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에볼라와 싸움에서 지고 있다" (한국일보 2014.10.19 15:52)
"세계는 에볼라와 싸움에서 지고 있다"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로 지난 8일(현지시간)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의 모친이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솔즈베리에서 18일 열린 추모예배 도중 눈물을 흘리자 어린 증손자가 닦아주고 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17일 “국제적인 연대와 이 전염병이 세계 경제에 가하는 위협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에볼라와 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파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단체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김 총재는 “에볼라가 서아프리카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어떤 손해를 끼칠 수 있는지 사람들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서방은 자국 국경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와 싸우는데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에볼라가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조기에 차단되지 않고 주변국으로 퍼진다면 경제 피해 규모가 연내 74억달러(7조8,800억원), 내년 말까지 32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사회가 에볼라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는 있지만 실제로 유엔에 모인 에볼라 기금은 목표액의 37%에 불과한 상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7일 에볼라 대응을 위해 10억달러(1조655억원)의 기금이 필요하지만 현재 모인 기금은 3억7,7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OCHA는 “2억 1,700만달러가 추가 약정돼 있지만 현금이 아니라 약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도 자체 보고서를 통해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확산 차단 대책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WHO 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전문가들의 무능과 정보 부족 등으로 에볼라 창궐을 차단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전문가들이 허술한 국경과 붕괴한 보건 시스템을 가진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전염병 억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WHO는 14일 현재 미국과 스페인, 서아프리카 5개국 등의 에볼라 감염자는 9,216명, 사망자는 4,555명이라고 17일 밝혔다.
대통령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 위해 보건 인력 파견하기로”
(한국일보 2014.10.17 11:49)
10여명 규모 아프리카에 파견 방안 검토 중
제10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밀라노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보건 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 전체회의 선도발언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에서 에볼라 전염병과 기후변화, 이슬람국가(IS) 문제 등 전세계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과 대책을 진지하게 논의했고, 어느 한 국가나 한 지역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여 명 정도의 보건 인력을 아프리카 지역에 보내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은 관계부처 대책반을 구성해 파견 인력 규모와 파견 기간, 안전 대책 등을 확정해 20일 세부 내용을 발표한다.
정부는 에볼라 발생 초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를 통해 6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고, 지난 달 뉴욕에서 열린 ‘에볼라 대응 관련 고위급 회의’에서 5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인력 파견 등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국 에볼라 진화에 동참… 사상 첫 의료진 해외파견
(한국일보 2014.10.17 11:51)
민간 자원자 중심 팀 구성해 현지에서 직접 진료
잇단 에볼라 환자 발생으로 미국 내에서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는 물론 북미 대륙에까지 상륙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발병지역에 직접 의료진을 파견해 진료에 나서는 등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에볼라 사태 진화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제대로 구성된 '팀' 단위의 국내 의료진을 나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사실상 건국 이래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한 제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전체회의에 참석, "한국은 여러 나라로 확산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데 이어 보건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관계부처들이 구체적 파견 지역과 규모 등을 결정하겠지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10여명의 의사·간호사·검사요원 등 의료 전문인력을 에볼라 출혈열이 유행하는 아프리카 지역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에서 현재 미국·영국 등이 에볼라 전문병원을 세우는 등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현지 의료진에 합류해 협력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파견된 우리 의료 인력들은 선진국·세계보건기구(WHO) 의료진들과 마찬가지로 보호장비를 완전히 갖춘 채 환자를 직접 진료하게 된다.
