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플라자] 미국 다시 일으킨 기업가 정신 (매일경제 2014.03.18 17:17:45)
[사이언스플라자] 미국 다시 일으킨 기업가 정신
활기찾는 美경제 1등공신은 셰일가스로 대표되는 에너지
기술자·비즈니스맨·정치가 합심해 새 기술 만든 게 주효
연구년을 맞아 7년 만에 다시 방문한 미국에서 크게 두 가지 변화를 느낀다. 하나는 날씨의 변화이다. 3월 중순을 넘어선 워싱턴의 날씨는 지금도 영하를 기록하며 10㎝가 넘는 눈이 왔다. 또 한 가지는 미국 경기에 활기가 넘친다는 것이다. 10%를 훨씬 웃돌던 실업률이 6%대로 낮아졌다. 돈을 풀어 기업을 지원해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물가상승을 우려하여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출구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의 가진 자들을 성토하면서 거리를 점령하던 99%의 시위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아직도 지구촌 많은 나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미국은 이제 위기국면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유독 미국만 회생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은 에너지 정책에서 경제 회생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 현지의 지배적인 분위기이다. 오바마 정부의 `All of the Above` 에너지 정책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국내 원유와 가스 생산을 늘리고 외국 원유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기존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과 함께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데 역점을 두었다.
가장 특기할 것은 셰일가스이다. 셰일은 모래나 진흙 같은 점토들이 오랜 기간 쌓이면서 굳어진 지층을 말한다. 투과불가능의 암석들 사이에 가스가 뭉쳐 존재하는 것이 셰일가스다. 셰일가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1821년 미국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 동쪽의 프레도니아였다. 당시에는 채취비용이 너무 높아 나서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에너지 개발자이자 석유 부호인 조지 미첼이다. 텍사스 A&M 공대 출신 사업가였던 그는 유전에서 번 돈을 평생 셰일가스의 채취기술 개발에 투자했으며 드디어 1991년 수평채굴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기존의 수압파쇄법과 결합하여 셰일암 층에서 천연가스를 경제적으로 채굴하는 길을 열었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미국 경제계가 신음하고 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이 수평채굴 기술을 이용한 천연가스 채취를 적극 지원했다. 지난 해 미국에서 채취된 천연가스 가운데 90%가 셰일가스였다. 백악관은 셰일가스로 앞으로 100년간 미국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인 IEA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가스를 포함한 원유를 가장 많이 생산한 세계 1위 원유 대국으로 등극했다. 셰일가스 기술은 그동안 해외로 나갔던 미국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 기업들도 셰일 가스의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를 노리고 미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하수 오염과 지구온난화의 가속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지만 이 또한 과학기술로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믿는다.
기술자들의 끊임없는 문제해결 노력과, 확신을 가지고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비즈니스맨의 기업가 정신, 그리고 그 효과를 알아본 정치인의 혜안이 멋지게 만나 에너지 분야의 새 역사를 열었고 경제회복의 성과를 이룩하였다.
제임스 와트가 1776년 증기기관을 개발하여 생산양식과 경제모델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영국 경제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1882년 그의 강의에서 그 현상을 산업혁명이라고 공식적으로 소개할 때까지 그 흐름을 제대로 인식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역사의 주인공과 낙오자는 그 변화를 누가 더 빨리 파악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진택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ㆍ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
미국發 셰일가스 혁명, 세계 에너지패권 장악
(매일경제 2014.04.21 17:44:57)
◆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① 에너지 패권 진앙지 美텍사스주 가보니◆

지난 10일 셰일가스 혁명의 최전선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광대한 바넷셰일가스 지대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포트워스 시내에서 10여 분만 외곽으로 이동해도 10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굴착기들이 곳곳에서 셰일가스정을 뚫고 수압파쇄법(프래킹)으로 셰일가스를 뽑아내는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포트워스를 포함해 텍사스에만 41만개에 달하는 셰일가스ㆍ유정이 뚫려 있고 지난해에만 신규로 2만1000개의 셰일가스ㆍ석유정 굴착 허가가 났다.
