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미생의 장그래 같은 국민인재 적극 뽑겠다” (중앙일보 2014.11.28 00:51)
이근면 “미생의 장그래 같은 국민인재 적극 뽑겠다”
“저를 오과장이라고 생각해달라”
삼성서 결재판 없앤 경험도 소개
공무원연금 개혁 안 할 수 없는 문제
임금피크 연계 정년연장 해법 검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27일 정부청사에서 8000원짜리 도시락으로 오찬 기자간담회를 했다.
이근면(62) 인사혁신처장은 27일 취임(19일) 이후 첫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몇 가지 파격을 보여줬다. 정부서울청사 근처 한정식집에서 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이 처장은 정부청사 10층 회의실에서 8000원짜리 도시락 오찬으로 대신했다. 오찬장에 들어서면서 “참석한 모든 언론인들의 얼굴을 보려면 모서리 쪽 자리가 낫다”면서 국무회의장처럼 권위적으로 배치한 중앙 좌석을 잠시 사양하기도 했다. 민간기업(삼성)에서 37년간 인사 전문가로 일해온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시했다.
이 처장은 “취임한 뒤 3일 만에 입술이 부르텄다”며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공무원도 힘들더라”고 말했다. 취임식에서 이 처장이 드라마 ‘미생(未生)’을 언급한 것이 화제에 오르자 바둑 실력이 ‘강한 4급’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같은 국민인재를 추천하면 적극 뽑겠다”고 약속했다. ‘민간 경력’이란 표현 대신 ‘국민인재’로 바꿔 부르도록 취임 직후 지시했다. 국민 중에서 인재를 초빙한다는 의미다. 다만 장그래 같은 민간의 우수인력이 공직에 몸 담은 뒤 다시 민간으로 갈 경우 관피아(관료 마피아)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는 지적에 이 처장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만들어 민간과 공직이 쌍방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미생의 오 과장’이라고 빗댄 이 처장은 “오 과장이 오 차장이 된 것처럼 제가 승진해서 인사혁신처장으로 왔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바둑에서) 넓은 땅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가운데든 귀퉁이든 두 집만 내면 산다”며 “공직사회에서 반 발짝만 나가도 내 소임을 다하고 완생(完生)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목표를 제시했다.
신임 처장의 임무에 대해 “변화는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큰 욕심은 안 낸다.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겠다. 내년부터 공무원들이 연가 보상 없이 무조건 100% 휴가를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도 조직이 커지면서 뭐 하나 바꾸려니 20년이 걸렸다”며 “예컨대 1992년에 결재판을 없애도록 했는데 모든 그룹 자회사까지 결재판이 없어지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와보니) 똑같은 결재판을 쓰고 있어 얇은 비닐파일로 바꾸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95년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 삼성 출신이 공직에 들어온 소감을 물었다. 이 처장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공직사회 일부 문제가 전체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답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공직에 와서 보니 안 할 수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십시일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개혁을 역설했다. 연금 개혁 이후 공직사회 활력 제고 방안도 언급했다. 정년 연장은 사회적 파장을 생각해 좀 더 봐야겠지만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연계하는 방안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공직에 영입된 민간 전문가가 시간이 지나면 공무원 집단의 길들이기에 순치(順治)된다는 지적에 이 처장은 “(공무원들이) 나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공무원을 벼룩에 빗댄 이유
(중앙일보 2014.11.30 19:58)

이근면(62·사진) 인사혁신처장이 최근 공무원을 벼룩에 빗대 화제다.
이 처장은 28일 충북 청주에서 인사담당관 연찬회에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 처장은 "공무원의 자질은 부족하지 않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이는 스스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자기 능력(잠재력)을 제대로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벼룩 론(論)'을 꺼냈다.
"벼룩은 60cm도 뛸 수 있지만 26cm 높이의 유리컵 안에 계속 갇혀 있다 보면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된다.누구나 더 뛸 수 있으며 자기 능력은 스스로 쓰기 나름이다."
이 처장이 언급한 유리컵은 현실에 안주하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풍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처음 공무원이 됐을 때는 민간기업 못지 않게 유능하던 공무원이 혁신이 없는 공직 사회에 안주하다 보면 별볼일 없이 세금만 축내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처장은 "누구나 위기가 있으며 외부의 변화가 닥쳤을 때 내부의 혁신이 일어나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코닥과 아그파 필름은 사려졌으나 후지는 환골탈퇴해 화장품·제약 등 신사업을 키운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이 처장은 "최근 10년간 대한민국 30대 기업의 60%, 포춘 50대 기업의 50%가 교체됐다"고 공직사회의 분발을 촉구했다.
혁신에 대해 이처장은 "혁신은 어렵지 않고 의외로 쉬울 수 있다. 현재의 것에서 +α를 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mp3를 처음 만들어 놓고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창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리얼 업체(Shreddies)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동일한 공장, 공정에서 생산된 네모 시리얼에서 다이아몬드 형태의 시리얼을 탄생시켰다"고 소개했다.
이 처장은 "(공직 혁신은) 작고 가벼운 것에서 출발하지만 크고 높은 것을 목표로 해야 하고 생각을 혁신해야 한다"면서 "인사혁신처는 '100일 잔치'를 목표로 반 박자 빠르게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사혁신처가 주최해 전국 대도시에서 열고 있는 '2014 공직박람회'에서 만난 고교생과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당시 고교생은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로 안정성을 들었다고 한다.이 처장은 이에 대해 "안정성은 발전과 경쟁력을 갖춰야 가능하다"며 "공무원의 안정성은 국가의 성장과 공무원의 경쟁력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안정성은 공짜가 아니고, 안정성을 누리려면 공무원은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국가가 성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