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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의 게임광 아빠 … 2살 아들 방치해 숨지게 (세계일보 2014-04-14 21:47:59)

수퍼보이 2014. 4. 14. 23:57

비정의 게임광 아빠 … 2살 아들 방치해 숨지게

2∼3일 만에 한번씩 집에 들어가 숨진 아들 보고도 또 PC방 전전
보름 지나 베란다에 시신 방치… 쓰레기봉투에 담아 인근에 유기

 

최근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 인터넷 게임에 빠져 PC방에서 살다시피 한 20대 아버지가 2살 난 아들을 방치했다가 숨지게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그는 아들의 시신을 집 안에 내버려 둔 채 또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을 전전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4일 28개월 된 아들을 혼자 집에 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정모(22)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1년 12월 고등학교 3학년 때 인터넷 게임에서 만나 동거해 온 아내(21) 사이에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 혼인신고를 하고 경북 구미 인의동 소재 모친 소유의 아파트를 얻어 살았지만 이렇다할 소득 없이 PC방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지난 2월24일 아내가 구미의 한 기숙사가 딸린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 취직하면서 별거 생활이 시작됐다. 정씨는 아내에게 “부모 집에 아이를 맡기겠다”고 해 안심시킨 뒤 곧바로 PC방으로 향했다. 그가 푹 빠져 있던 게임은 미국 라이엇 게임즈에서 개발한 ‘리그 오브 레전드’다. 국내 동시접속자수가 10만명에 이르는 인기 게임이다. 국내 게임업체인 넥슨 등에서 서비스하는 1인칭 슈팅게임 ‘서든 어택’도 그가 즐기던 게임이었다.

정씨가 다시 집에 들어간 것은 사흘 뒤인 27일, 그는 울며 보채는 아들에게 된장찌개와 육개장으로 밥을 줬다. 그러나 이틀 만에 또다시 PC방으로 향했고 일주일이 지난 3월7일 집으로 돌아왔을 때 두살배기 아들은 이미 숨진 뒤였다. 정씨는 안방에 쓰러져 있던 아들을 그대로 놔둔 채 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 나섰고 지난달 31일에야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시신을 담요에 싸 베란다에 내어놓고는 또다시 PC방으로 향했다. 정씨는 지난 11일 오전 10시쯤 100ℓ짜리 쓰레기봉투에 담요에 쌓인 아들의 시신을 담은 뒤 지퍼가 달린 비닐 가방에 넣었다. 그 뒤 도보로 약 1.5㎞ 떨어진 구미 인동의 한 빌라 앞 화단에 버렸다.

이러한 범행은 정씨 부인이 “아들을 보러가겠다”고 하면서 드러났다. 정씨는 “대구에 있는 아는 누나집에 맡겼는데 없어졌다”고 한 뒤 직접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경찰에 “지하철역에서 노숙을 했는데 편의점에 다녀온 사이 사라졌다”, “구미대교에서 함께 투신했는데 혼자만 빠져나왔다” 등의 진술을 하며 책임을 피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13일 오전부터 조사를 시작, 오후 2시30분쯤 범행사실을 자백받은 후 쓰레기봉투에 유기된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씨의 진술이 전부이기 때문에 현장 감식과 정밀 부검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정씨가 두살 난 아이를 일주일씩 방치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범행을 저질러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 정씨는 숨진 아들의 생년월일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공황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