미국이 내년까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추월해 세계 1위 석유 생산 국가로 우뚝 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셰일가스ㆍ석유 개발 붐 덕분이다. 셰일혁명이 에너지와 경제 이슈를 뛰어넘어 미국의 강력한 지정학적 패권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면서 미국발 셰일혁명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40여 년 만에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확 바꿔 친서방 국가들에 `에너지 우산`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웨버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 산하 에너지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이 셰일가스ㆍ석유를 글로벌 지정학적 질서와 에너지 패권을 재편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셰일혁명으로 오랫동안 에너지 패권국 지위를 누려온 러시아와 중동이 거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시아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24일 갖는 정상회담에서 셰일가스 일본 수출 허가 조치를 신속하게 내려줄 것을 요청하는 등 미국과의 에너지 동맹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최근 러시아가 신규 에너지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중국과 접촉을 늘리는 것도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에너지 패권ㆍ글로벌 지정학적 질서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 <용어설명>
▷ 셰일가스ㆍ석유 : 모래와 섞인 진흙덩어리인 퇴적암(셰일) 틈새에 있는 천연가스나 원유를 말한다. 지하 1000m 아래에 묻혀 있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었지만 혁신적인 수압파쇄ㆍ수평굴착법이 도입되면서 셰일가스ㆍ석유 생산이 가능해졌다.
"셰일혁명으로 新냉전 돌파" 美텍사스주 41만곳서 `굉음`
(매일경제 2014.04.21 20:43:54)
우크라 쇼크이후 러 에너지 무기화 본색
미국은 셰일가스로 `反러시아 전선` 주도
◆ 세계 패권지도 바꾸는 셰일혁명 / ① 미국, 에너지 패권 강자로 ◆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16㎞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데릭리버패드(Derek River Pad) 셰일가스 개발 현장. 분진과 소음을 막기 위해 10m 높이로 친 차단막 안으로 들어서자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로 시끄러운 발전기 굉음 속에서 수압파쇄(프래킹)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프래킹은 땅속 박테리아 제거를 위한 화학물질과 모래를 섞은 물을 셰일가스정에 초고압으로 분사해 진흙 덩어리 셰일(혈암)층을 균열시킨 뒤 암석 안에 갇혀 있는 셰일가스를 꺼내는 작업이다.
축구장 서너 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개발 현장을 총괄하는 체사피크에너지의 브라이언 윌리엄슨 작업반장은 "이곳 현장에 총 7개의 셰일가스정이 뚫려 있고 가장 최근 굴착한 7번째 셰일가스정에서 프래킹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2개월 뒤면 이곳에서 하루 수백만 큐빅피트의 LNG가 생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릭리버패드에서 북쪽으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덴턴카운티에 자리 잡은 얼라이언스허그 유닛 #11 셰일가스 개발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거대한 굴착기가 셰일가스정을 뚫고 있는 중이었다. 굴착업체 네이버스 리그의 조지 램지 현장감독은 "2주여간 굴착작업으로 현재 지하 5709피트(1740m)까지 뚫고 내려간 상태로 7000피트부터는 수평굴착으로 전환해 총 1만5000피트(4572m)까지 파내려간 뒤 프래킹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작업상황을 전했다.
램지 반장은 "이곳에서만 24개의 셰일가스정을 뚫을 예정인데 텍사스 전역에서 굴착수요가 급증하면서 일거리가 폭주하고 있다"며 텍사스 분위기를 설명했다
셰일혁명 전초기지인 텍사스에는 셰일 개발붐을 타고 미국 내 굴착장비의 절반 이상 그리고 전 세계 굴착장비의 4분의 1이 몰려 있다.