앞서 지난 8월 정부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국립중앙의료원 소속 감염내과 전문의·외교부 직원 등 4명으로 에볼라 대응팀을 나이지리아에 보낸 바 있지만,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교민 보호차원에서 현지 의료수준 등을 점검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 의료진은 실제로 교민이나 현지인을 치료하며 에볼라 확산을 막는데 투입된다는 점에서 한 차원 높은 단계의 파견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번 파견에서는 보건당국 소속 역학조사관들이 관리·조사 등 주로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고, 진료 인력은 대부분 민간 의사·간호사 등 가운데 자원자를 중심으로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이번 파견 결정이 ▲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인도적 책임 실행 ▲ 첫 의료진 해외 파견을 통한 선진 감염병 대응 매뉴얼 습득 ▲ 교민 감염시 국제적 도움 등의 측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국내 의료진의 대처 역량이 뚜렷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엇보다 크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까지 해외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한 번도 현지로 나가 대응한 적이 없다"며 "군대로 치자면 파병 경험이 없어 전투력을 기를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번 파견으로 선진국 의료진의 매뉴얼 등 감염병 대응 관련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얘기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앞서 1994년 10월 인도에 페스트가 발병했을 당시 한국대사관 요청으로 인도에 의료진을 급파한 적이 있었지만, 의료진 규모가 작았을 뿐더러 현지 교민과 여행자를 검사하는 정도의 활동에 그쳤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10명이 넘는 팀 단위의 의료진을, 국제 사회의 요청을 받아, 다른 대륙으로 보내 직접 진료에 나선다는 점에서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해외 의료진 파견"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엔이나 선진국의 요청에 따라 우리가 의료진을 파견해 적극 공조할 경우, 만약 앞으로 해외에서 한국인 에볼라 감염자가 발견됐을 때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 현지 치료나 한국 후송 등의 지원을 기대하기가 훨씬 더 수월해진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파견 의료진의 안전인 만큼, 이 부분의 대책도 면밀히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에볼라 대응 위해 예비군 소집령
(한국일보 2014.10.17 20:51)
오하이오·텍사스주 일부 학교 휴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에볼라 대응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비군을 현역으로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척 헤이글 국방장관에게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까지 이틀째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에볼라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국제사회의 에볼라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차단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군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국방장관에게 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확산지역의 의료지원을 위해 4,000명의 병력을 파병할 예정인데, 소집될 예비군은 이들의 교대 병력이다.
미 하원은 이날 청문회를 열어 에볼라 사태를 총괄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토머스 프리든 소장 등 당국자를 상대로 에볼라 대처 과정과 향후 계획을 추궁했다. 하원은 서아프리카 여행 금지 등 추가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CDC와 미 세관국경보호국은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에볼라 창궐 3개국에서 입국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입국 검사를 뉴욕 JFK 공항에 이어 이날부터 워싱턴DC, 애틀랜타, 시카고, 뉴어크의 국제공황으로 확대했다. 오하이오주와 텍사스주 일부 학교는 학교 관계자가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휴교했다.
한편 에볼라 확대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와 국제단체 등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시에라리온과 기니에 치료센터를 추가로 설치한다. 영국은 특히 병력 750명, 의료용 선박 한 대와 헬리콥터 세 대를 지원한다. 노르웨이도 인력 220명과 3,900만 유로(53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쿠바는 지난달 의료 인력 165명을 시에라리온에 파견하기로 했으며 중국도 시에라리온에 174명의 의료 인력을 보냈다.
유럽연합(EU)은 4억5,000만유로를, 미국은 총 3억5,000만달러를 원조액으로 책정했다. 세계은행은 2억3,000만달러 규모이던 에볼라 원조 금액을 4억달러로 늘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억3,000만달러, 아프리카개발은행(ADB)은 2억2,500만달러를 지원했다. 빌 게이츠의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이 5,000만달러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CDC 산하 에볼라 퇴치 재단에 2,500만달러를 내기로 약속했다.
[Q&A] 미국은 어떻게 에볼라에 뚫렸나
(한국일보 2014.10.15 17:44)
에볼라 발병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대륙간 전염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추가 전염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왜 에볼라의 자국 확산을 막지 못했는지 문답으로 알아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서 방역복 차림의 병사가 장갑 등 안전장구 사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곳 군기지의 병력 약 500명이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미군 지원대책에 따라 서(西) 아프리카 파견에 대비중이다.
