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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정기관 '관피아' 손본다 (한국일보 2014.07.09 00:53:02)

수퍼보이 2014. 7. 9. 01:00

[단독] 사정기관 '관피아' 손본다

감사원ㆍ국세청ㆍ공정위 총동원 등 공기업ㆍ대기업 3~4곳 고강도 조사
탈세ㆍ로비ㆍ리베이트ㆍ담합 등 각종 비리 집중 수사 '정조준'
감사원 등 가세에 관ㆍ재계 촉각

 

 

검찰의 관피아 수사가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 등 다른 사정기관도 관피아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관계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최근 검찰의 철피아 수사과정에서 감사원 간부가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되자 관피아 조사 작업을 감사원 안팎에 걸쳐 대대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감사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공기업들은 일제히 내부 감사를 실시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관피아와 관련해 이미 상당한 사전 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일부에서 “감사원이 관피아 조사 대상으로 3~4개 공기업과 대기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문제가 된 감사원 직원 철피아 비리 연루 사건을 강도 높게 조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코레일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감사원 외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도 관피아 척결에 나섰다. 국세청과 공정위 등은 관피아 척결을 위해 공기업과 대기업을 상대로 탈세, 로비, 리베이트, 담합 등 각종 비리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관피아 척결 사정기관 총동원

감사원은 철피아 조사와 관련해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기업이 더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해당 기업들에 대해 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한국철도시설공단 납품 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C사와 D사 등이다. 또 감사원은 이들 기업이 다른 공기업으로부터도 납품 의뢰를 받는 과정에서 시장독점에 의한 부당한 행위 등을 한 것으로 보고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정부 주요 부처 관계자들이 C사와 D사의 비리를 눈감아 준 정황이 있다고 보고 해당 부처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D사에 대해서는 특정 정부 부처 실무자 등과 연결돼 있는 정황을 파악하고 이 부분을 조사 중이다. D사는 영남 지역 업체로 관련 업계에서 국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다 정치권 인사가 이 회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D사는 막강한 정치권 인맥을 바탕으로 특정분야에서 공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상당부분 참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특혜를 입은 정황이 있다. 감사원은 이 회사를 조사해 범죄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철피아 수사와 관련, 검찰이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국세청 등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누락을 이유로 코레일에 6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코레일은 이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으로부터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 및 관피아 논란 등에 대한 조사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4∼5월 코레일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 뒤 용산역 개발사업 과정에서 세금을 누락했다며 지난달 600억∼65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추징금 규모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코레일은 세금을 누락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코레일은 이번 추징금 부과에 대해 조만간 조세심판원에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코레일은 공정위 조사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9일부터 18일까지 코레일 대전본사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코레일이 계열사의 자회사인 보험중개회사 KIB를 통해 A손해보험사에 보험계약을 몰아줬다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코레일은 철도비리 등 관피아 논란과 관련해서 지난 4월 감사원으로부터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공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이번 달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는 그동안 사전 조사가 충분히 진행됐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기업 등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현장 직권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적발되는 법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3월 26개 공기업집단 등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5월부터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는 이달까지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수집된 증거에 대한 보완조사를 거쳐 12월 중 법 위반행위를 제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공기업의 귀책에 의한 공기 연장임에도 공사대금 조정을 거부하는 행위, 생산완료 물량 납품취소, 지연이자 및 어음할인료 미지급 행위, 자회사에 구매물량을 몰아주어 민간 경쟁업체를 구축(驅逐)하는 행위, 퇴직임원 등이 신설한 회사를 거래단계에 추가해 마진을 취하게 하는 통행세 관행 등을 집중 파헤치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가 이뤄진 곳은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도로공사 등이다. 이외에도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필요에 따라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도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석유공사, 서울메트로, 한국지역난방공사, 부산항만공사 등 공기업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할 수도 있다.

코레일과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현장조사는 지난 6월 이뤄졌다. 코레일은 특히 하도급업체와의 거래에서 퇴직 임원 회사를 거래단계에 끼워 넣는 이른바 ‘통행세’ 행위를 한 혐의,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엔 한전 및 공공공사 최대 발주처인 LH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한전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민간 경쟁업체를 차별한 혐의, 퇴직한 임원과 관계된 회사를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부당한 이익을 준 이른바 통행세 관행, 공기업이 지불해야 할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혐의 등을 집중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LH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한 개발공사를 민간 사업자에 떠넘기는 등 일방적인 계약 철회 관련 횡포를 부렸는지 여부, 발주과정에서 시공사에 하도급비용을 강제로 낮출 것을 요구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조사 기업수사 신호탄

국세청도 공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최근 대상그룹에 이어 농심과 일동후디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식품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국세청 주변에서는 검찰이 세무조사 기업에 대한 추가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서울 동작구에 소재한 농심 본사에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농심 측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 척결로 각종 기업 수사가 재개되는 상황에 국세청의 농심 수사는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농심에 대한 조사가 대상그룹과 일동후디스 조사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정기 세무조사의 성격은 아닐 것이라는 계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달 20일 서울 구의동 일동후디스 본사와 강원 춘천과 횡성공장에도 국세청 조사요원을 보냈다. 일동후디스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9년만이다.

이어 같은 달 26일부터는 대상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 2011년 이후 3년 만에 또다시 세무조사를 받게 돼 재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국세청이 대상에 서울지방국세청 4국 요원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 4국은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와 달리 탈세나 탈루,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포착된 때 투입되는 곳이다. 이는 대상그룹에 대한 조사가 국세청이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를 진행하는 특별 세무조사라는 의미다.

대상은 지난 2005년에도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기 세무조사를 5년 이상 받지 않은 식음료 기업들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한편 검찰의 ‘철도 마피아’ 수사가 김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의 자살로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악재가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피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납품업체의 정관계 로비, 공사 수주업체들의 담합 의혹을 광범위하게 추적하며 수사에 점차 속도를 내던 중 이 같은 사건이 터지자 대책마련을 위한 비상회의까지 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이사장이 사실상 이번 수사의 핵심이어서 남은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2011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이 기간 납품ㆍ공사수주를 둘러싸고 업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이사장은 연간 사업비 수조원에 달하는 각종 철로공사를 수주하려는 업계의 집중 로비대상으로 의심받았다.

검찰은 AVT로부터 뇌물을 받은 감사원 감사관 김모(51)씨를 지난달 26일 구속하고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 권영모(55)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등도 금품을 수수한 단서를 확보해 철도시설공단과의 연결고리를 캐고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을 직접 조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납품업체와 실제 발주업무를 주도한 중간간부, 실무진 사이의 유착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이사장 외에도 철피아 수사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수사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