셰일가스 개발을 감독하는 텍사스 레일로드위원회 데이비드 포터 위원장은 "셰일가스 개발붐 속에 텍사스가 미국 원유의 40% 그리고 천연가스의 30%를 생산할 정도로 에너지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며 "텍사스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의 3분의 1은 석유ㆍ가스 투자 급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텍사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셰일 개발붐이 일면서 현재 48개 주에서 셰일가스ㆍ석유를 개발하고 있거나 개발 여부를 논의 중이다. 저렴한 셰일가스 수입을 원하는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 등 에너지 패권국가들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 미국 정부가 조만간 에너지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서 셰일가스ㆍ유정을 개발하고 있는 포트워스 소재 퀵실버리소시스의 스티브 린지 수석이사는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미국 내 LNG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도쿄가스 등 일본업체들이 셰일가스 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쇼크 이후 더 많은 업체들이 포트워스를 찾고 있는데 지난 2년여간 셰일가스 수입상담을 위해 400여 명이 회사를 찾아왔다는 게 린지 수석이사의 얘기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와 일본 등 일부 우방국에만 셰일가스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정부가 에너지 수출 확대 정책을 펼칠 경우 셰일가스 해외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IHS 부회장이자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인 대니얼 에르긴은 셰일시대 개막으로 2021년이 되면 미국이 세계 3대 LNG 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에너지시장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해주기를 기대하는 시장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가스값을 갑작스레 80% 인상하고 유럽 가스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정책과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캠퍼스 에너지연구소의 마이클 웨버 부소장은 "글로벌 에너지시장에서 러시아ㆍ중동에 맞서 미국의 에너지 패권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에너지 패권은 강화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중동에는 셰일층이 없어 셰일가스ㆍ석유 생산이 불가능하고 러시아는 셰일가스ㆍ석유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셰일 개발 기술이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 기업 EQT 출신인 박희준 에너지이노베이션파트너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구냉전의 전선이 이념이었다면 지금은 셰일가스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 석유 생산 내년 1위, 40년만에 수출도 눈앞
(매일경제 2014.04.21 20:25:44)
◆ 세계 패권지도 바꾸는 셰일혁명 / ① 미국, 에너지 패권 강자로 ◆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다운타운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덴턴카운티에 위치한 얼라이언스허그 유닛 #11 셰일가스 개발 현장. 거대한 굴착기가 셰일가스정을 뚫고 있다. [포트워스 = 박봉권 특파원]
미국은 셰일혁명에 힘입어 가스는 물론 석유 수출까지 거론되는 단계에 와 있다. 40년 만에 미국 석유 수출이 본격화될 경우 러시아ㆍ중동 등 기존 에너지 대국과의 패권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셰일가스 수출에 나서고 있지만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경우 수출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의 수출 확대는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공급 경쟁을 유발해 가격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석유 수출은 미국 내 수요를 만족시킬 수준으로 생산이 충분히 확대될 때까지는 가시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셰일석유 등의 생산비용은 1배럴당 70달러 이상이기 때문에 유가 급락 시 채산성이 급속히 낮아지고 그 결과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미국산 셰일석유 생산을 저지할 목적으로 석유 공급을 갑자기 크게 늘려 셰일석유 생산단가 밑으로 유가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다변화와 구매 협상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셰일자원 생산이 본격화된다면 에너지 가격이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셰일석유가 꼭 수출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 몇 년 새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이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셰일석유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에너지 수입국 입장에서 이 같은 추세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미국 셰일석유 생산으로 중동 석유 소비가 감소하면 아시아 국가들의 대(對)OPEC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 이후 아시아 프리미엄은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중동 에너지패권 흔들"
(매일경제 2014.04.21 20:28:41)
더 가까워진 美·日 에너지 밀월
일본 `셰일가스 조기수출` 요청
◆ 세계 패권지도 바꾸는 셰일혁명 / ① 미국, 에너지 패권 강자로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최대 과제는 미국에 대한 사우디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만나 2시간 넘게 미국의 중동 정책을 설명했다. 그러나 새롭게 제시된 `당근`은 없었다. 사우디를 분노케 했던 시리아 폭격 거부와 이란과의 화해 움직임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데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사우디를 방문했던 2009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셰일혁명이 중동 정책을 다루는 미국의 손을 한층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하루 평균 74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2009년에 비해 39% 늘어난 수치다.