Q. 던컨은 어떻게 감염된 채로 입국 가능했나.
미국 최초의 에볼라 환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42)은 지난달 30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에볼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 이후 실험 약물 등 병원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숨지고 말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던컨은 라이베리아에 있던 9월 15일 에볼라에 감염된 젊은 여성 마샬린 윌리엄스와 접촉했다. 던컨은 그 여성에게서 에볼라가 전염된 상태로 몬로비아의 로버츠 국제공항으로 갔다. 거기서 에볼라 검사를 받았지만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했고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측은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전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라이베리아항공국이사회 빈야 케셀리 회장은 “에볼라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빠르게 퍼진 이후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해당 국가 승객들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왔다. 8월 초 CDC는 공항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고, 이 교육을 받은 공항 직원들은 9월 중순 이후 에볼라 노출 가능성이 있는 여행객들에게 발열, 심한 두통, 근육통, 복통, 출혈, 구토, 설사가 있는지 물었다. 온도 감지 기계를 이용해 발열 검사도 실시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한계가 있었다. 바이러스 노출 확인을 전적으로 여행자에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검사 역시 그다지 전문성이 없는 공항 직원들에게 맡겼다. 이들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검사를 했는지 알 수 없다. CDC의 니콜 코헨 박사는 “여행자들 중 잠재적인 감염자들이 얼마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승무원들에게 에볼라의 위험과 증상, 전염 방식 등을 알렸으며, 일부 항공사는 승객들이 탑승할 때 장갑과 소독제를 공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초보적인 예방 조치를 넘어서는 승객 검사는 항공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미 교통부 규정에 따르면 미국에 오는 항공사들은 여행자가 단순히 전염성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질병이 다른 승객들에게 직접적 위협이 될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다. 미 교통부는 에볼라의 경우 매우 심각하고 전염도 쉽기 때문에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증후군)처럼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Q. 초기 단계에 던컨의 감염 파악에 왜 실패했나.
던컨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30일은 이미 그가 미국에 온 지 10일이 지난 뒤였다. 던컨은 공항 입국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했고 다음 날 세관에서도 CDC 직원에게서 발열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증상이 없었다.
닷새 뒤인 지난달 25일 처음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을 방문했을 때 그는 고열과 복통, 두통 증상을 호소했다. 혈액 검사를 실시했지만 에볼라 양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은 항생제와 진통제만 처방해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간호사는 던컨에게 아프리카를 여행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그는 아프리카에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병원 의료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병원도 이에 대해 “그 사실을 간과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처음 던컨이 병원에 왔을 때는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낮은 수준의 발열과 복통 증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흘 뒤 상태가 더 나빠진 던컨은 구급차에 실려 다시 병원에 왔다. 그제서야 병원은 던컨을 격리해 입원시켰다. 다음 날 CDC는 던컨의 혈액을 검사했고 에볼라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30일부터 던컨과 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찾아 검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부터 던컨은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지 않은 실험 약물 ‘브린시도포비르’(brincidofovir)로 치료 받았지만 8일 결국 숨졌다.
Q. 간호사 팸은 어떻게 감염됐나.
미 당국은 지난 12일 던컨 치료에 참여했던 여성 간호사 니나 팸(26)도 에볼라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베트남계 여성인 팸은 2010년 텍사스크리스천대학을 졸업하고 텍사스보건장로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했다. 이 여성은 치료를 위해 던컨과 11일간 접촉했다. 미 당국은 10일 팸이 약간의 발열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직접 걸어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리고 1시간 반 뒤 팸 자신이 격리를 원했다.
