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어업지도선 구조활약상 담긴 21분 분량 영상 공개
왼쪽으로 완전히 기운 선체 난간에 매달린 승객, 바다에 몸이 잠긴 채 선체 구조물을 잡고 머리만 내놓은 승객,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고 바다에 빠진 승객….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긴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잇따라 공개되는 영상을 볼수록 배 밖으로만 나왔어도 모두 구조됐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깊어지고 있다.
안전과 구조 효율성을 위해 민간 어선의 접근을 통제했다는 군경의 설명은 단 한 척의 소형어선이 아쉬운 현장 상황에 설득력을 잃었다.
- 왼쪽으로 완전히 기운 선체 난간에 매달린 승객, 바다에 몸이 잠긴 채 선체 구조물을 잡고 머리만 내놓은 승객,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고 바다에 빠진 승객 등 침몰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전남도 어업지도선 제공)
화면상 승객들을 구조해 나르는 보트는 어업지도선을 포함해 10척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영상은 전남도 어업지도선 201호에 딸린 단정 항해사 박승기(44) 씨의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됐다.
해경의 공개 영상과 달리 지난 16일 오전 10시 4분부터 25분까지 21분 분량의 촬영 장면이 편집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 전남도 어업지도선이 29일 추가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
10시 8분 진도군 의신면 갈명도에서 불법어업 단속 중 사고 소식을 듣고 출동한 단정은 세월호에 닿자마자 선미 부분 갑판 위에 눕다시피 줄을 잡고 버티던 남성을 구조했다. 세월호는 이미 왼쪽으로 90도 기운 상황이었다.
목포해경 123정의 구명보트는 바로 옆에서 승객 10여명을 차례로 구조했다.
바다를 헤엄쳐 구명보트 쪽으로 다가가는 구조대원의 모습도 보였다. 구조대원들의 머리 위를 날던 헬기 2대는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선체 우현 위에서 프로펠러 소음만 요란하게 내고 있었다.
- 전남도 어업지도선이 29일 추가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
그나마 잡고 버틸 만한 난간이 있는 계단 근처에는 승객들이 어김없이 매달려 있었다. 승객들은 단정이 세월호에 바짝 붙자 곡예하듯 안간힘을 쓰며 어업지도원의 손을 잡고 단정에 올라탔다.
구조된 승객들은 인근에서 대기 중인 진도아리랑호로 차례차례 옮겨타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잡기만 해! 잡기만 해!"
세월호 둘레를 돌며 승객을 찾던 어업지도원들은 펴지지도 않은 구명벌이 즐비하게 늘어선 옆 난간을 잡고 바다 위로 머리만 내놓은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 전남도 어업지도선이 29일 추가 공개한 세월호 사고 모습.
10시 18분. 해양경찰 구명보트 쪽으로 단정을 옮기자 물에 잠긴 선체에서 학생 20여명이 상반신을 드러내고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한 승객들을 해경 경비정으로 옮겨 태우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동안 어업지도원들은 바다에 빠진 승객들도 건져 올렸다.
영상에는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셔츠 차림의 익수자가 다른 보트 위로 건져지는 모습도 담겼다.
오전 10시 25분 세월호는 완전히 뒤집혀 바닥을 하늘로 향해 뱃머리 부분만 물 위로 노출했다. 세월호 위로 헬기가 맴돌고 컨테이너들이 바다 위에서 떠다니는 장면으로 영상은 끝났다.
[세월호 참사]사고해역 등대유인화 요구 해수부 묵살
(뉴시스 2014-04-30 10:02:37)
맹골수도 인근 주민 2차례 건의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孟骨水道) 인근 섬주민들이 사고해역을 관장하는 등대의 유인화를 수차례 요구해 왔으나 해양수산부가 이를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해양수산부와 진도군 등에 따르면 맹골수도 인근 맹골도리와 거차도 주민들은 지난 해 7월부터 2차례에 걸쳐 맹골수도 옆 맹골도리에 위치한 '맹골 죽도등대'를 유인화 해주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인터넷 민원과 서면 건의를 해수부에 제기했다.
해수부가 지난 2009년 맹골 죽도등대를 무인화시스템으로 전환한 이후 선박사고 위험이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 맹골수도는 유속이 최대 6노트로,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울돌목에 이어 전국 2번째로 조류가 세다.
이 해역은 인천 등 서해에서 남해로 가는 주요 항로로 하루 평균 수백척의 여객선과 화물선이 운항하고 있다.
사고도 잇따라 지난 2002년부터 10년 동안 무려 58건의 해난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던 지점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동 북방 1.8마일 해상으로 맹골수도 안이다.
문제가 된 '맹골 죽도등대'는 사고지점과 불과 2㎞ 밖에 떨어지지 않아 등대장 등 직원들이 상주했을 경우 침몰사고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지난 2009년 이전 맹골 죽도등대에는 등대장과 직원 3명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선박 충돌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 왔다"며 "하지만 4년전 무인화로 전환한 이후 안개나 중국어선 등으로 선박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등대 고장시 보수작업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섬마을 이장과 여객선 선장, 어촌계장 등 5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진도군수 명의로 등대 유인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 같은 등대 유인화 요구에 난색을 표명해 왔다.
지난 2009년 등대 운영을 원격으로 하는 무인화로 전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해수부 측은 답변서를 통해 "등대 장비들이 최첨단화되면서 전국 49개 등대 가운데 죽도등대를 포함한 12기를 무인화했다"며 "지난 2009년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무인화를 추진했고 원격운영으로 해양교통 안전 기능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레이콘 등을 설치해 항해 선박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등대 유인화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