사우디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도 달라지게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70년간 유지해온 전략적 동맹 관계가 흔들릴 정도가 됐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5~2016년 하루 평균 960만배럴에 달해 사우디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동의 중요성이 감소하면서 미국의 관심은 아시아로 옮겨가는 추세다.일본이 오바마 대통령 방일에 앞서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 허용 시기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선 미국산 천연가스를 동맹국에 대한 전략적 지원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인 공화당을 중심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 에너지 생산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997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일자리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연두교서에서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2020년까지 미국에서 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中, 지금은 러와 손잡지만…셰일가스로 에너지 최강국 노린다
(매일경제 2014.04.23 07:52:30)
러, 가스판매망 확보위해 中 구애
中, 셰일가스 매장량 세계 최대
생산량 늘려 美 에너지 패권 견제
◆ 세계 패권지도 바꾸는 셰일혁명 ② / 열강들의 합종연횡 ◆
지난 21일 중국 충칭시에서 개최된 `전국 셰일가스 탐사개발 추진회의`. 이날 행사에 참석한 쑨룽더 중국석유천연가스주식유한공사(CNPC) 부총재는 "내년에 26억㎥의 셰일가스를 생산해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요즘 중국에선 자고 나면 새로운 셰일가스 개발 기사가 실릴 정도로 중국 언론도 셰일가스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은 이제 중국 에너지 정책의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8일 새로 구성된 국가에너지위원회 첫 회의에서 "셰일가스 같은 자원 개발을 촉진해 에너지 안보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셰일가스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천연가스 수요 급증으로 에너지 안보가 크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1차 에너지원의 70%를 자급률이 높은 석탄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가스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했다. 2007년 전체 에너지원에서 3.3%에 불과하던 천연가스 비중이 내년에는 8.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자체 생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수입 천연가스 비중이 지난해 31.6%까지 높아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에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3분의 1을 중국이 소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원유와 철광석에 이어 천연가스의 블랙홀이 되는 셈이다. 이는 역으로 보면 그만큼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현재 중국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처로 떠오른 곳은 바로 러시아다. 미국의 셰일가스 증산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유럽 내 에너지 패권에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로서는 중국 천연가스 수요가 천군만마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9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장가오리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논의했다. 최근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가를 80% 올리자 우크라이나가 가스 수입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판매할 길이 막히자 그 대안으로 중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러ㆍ중 가스계약 체결 시 러시아는 가스관을 신설해 2018년부터 30년 동안 중국에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 전체 가스 수출의 20%가 넘는 양이며 중국이 지난해 사용한 전체 가스의 4분의 1 정도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필요할 때는 `친구`지만 언제 `적`으로 변할지 모르는 사이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셰일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이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 셰일가스 매장량은 31조5700억㎥로 미국(18조8300억㎥)보다 1.7배나 많다. 현재 탐사ㆍ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셰일가스 광구는 주로 쓰촨성과 충칭시 인근의 쓰촨 분지와 네이멍구자치구의 오르도스 분지, 동북지방의 쑹랴오 분지다.
문제는 중국 셰일가스층은 구조가 복잡해 첨단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개발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현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셰일가스정 1개 시추 비용이 미국 아칸소주 파예트빌 광구는 230만달러인 데 비해 중국은 6.5배인 1500만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셰일층이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프래킹 작업에 꼭 필요한 용수가 부족한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셰일가스가 주로 생산되는 쓰촨 분지가 지진 다발지역인 것도 중국의 한계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보잘것없다. 지난해 2억㎥를 생산했다. 미국의 2012년 생산량 2660억㎥와 비교하면 10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은 증산에 박차를 가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7배 이상 늘어난 15억㎥를 생산하고, 내년에는 65억㎥까지, 2020년에는 최대 1000억㎥를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에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30%가량을 셰일가스로 충당할 방침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중국의 에너지 안보는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러시아 가스횡포 못참아…英·獨·우크라 개발 착수
(매일경제 2014.04.22 23:20:47)
유럽도 "이대론 안된다"
◆ 세계 패권지도 바꾸는 셰일혁명 ② / 열강들의 합종연횡 ◆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바로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매년 석유ㆍ천연가스 등 에너지 30% 이상을 러시아에서 들여올 만큼 EU 경제 자체가 러시아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툭하면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위협하는 러시아에 맞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게 셰일 개발이다.
