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줄기세포 첫 복제] 한국 주춤할 때… 美·日·中, 줄기세포 연구 전력질주 (조선일보 2013.05.16 11:17)
[인간 배아줄기세포 첫 복제] 한국 주춤할 때… 美·日·中, 줄기세포 연구 전력질주
[세계는 줄기세포 전쟁 중… 최강 미국에 일본은 1.4년, 한국은 3.6년 뒤져]
美, 국립보건원 지원 연구비만 年 1조원… 한국의 10배
日, 한국 제치고 유도만능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 최고
中,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美유학 연구진 대거 영입
줄기세포 치료 연구와 산업화에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무섭게 치고 나가고, 미국은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성공으로 판을 흔들고 있다. 전통적 줄기세포 연구 강국인 영국은 원천 기술 확보를 실용화로 연계하기 위해 선도적 임상시험에 나서고, 줄기세포 연구 신흥 국가인 중국은 이 분야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지정하고 물량 공세와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
과학계는 이 상황을 두고 마치 각 나라가 앞다투어 우주개발을 선점하려는 '스타워즈(Star Wars)'에 빗대어 '줄기세포 전쟁(Stem Cell War)'이라고 표현한다. 줄기세포 강국을 자처했던 한국은 자칫 이 나라들 사이에서 넛 크래커(nut-cracker·호두를 위아래에서 눌러 까는 기구·선진국에 밀리고 중진국에 치이는 상황을 의미) 신세가 될 처지다. 전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은 2012년 11억달러에서 매년 48%씩 성장해, 2020년에는 160억달러(약 17조6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은 교토대 팀이 iPSc를 2006년 개발한 이후 2010년부터 줄기세포 연구 기술 수준이 한국을 추월했다. 최강국 미국과 기술 격차를 비교한 수치에서 일본은 1.4년, 한국은 3.6년이 늦다. 일본은 올해 세계 처음으로 iPSc를 이용한 임상 연구에 돌입했다. 노인성 망막 질환을 앓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iPSc를 갖고 망막 세포를 재생해 시력 회복 치료를 할 계획이다. iPSc가 개발된 지 7년 만이다. 통상 실험실 연구가 임상에 적용되는 기간이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속도전을 벌이는 셈이다.
줄기세포 연구 종주국 미국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규제를 수년 전부터 풀었다. 이어 지난 1월 연방대법원은 조지 부시 정부가 연방정부 연구비를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을 다시 허용하는 쪽으로 판결을 내렸다. 마지막 족쇄가 풀린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매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줄기세포 연구에 지원해 왔는데 이제 그보다 많은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캘리포니아주가 마련한 '캘리포니아재생의학연구지원센터(CIRM)'는 매년 3억달러를 이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 바이오 기업 등에 지원하고 있다. 2017년까지 총 28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iPSc에도 연구비를 양분하여, 이 분야 선발 주자 일본과 한판 대결을 노리고 있다.
