 후보자 7명이 정권 출범 한 달도 안 돼 줄줄이 낙마(落馬)했다. 인수위 대변인 임명 때도, 청와대 대변인으로 옮겨갈 때도 인품·역량·성격에 대해 논란이 그치지 않던 윤창중씨도 결국 그런 염려가 사실에 근거를 둔 걱정이었음을 자신이 미국에서 저지른 추태(醜態)로 증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윤씨를 기용한 것을 후회하면서 "인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인사 실패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윤씨의 경우 인수위와 청와대 대변인 기용 때 두 번이나 거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염려를 귓전으로 흘리며 이번 사건을 피해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대통령이 한번 믿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쉽게 거두지 않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믿으려면 믿기 전에 철저한 검증이 선행(先行)돼야 한다. 첫인상이나 그 사람의 주장이 마음에 든다고 검증 없이 믿고 보는 것은 요행(僥倖)을 바라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다. 인사(人事)에서 탈이 나 사과에 사과를 되풀이해야 하는 것은 인사를 시스템보다는 박 대통령이 직접 만든 개인적 자료와 인연에 주로 의존해 온 데서 비롯됐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조금만 더 다면적으로 인물에 대한 평판(評判)까지 검증하고 그 결론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면 윤씨 사건 같은 일이 벌어졌을 리 없다.

박 대통령은 정권 안팎에서 다양한 인사 추천을 받아 이들에 대한 검증을 거친 뒤 적임자를 고르는 게 아니라 본인이 평소 눈여겨봤던 사람을 골라서 검증 지시를 내리는 방식의 인사를 해 왔다. 대통령이 사실상 낙점(落點)한 뒤에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검증은 겉핥기 요식(要式)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인사 시스템을 강화하려면 대통령의 마음속 칠판에 적혀 있는 이름이 타당한 근거를 갖고 올라온 인물인지를 대통령 스스로 검증해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