유럽 셰일가스 매장량은 13조3000억㎥로 셰일 개발 붐이 한창인 미국 셰일가스 매장량(18조8300㎥)과 맞먹는다. 문제는 개발 의지다. 그동안 유럽 셰일가스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셰일 추출 기술인 수압파쇄법(프래킹)이 지반 파괴와 지하 수자원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서적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EU 간에 신냉전 기류가 형성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 내 4위 셰일가스 생산업체인 사우스웨스턴에너지 짐 트라무토 부사장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미국 셰일가스 개발 기술을 전수받기 원하는 유럽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정치인들도 유럽 셰일가스 개발 논의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이루려면 셰일가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이다.
천연가스 40%와 석유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셰일가스 개발에 전향적 의견을 내놨다.
러시아 `경제 보복` 표적인 우크라이나는 아예 셰일 혁명을 통해 에너지 독립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네 번째로 셰일가스 매장량이 많으며, 지난해 11월 미국 석유 기업 셰브런과 셰일가스 채굴을 위한 100억달러짜리 계약을 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에너지 독립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22일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키예프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 대선 후보들과 면담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데 미국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주미 대사들은 미국 셰일가스 수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 의회에 보냈다. 미국산 셰일가스가 유럽으로 유입되고 유럽 내 셰일가스 개발이 확산되면 유럽 내에서 러시아 에너지 패권이 약화되는 반면 미ㆍ유럽ㆍ일본 에너지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셰일붐으로 에너지값 절감…글로벌 200社 "中 철수하고 미국가자"
(매일경제 2014.04.24 17:23:48)
가계는 연간 2000弗 소득 늘고 기업은 116억弗 감세 효과
◆ 세계 패권지도 바꾸는 셰일혁명 / ③ 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 ◆
미국은 전 세계 셰일가스ㆍ석유의 95% 이상을 생산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석유 재고는 지난주 말 현재 1931년 이후 최대치인 3억9770만배럴에 달했다. 미국은 이르면 내년, 아니면 내후년에 석유대국 러시아ㆍ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생산국에 오른다. 이처럼 미국이 `사우디아메리카`로 거듭나는 것은 다 셰일혁명 덕분이다. 미국발 셰일혁명은 미국 제조업에 제2의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질 만큼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락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의 에너지 비용이 확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천연가스 가격 단위인 MBTU(물 100만파운드 온도를 화씨 1도만큼 올릴 수 있는 열량)당 12~13달러였던 LNG 가격이 현재 4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러시아산 가스를 사용하는 유럽의 35%, 한국ㆍ일본 LNG 수입가격 대비 20~25%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미국 제조업체들이 전 세계 경쟁기업들에 비해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 커다란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텍사스주 오스틴 남동쪽 외곽에 자리 잡은 셰일가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오스틴에너지의 팻 스위니 이사는 "셰일 개발 붐으로 몇 년 새 미국 LNG 값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100% 셰일가스로 돌아가는 샌드힐에너지센터 발전소 발전단가도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며 "덕분에 가계ㆍ기업이 지불하는 에너지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에너지 비용 절감 외에 미국 제조업체들은 석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 대신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화학제품을 원자재로 활용해 원가를 줄이고 있다. 셰일가스에서 추출되는 에탄이 석유 기반의 나프타 값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셰일혁명으로 2025년까지 미국 제조업체 원자재 구입ㆍ에너지 비용이 매년 116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 에너지연구소 마이클 웨버 부소장은 "셰일 개발 붐에 따른 에너지 저비용구조는 기업들에 감세(tax cut) 혜택을 주는 것과 같고 셰일가스ㆍ석유 개발에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는 경기부양 조치와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버 부소장은 "셰일 붐으로 기업이 누리는 감세 효과와 경기부양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계속될 추세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셰일혁명이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현실화시킬 것"으로 자신했다.