영국은 각막 재생과 뇌졸중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선도적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우리나라보다 줄기세포 연구 기술 수준이 2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쫓아오는 기세가 등등하다. 상하이 생명공학연구단지에는 미국에서 돌아온 박사급 줄기세포 연구진이 대거 포진해 있다. 상하이 정부 연구소들은 고액 연봉을 내밀며 이들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한 가구에 한 자녀밖에 낳을 수 없는 중국 법에 특례 조항을 만들어 이들에게는 다자녀를 허용할 정도다. 중국은 치료 목적의 배아 복제 연구를 전면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접은 상태다. 2009년 차의과대가 황우석 방식의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정부 승인을 받았으나,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연구진은 "난자 기부도 크게 줄었고, 연구에 쓸 수 있는 난자 종류도 지나치게 제한해 제대로 연구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정부는 불임 시술을 하고 남은 냉동 난자만 사용토록 허용했다.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비 지원은 2011년 한 해 601억원에서 2012년부터 1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한국이 기술 우위를 가진 성체줄기세포 원천 기술을 조속히 실용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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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배아줄기세포 첫 복제] 한국, 윤리적 논란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집중
(조선일보 2013.05.16 03:02)
심근경색·관절염·치루 등 2년새 치료제 3개 개발 성공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은 지지부진하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연구는 일본에 주도권을 잃고 쫓아가는 상태다. 하지만 윤리적 논란이 없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은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지방 조직이나 골수에서 나오는 줄기세포를 가공하고 정량화하여 특정 질병의 환자 몸에 넣어주는 치료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심근경색증 치료에 쓰이는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하티셀그램―AMI'를 승인해 실용화했다. 이후 탯줄혈액(제대혈) 속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관절염 환자의 연골을 재생하는 '카티스템'이 나와 쓰이고 있다. 대장과 직장에 구멍이 뚫리는 난치성 소화기 질환 크론씨병에서 항문 주위에 생긴 치루를 치료하는 '큐피스템'도 실용화됐다. 최근 2년 사이 줄기세포 치료제 3개가 개발됐다. 성체줄기세포 실용화만큼은 앞서 가자는 전략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현재 16개 치료제 후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 중에 있다. 대부분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로 류머티즘 관절염 복구, 뇌성마비 환자 근육 재생, 척수 손상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한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은 차병원 연구진의 망막 질환 치료제 개발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치료가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기 때문에 성체줄기세포 치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좀 더 보편적으로 쓰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소장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는 대개 환자에게 필요한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모아 그대로 환자에게 찔러주는 수준이라 치료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최대한 높이는 연구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첫 복제] 배아줄기세포 이용한 망막 치료제 개발은 한국이 가장 앞서
(조선일보 2013.05.16 01:18)
차병원 계열사인 차바이오, 세계서 유일하게 임상시험 중
2~3년 내 상용화 가능성
줄기세포 치료제 중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부문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이끌고 있다. 차병원 계열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미국 협력사인 ACT(Advanced Cell Technology)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차바이오 치료제는 불임 치료 과정에서 남은 수정란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다. 차바이오와 ACT는 이를 갖고 노인성 황반변성과 스타가르트병 등 안과 질환 치료제를 만들어 한국, 미국, 영국에서 동시에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2011년 경쟁사인 미국의 제론이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 한국 기업이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타가르트병은 유전적으로 눈에서 영상이 맺히는 망막이 손상되는 질병이다. 환자가 적은 질병이라 이미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미국에서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러면 임상 1·2상 시험만 마치면 출시가 가능하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 부위인 황반이 노화로 손상되는 질병이다. 이는 임상 3상 시험까지 해야 한다. 현재 스타가르트병은 임상 1상 시험을 하고 있고, 황반변성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치료제의 안전성을 보는 임상 1상 시험과 환자 대상으로 치료 효능을 보는 2상 시험을 국내외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는 "미국과 영국, 한국의 6개 의료 기관이 두 질환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2~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첫 복제] 변방 카자흐 출신 과학자의 반란… 한국인 2명, 공동 저자로
(조선일보 2013.05.16 01:17)
美오리건大 미탈리포프 교수… 원숭이 복제 독보적 권위자
강은주 박사는 줄기세포 분야, 이효상 박사는 배아복제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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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오리건 보건과학대의 미탈리포프 교수(왼쪽)와 강은주 박사. /카자흐스탄 텐그리 뉴스 제공
과학계가 포기했던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되살린 주역은 변방의 과학자였다.
이번 연구의 주역인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산부인과 슈크라트 미탈리포프(Mitalipov) 교수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의 의학유전학연구센터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박사후연구원으로 유타주립대에 온 이후 미국에 정착했다. 1998년 오리건 보건과학대로 옮겼다.
과학계에서 미탈리포프 교수는 '복제 권위자'로 꼽힌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원숭이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원숭이 6마리의 유전자가 섞인 이른바 '키메라(chimera)' 원숭이를 '셀(Cell)'지에 역시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의 텡그리 뉴스(Tengri News)는 미탈리포프 교수를 '카자흐스탄이 낳은 10대 인물'로 꼽았다.