병원측은 던컨과 접촉할 때 팸은 규정 대로 보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썼으며, 다른 보호 장구도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며 그가 보호복과 보호 장구를 벗을 때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팸이 어떻게 감염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팸은 13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켄트 브랜틀리 박사에게서 혈장 수혈을 받았다. 브랜틀리 박사는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됐다 미국으로 이송돼 지맵 등의 치료를 받고 회복된 의사다. CDC에 따르면 현재 팸은 신체 지표가 정상 범위에 있고 의식을 차린 상태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팸은 14일 병원을 통해 “전 괜찮아요.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치료에 드는 비용을 모두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텍사스보건장로병원에서 던컨의 치료에 참여한 의료진은 모두 76명이다. 던컨의 상태를 확인했던 의료진들은 하루에 두 번 직접 자신의 체온을 측정했다. 팸의 감염 확인 이후 당국은 던컨과 접촉했던 이 병원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관찰ㆍ검사하고 있다. 당국은 던컨이 접촉했던 다른 48명, 팸과 접촉한 1명에 대해서도 에볼라 검사와 상태를 관찰 중이다. 그 중에는 던컨의 약혼녀였던 루이스 트로(54)도 포함돼 있다. 트로는 13세 아들과 격리 상태다.
Q. 미국 정부는 이후 방역대책을 어떻게 바꿨나.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은 에볼라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초기 대처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경우 보호 장비가 현행 매뉴얼로 충분한지, 보호복을 벗을 때 위험하지는 않은지를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환자들을 돌보는 미국 전역의 의사나 간호사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우려해 이에 대해 새로운 행동 수칙 몇 가지를 내놓았다. ①CDC의 현장 관계자들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보호복을 벗을 때 감독할 것 ②새로 편성된 즉각 대응팀은 최대 몇 시간 이내에 에볼라 발생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할 것 ③각 병원에서 검사할 때 환자에게 그 동안의 여행 기록을 자세히 물을 것 등이다. 이 조치에 따라 현재 미국 병원의 직원들은 착용하고 있는 보호 복장을 입고 벗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재교육 받고 있다. 또 보호 장비 사용을 얼마나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평가도 받고 있다. CDC는 또한 보호 복장을 벗을 때 바이러스를 죽이는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미 당국은 뉴욕 JFK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워싱턴 덜레스, 시카고 오헤어,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뉴저지 뉴어크 리버티 등 5개 국제공항에서 철저한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등 에볼라 집중 발병국에서 도착하는 사람들의 90%가 이 5개 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한다. 그 중 케네디 공항으로 입국하는 여행자가 전체의 43%, 덜레스 공항이 22%다.
이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승객들은 공항 당국에 맡기지 않고 파견된 CDC 직원이 직접 총처럼 생긴 비접촉식 온도계(적외선 빔)로 일일이 체온을 측정한다. 미 보건 당국 관계자가 공항에서 체온을 측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문 지역이나 신체 증상 등을 묻는 설문지 작성도 요구한다. 체온이 정상보다 높은 사람은 공항에 배치된 CDC 전문가에게 추가 검사를 받는다. 추가 검사 요령은 전국의 보건소에도 전파한다. 미 당국은 서아프리카와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행하는 다른 나라 항공사에 대해서도 설문지를 배포할 예정이다. 던컨은 라이베리아를 출발해 벨기에를 경유해 미국에 입국했었다.