에너지 비용 하락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점도 제조업에는 긍정적이다. 가계 소비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IHS 글로벌은 셰일가스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미국 가구당 수백 달러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고 있고 2035년이 되면 가처분소득 증가분이 가구당 연간 2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감하자 미국으로 유턴하는 제조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잇달아 미국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셰일혁명에 따른 저비용 에너지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생산공장을 인건비가 싼 중국 등 해외에서 미국 본토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진행되면서 2010년 이후 생산설비를 미국으로 가져온 미국 기업이 200개를 넘어섰다. 가스ㆍ석유를 원재료로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해외 화학업체들도 대거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뉴욕 소재 노무라종합연구소 미국법인 비즈니스컨설팅실 장강일 실장은 "미국 제조업 부흥의 결정적인 지렛대 역할을 한 셰일가스가 미국을 원자재ㆍ에너지 가격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었다"며 "셰일 개발 붐이 제조업체 원가 절감에만 그치지 않고 화학ㆍ플랜트ㆍ철강ㆍ기계 등 제조업 전반과 전력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의 성장 기회를 확대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17년 한국, 일본 등도 미국산 셰일가스를 들여오기 시작하면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현재 미국 제조업체들이 누리고 있는 셰일혁명 혜택을 똑같이 경험할 수 있게 된다.반면 미국 제조업체들은 미국 산업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셰일가스 수출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수출에 나서면 미국 내 LNG 가격이 상승하고 결국 미국 제조업체가 비용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반대 이유는 외국 경쟁기업들에 값싼 미국산 셰일가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경우 그동안 미국 기업들이 누려온 에너지 비용 경쟁력 우위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금과옥조 같은 셰일가스를 꼭 껴안고 놔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셰일가스 무장 美제조업 4년뒤 中 추월…한국 더 밀려날판
(매일경제 2014.04.25 19:47:55)
한국 철강·석유화학산업 존립 위기…중동원유 의존 탈피는 새로운 기회

미국 석유화학 업체들이 셰일가스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국내 업계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사진은 여천석유화학단지 내 공장 전경. [매경DB]
세계 3대 경영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18년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셰일혁명에 힘입어 중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BCG는 25일 전 세계 수출 상위 25개국 제조원가 경쟁력 변화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세계 선두권 제조업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10년 전 대비 임금이 187%, 에너지 가격이 138% 상승해 경쟁력을 위협받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로 인한 에너지 비용 감소, 적정 임금상승률, 안정적인 환율 등으로 제조원가가 절감되면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BCG는 2018년에는 중국보다도 미국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며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2014년 현재 제조업 경쟁력 3위 국가로 나타났다.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이었다. 한국은 10년 전인 2004년에 비해 제조원가가 꾸준히 상승했고, 2018년에는 제조원가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경쟁력이 더욱 약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해럴드 서킨 BCG 제조업 분과 공동대표는 "많은 기업이 제조업 관련 투자 결정을 할 때 `중국에 공장을 세우면 제조원가가 낮을 것`이라는 식으로 오래된 데이터에 근거해 실수를 범하는 사례가 많다"고 경고했다.
결국 한국에도 위기다.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석유화학업계다. 현재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한국 화학기업의 원가 부담은 셰일가스 기반 미국 화학기업 의 2~3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에서 우리 제품이 미국산 제품에 밀리고 있다.
원료뿐 아니라 연료 쪽에서도 불리해지고 있다. 가령 미국 철강업체 US스틸은 고로 가열 연료로 석탄 대신 가스를 활용해 t당 8~10달러 정도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철강업체 가격 부담으로 전가되는 실정이다.