변방 출신 과학자여서 그런지 미탈리포프 연구실 연구원들의 국적은 가히 글로벌이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는 일본 도호쿠대 출신의 마사히토 다치바나 박사다. 경상대 수의대 출신인 강은주 박사와 순천대 출신의 이효상 박사도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이번 연구에 참여해 공동 저자가 됐다. 강 박사는 줄기세포를, 이 박사는 배아복제를 각각 맡았다. 이효상 박사는 지난해 말 귀국해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 있다. 이 박사는 "미탈리포프 교수는 오리건 국립영장류센터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복제에 대한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했다"며 "결국 원숭이를 통해 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최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귀국할 때 미탈리포프 교수가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말하며 '복제 연구를 했다고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냐'며 걱정했다"고 말했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첫 복제] 卵子 단 2개로 성공… "줄기세포 치료 5년내 가능할 듯"
(조선일보 2013.05.16 22:05)
[미탈리포프 교수팀, 체세포 복제 성공률 수백배 끌어올려]
난자서 核 빼고 피부세포 융합… 면역 거부 없는 줄기세포 얻어 치매·파킨슨病치료에 새 轉機
-생명 윤리 논란 크게 줄 듯
기존엔 난자 수백개 이상 필요
-종교계는 여전히 반발 "그래도 배아 이용 생명 파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진이 복제 배아줄기세포 수립에 처음으로 성공하면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를 만들 때 난자를 단 2개만 사용해 생명윤리 논란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개 중 1개가 성공해 성공 확률 50%를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하던 연구보다 성공률이 수백배 좋아진 것이다. 그동안 한 번의 연구에 수백개 이상의 난자가 소요돼 생명 파괴 논란이 제기됐었다.
◇면역 거부 없는 줄기세포 치료 가능
연구진은 난자에서 유전자가 들어 있는 핵을 빼고, 정상 유전자를 가진 피부세포를 전기 충격으로 융합시켰다. 이렇게 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난 것과 같은 복제 배아가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배아가 세포 수 150개 정도의 배반포기까지 자랐을 때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했다. "줄기세포와 피부세포의 유전자는 100% 일치했으며 어떤 유전적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복제가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의미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고,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만 자란다. 당연히 치료제로는 배아줄기세포가 더 좋다. 특히 환자의 세포로 만든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유전자가 환자와 똑같아 이식할 때 면역거부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테면 뇌세포가 파괴된 환자에게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자라게 해 이식할 수 있다. 치매·파킨슨병·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사전 원숭이 연구로 복제법 최적화
배아줄기세포 복제는 쥐, 원숭이에서는 성공했지만,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자를 기증받기 어려운 데다, 동물과 달리 복제를 하면 배아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2007년 사람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최초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원숭이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인간에 적용할 방법을 최적화했다"며 "성공의 핵심은 염색체 재조합 억제"라고 밝혔다.
정자와 난자는 염색체를 한 벌만 갖고 있다. 둘이 만나 배아가 되면 정상적인 한 쌍의 염색체가 된다. 염색체는 배아 발달 과정에서 서로 섞이는 재조합 과정을 겪는다. 반면 복제 배아는 피부세포를 통해 이미 완전한 한 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염색체 재조합이 되면 배아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연구진은 염색체 재조합 억제제를 처리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건강한 난자를 쓴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줄기세포 치료 5년이면 가능할 듯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윤리 논란도 심하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여겨져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이후 사실상 폐기됐다.
대신 찾은 것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 4개를 집어넣어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로 자라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었다. 난자를 쓰지 않아도 되고 배아줄기세포와 효능이 비슷해 연구자들이 이쪽으로 몰렸다.