美 던컨 치료진 중 두번째 에볼라 감염자 발생
(한국일보 2014.10.16 01:55)
간호사처럼 병실 드나들다 걸린 듯, 텍사스 병원 의료진 전원 검사 중
질병통제센터, 긴급 대응팀 꾸려 수시간 內 환자 치료·병원 관리 지원
앤서니 밴버리(스크린 속) 유엔 에볼라 대응팀장이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에볼라 대책 회의에 참석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대표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병원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했던 의료진 중 두 번째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례가 발생해 미국에서 에볼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볼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신속 대응팀을 꾸리겠다고 밝히는 등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텍사스주 보건국은 15일 성명을 내고 최근 에볼라로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하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의 여성 간호사 1명이 추가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해당 간호사는 전날 병원에 열이 난다고 신고한 뒤 즉시 격리됐으며 예비 검사를 받았다고 보건국은 설명했다. 보건국은 “당사자에게 (타인과의) 접촉이나 잠재적 노출이 있었는지를 신속히 확인했으며 관련된 이들을 추적 관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DC는 에볼라 양성반응을 보이는 의료진이 추가된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해당 간호사에 대해 확진 검사를 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이 병원에서 던컨을 돌보던 간호사 니나 팸(26)이 안전규정 위반으로 에볼라에 감염됐으며 보건당국은 던컨 치료에 관여한 의료진 전부에 대해 에볼라 감염 여부를 검사해왔다. 양성 반응을 보인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미국 본토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두 번째 사례가 된다. 던컨은 라이베리아에 다녀온 뒤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고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확진 9일 만인 8일 사망했다.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CDC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토머스 프리든 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응팀을 구성해 수시간 내에 환자를 치료하고 에볼라 확산을 막도록 하겠다”며 “더 빠르고 단결된 대응으로 에볼라 의심 환자를 받은 병원이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CDC는 팀 내 전문가를 확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대처 훈련을 강화할 계획이다.
프리든 소장은 간호사 니나 팸처럼 던컨의 격리 치료 병실을 드나들다 감염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총 76명으로, CDC가 하루에 두 번씩 이들의 체온을 점검하는 등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에볼라 감염자 발생 이후 병원마다 격리 치료 시설과 보호 장구가 부족한데다 에볼라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간호사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각 병원에만 에볼라 대처를 맡길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브루스 에일워드 WHO 사무부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4주간 매주 1,000건의 새로운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60일 이내에 에볼라 대응조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오는 12월에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매주 5,000~1만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WHO의 에볼라 대응 로드맵 통계를 보면 치사율이 대략 50%로 나오지만 공식 기록되지 않은 많은 사례를 정확히 반영한다면 실제 치사율은 7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에볼라 번지면 한국도 안심 못합니다
(한국일보 2014.10.15 22:35)
서아프리카서 15년 풍토병 연구...
"中·인도 에볼라 전염 가능성 높은데 이들과 교류 많은 한국도 주의해야"
정치인 대신 전문가 믿을 것 충고
빈센트 레시 미국 버클리대 환경정책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한국 및 주변국의 대처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빈센트 레시(69ㆍ사진) 미국 버클리대 환경정책학과 교수는 1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더 이상 에볼라 바이러스에서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근원지로 알려진 서아프리카 지역 풍토병 전문가인 레시 교수는 지난 9일 한국 동물분류학회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조 연설을 위해 방한했다. 오는 20일까지 5차례에 걸쳐 고려대 대학원생 및 교원들을 대상으로 ‘과학 학술 논문 작성’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1992년부터 15년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생 동물 등 곤충 및 바이러스를 연구한 곤충 전문가다.
레시 교수는 먼저 “한국은 에볼라, 말라리아 등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의술 및 의료기기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며 한국인들은 풍부한 먹거리로 인해 영양 상태도 좋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한국인들의 면역력을 들었다.
레시 교수는 그러나 국제보건기구(WHO)가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달 중 중국과 인도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인구 대국인데다 한국과의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며 “이 경우 한국은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질병연구 및 확산방지에 관한 국제 공조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 연구 수준이 높은 만큼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레시 교수는 일부 정치인들이 무책임한 발언을 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갑작스레 질병이 퍼지니, 일부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의 경우 그럴싸한 말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급급하거나 반대로 쓸데없는 위기감을 증폭시킨다”며 “세계보건기구나 전문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냉정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중국, 미국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가 차원의 대형 물 공급 정책 사업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중국은 비교적 물이 풍부한 남쪽 지방(상하이 인근)에서 물 부족 지역인 북부 지방(베이징 인근)으로, 미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베이징을 포함한 북부 16개 성(省)급 지역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그 중 6곳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시 교수는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수질오염 및 생태계 변이 등 의외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물 부족 국가의 경우 향후 이런 사업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