셰일혁명으로 플랜트 수요가 급증하면 과거 `중동 특수` 때 그랬던 것처럼 국내 기업들에 엄청난 수주 기회가 찾아올 것이란 기대도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은 중동과 달라서 플랜트 산업 기반이 매우 튼튼한 나라"라며 "현지에 적합한 기술, 네트워크로 무장한 미국 기업보다 우리가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수처리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이를 차별 포인트로 내세워 미국 시장을 노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우리 기업들이 이 같은 강점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시장을 잠식당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셰일이 에너지 시장에 뉴트렌드로 부상한 이후 국내 플랜트업체들이 큰 먹을거리로 삼고 있는 해양플랜트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셰일혁명으로 인한 밝은 면도 적지 않다. 기존 에너지원에 셰일이라는 새로운 자원이 추가됨으로써 오일쇼크와 같은 에너지 위기 국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 태평성대`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한국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큰손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입원이 중동에 편중된 구도에서는 `바잉파워(buying power)`를 행사하기가 애당초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초과 수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일가스 시대 개막으로 이야기가 달라졌다. 미국이 에너지 수입에서 수출로 돌아서면 국제적으로 에너지 잉여가 발생한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중동산 천연가스 외에 미국산 셰일가스와 러시아산 천연가스로 수급원을 다원화하면 자연스럽게 가격결정권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우리나라가 `아시아 LNG 허브`로 부상할 우리나라가 `아시아 LNG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동쪽으로는 미국산 LNG, 북쪽으로는 러시아산 PNG(파이프로 들여오는 천연가스)가 들어와 집결할 수 있는 중간적 지대에 위치해 있다"며 "러시아산 PNG를 동해나 남해 쪽에서 액화한 뒤 인근 국가에 되파는 허브 기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셰일혁명은 또 채굴용 철강 수요 급증도 불러오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에는 희소식이다.
셰일열풍 더 거세질것…기술 진보로 채굴 난관 극복 전망
(매일경제 2014.04.25 16:47:50)
◆ 세계 패권지도 바꾸는 셰일혁명 / ④ 한국 위기인가 기회인가 ◆
"셰일이 석유화학 사업에서 그다지 큰 변수는 아니다. 10년쯤 뒤에는 다시 나프타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국내 한 정유사 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 셰일혁명이 국내 정유ㆍ화학 산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셰일 자원을 채굴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 환경적 영향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셰일 열풍이 10년 이상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셰일가스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채굴 가능한 확인 매장량이 200조㎥ 정도라는 데 컨센서스가 모아져 있다. 이는 전 세계가 6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셰일오일은 3450억배럴 정도로 전체 원유 매장량 대비 10%, 전 세계가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채굴 가능하다는 것이 상업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셰일 자원은 채굴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생산단가가 전통 자원에 비해 훨씬 높다. 만약 채굴 비용이 국제 유가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셰일은 상품화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셰일 채굴 비용이 가장 싼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셰일이 생산되는 실정이다.
셰일 비관론자들은 지형적 특성, 수자원 분포 차이, 생산지와 소비지 간 거리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나 유럽 등에서 미국처럼 파괴력 있는 셰일혁명이 전개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북미 지역에서 현재 채굴되는 셰일층 깊이는 2㎞ 이내가 대부분이고 4㎞를 넘어서는 곳은 거의 없다.
반면 중국은 4~6㎞ 지하에 존재한다. 또 중서부 사막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데 이곳은 수압파쇄법을 적용할 수자원이 절대 부족한 곳이다. 즉 셰일혁명은 북미에 국한된 것으로 더 이상 확산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낙관론자들 생각은 다르다.기술 진보에 따라 채굴 가능한 셰일층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지역적으로도 확장된다는 것이다.