이번 성공으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iPSc 전문가인 김정범 울산과기대 교수는 "iPSc는 인체에 없던 유전자를 집어넣는 인위적인 방법"이라며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훨씬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6년 iPSC가 처음 등장한 지 7년 만에 일본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며 "복제 배아줄기세포도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만큼 5년이면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어도 제대로 이식하는 방법을 몰라 치료는 100년 안에, 적어도 우리 세대 안에는 성공 못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장보식 사무총장(변호사)은 "성공 확률이 높으냐 낮으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사용되는 난자가 1개이건 2개이건, 배아를 파괴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은 생명 파괴"라고 했다.
☞줄기세포(stem cell)
다양한 인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일종의 원시(原始)세포다. 성인의 골수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것을 ‘성체줄기세포’, 불임 치료 후 남은 수정란(배아)에서 얻은 것을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다 자란 세포와 난자를 융합해 만든 복제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로 불린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in duced Pluripotent Stem cell)
다 자란 어른의 세포를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체 초기 단계로 되돌린 세포를 말한다. 여기서 마치 배아가 시작된 것처럼 심장·근육·신경 등 다양한 세포를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특정 세포가 망가진 환자에게 싱싱한 새 세포를 이식하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줄기세포→원하는 세포’ 만들기가 더 난관…치료적용 먼길
(한겨레 2013.05.16 22:06)
미 연구팀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
미국 오리건과학대학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5~2006년 국내에서 논문 조작 논란이 크게 인 이른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식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미국에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환자 치료에 실제로 쓰이기에는 갈 길이 여전히 멀고 실험 과정에서 여성의 난자를 써야 해 생명윤리적인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학계에서는 난자를 쓰지 않고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이 이미 대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 결과를 보면, 미탈리포프 박사 연구팀은 미국에 사는 23~31살 여성 9명이 기증한 냉동하지 않은 난자 126개를 이용해 4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체세포 복제 방식은 황우석 전 교수팀과 대체로 비슷한데, 난자에서 핵을 제거할 때는 황 전 교수팀처럼 짜내기 방식이 아니라 핵을 흡입해 제거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썼다.
또 카페인을 써서 세포 배양을 했다는 점도 다르다. 이번 연구팀이 만든 줄기세포는 신경·근육·장기를 이루는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것으로 실험 결과 확인됐다. 연구팀은 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암 등 종양이 생기는 부작용을 극복하면 환자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는 분명한 기술적 진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같은 줄기세포를 다시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조만간 환자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전망은 섣부르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보통 배아줄기세포는
암 등 종양으로 변질하거나
원하지 않은 세포로도 분화
“바로 장기 만들 수 있는 건 아냐”
9명 난자 126개로 4개 줄기세포
난자 추출 사용 비판 여전
“이미 난자 안쓰는 복제법이 대세
난자 쓰는 연구 불요” 주장도
이 배아줄기세포가 신경이나 근육을 이루는 세포 등 원하는 세포로만 분화하는지는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보통 배아줄기세포는 암 등 종양으로 변질되기도 하며, 원하지 않는 세포로도 분화한다. 줄기세포 분야 전문가인 한 대학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해도 원하는 세포로만 분화시켜 안정화시키는 것이 더 어려운 과제이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곧바로 심장 등 여러 장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생명윤리적인 비판이다. 난자를 거듭 사용하면서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에 쓰이는 난자는 여성이 과배란제를 쓴 뒤 난소에서 직접 15~20개가량을 채취해 쓴다. 이 시술의 부작용으로 감염·출혈부터 불임까지 나타나며 드물게는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연구부장은 “여성은 태어날 때 400~500개가량의 한정된 난자를 가지고 있다. 초경 뒤부터 난자를 배출하는데, 한꺼번에 많게는 20개가량을 배출시켜 이를 채취하면 불임과 같은 부작용을 겪게 된다. 생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난자를 치료의 재료로 쓰는 것은 생명윤리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부장은 또 “이미 난자를 쓰지 않고도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른 마당에 또 다시 난자를 쓰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