박희준 에너지이노베이션파트너 대표는 "북미 셰일은 오래전부터 존재가 알려져 있었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방치돼 있다가 수평시추와 수압파쇄법이 나오면서 갑자기 경제성이 생겨났다"며 "기술 발전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자꾸 시도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없던 경제성도 생겨난다는 얘기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역시 "가채 매장량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그때그때 기술 수준과 국제 유가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이라며 "최근 몇 년간 진행된 변화를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셰일혁명 5대 대응전략
(매일경제 2014.04.28 17:29:10)
② 공기업 에너지 수급 독점 깨야
③ 연기금이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④ 금융 뒷받침돼야 LNG 허브 가능
⑤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병행 발전
세계 패권지도 바꾸는 셰일혁명 ② ◆

셰일가스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박희준 에너지이노베이션파트너 대표(왼쪽)와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오른쪽)이 셰일혁명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우리가 셰일혁명을 통제할 수 없고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다. 오직 적응하는 길이 있을 뿐이다."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은 셰일혁명이 어느 날 벼락처럼 몰아닥쳐 기존 에너지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만이 살길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국내 에너지 산업 시스템 혁신 없이는 셰일혁명 기회에 올라타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 셰일가스 최고 전문가들로 꼽히는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과 박희준 에너지이노베이션파트너 대표가 한국의 5대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은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그것도 대부분 중동에서 수입한다. 중동 위기가 오면 경제가 흔들린다. 에너지 수입채널 다양화가 숙원과제인데 셰일혁명으로 가시권에 들어왔다. 손양훈 원장은 "지금까지 에너지를 서쪽(중동)에서만 수입해 왔다면 앞으로는 동쪽(미국), 북쪽(러시아), 남쪽(호주) 모두에 전방위적인 수입원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 기업 EQT 출신으로 셰일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고 있는 박희준 대표는 "지금은 중동 석유를 수입할 때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웃돈을 얹어주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에너지 다수입국들이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전망했다. 단 전제는 있다. 한국은 공기업이 에너지 수입과 전력 공급을 독점하는 나라다. 그만큼 급변하는 에너지 가격 체계에 대응력이 떨어진다. 손 원장은 "민간 참여를 유도해 선진화된 경쟁 시장을 만들어야 셰일혁명 이점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을 전후로 셰일혁명은 중국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후발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10년 내 미국에서 셰일 관련 기술을 습득한 뒤 중국 등 신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셰일혁명은 이른바 다운스트림, 석유를 수입해서 정제하고 소비하는 산업만 존재하는 한국이 업스트림(자원탐사, 개발 등 최상위 단계)과 미드스트림(에너지 수송과 저장, 액화 등 중간 단계)에 도전할 수 있는 최초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손 원장은 "새로운 과제에 부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셰일혁명은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셰일 사업은 조단위 투자가 기본이다. 일개 기업만으로는 어렵고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이 중요하다. 손 원장은 "금융과 에너지 사업을 결합해야 한다"며 세계 3위 연기금인 국민연금 역할론을 제안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는 아직 부동산 주변에서만 맴돌고 있다. 에너지 설비는 초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단 수익 창출 단계에 들어가면 캐시플로가 안정적이다. 박 대표는 "미국에선 FI가 여러 업종에 속한 기업들을 연합해 셰일 프로젝트를 추진하나 국내는 모든 게 따로따로"라며 팀 단위 접근을 제안했다.
한국은 전국이 하나의 배관망으로 연결된 `환상 배관망`을 갖춘 데다 가스 소비 대국인 중국과 일본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괜찮은 LNG 허브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가스시장 규모 자체가 우리보다 크다는 점, 중국은 가스생산지와 파이프라인으로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3국이 허브를 놓고 경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승부는 금융 인프라스트럭처에서 갈릴 전망이다. 손 원장은 "싱가포르가 아시아 오일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은 금융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며 "금융 발달과 에너지시장 자율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셰일혁명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 중 하나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다.박 대표는 "신재생은 신재생대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20년 후 셰일을 경제성에서 능가하는 녹색에너지 기술이 나올 수 있고 이때는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 그는 "셰일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말했다.
찰스 도런, 셰일 개발하면 할수록 러 가스횡포 줄어들것
(매일경제 2014.04.28 17:43:14)
에너지안보 전문가 찰스 도런 존스홉킨스대 교수

"셰일혁명이 유럽까지 영향을 미치면 러시아가 지금까지 누려왔던 이점이 사라질 것입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에너지 정치와 안보를 연구하는 찰스 도런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무기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가격을 80% 인상했다. 또 유럽에 우크라이나의 밀린 가스대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도런 교수는 "셰일에너지 개발이 발전하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이 줄어들 것"이라며 "점차 유럽 안보를 스스로 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런 교수는 셰일혁명으로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문제에서 돌파구 마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덕분에 확고한 에너지 수출국의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작년 11월 무역수지 적자가 42억5000만달러로 전달에 비해 약 13%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4년 만에 최저치다.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셰일 에너지 개발 붐으로 국내 원유 생산이 5년 전에 비해 무려 64%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에 위치한 싱가포르도 석유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오일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도런 교수는 한국의 아시아 천연가스 허브 가능성에 대해 "한국이 천연가스 허브로서 매력을 아시아 지역의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심어줘야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