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과일트럭 행상 50대 가장, 생활고 못이기고 트럭 운전석에서... (조선일보 2014.03.30 14:27)
10년 과일트럭 행상 50대 가장, 생활고 못이기고 트럭 운전석에서...
10년 넘게 과일트럭 행상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이어오던 50대 가장(家長)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신의 생계 수단이던 과일 트럭 안에서 목숨을 끊었다.
30일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낮 12시 36분쯤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5번 출구 앞에 과일을 실은 채 주차된 트럭 안에서 A(53)씨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져 있는 것을 근처 노점상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차 안에 남겨진 유서는 없었으며, 운전석에 누운 A씨 곁에서 빈 소주병 2병만 발견됐다.
신고를 한 노점상은 "A씨가 매일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고 트럭만 사흘이 넘도록 같은 자리에 세워져 있어 이상하게 여기고 안을 들여다보니 A씨가 누워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숨져 있었다.
A씨는 결혼 후 식당에 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해오다 돈벌이가 제대로 되지 않자 10여년 전부터 트럭에 과일과 채소 등을 싣고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 등지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상인들과 가족들에 따르면 A씨는 새벽에 일어나 가락시장과 노량진시장 등을 오가며 물건을 떼 와서 오전 2∼3시까지 장사를 했다. 하지만 1∼2년 전부터 불경기 탓에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인근에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과일트럭을 찾는 손님들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지하철역 부근과 아파트 단지들을 떠돌며 손님을 찾아다녔지만, 트럭 기름값만 더 들었고, 외상으로 겨우 받아온 과일들은 팔리지 않아 썩어버렸다.
월세로 얻은 단칸방에서 부인, 자녀와 함께 살아온 A씨는 최근엔 월세가 많이 밀려 장사하는 곳까지 찾아온 집주인으로부터 방세 독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주변 상인들에게 "장사가 너무 힘들다. 빚이 쌓여간다"며 생활고를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카드빚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유족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차상위 계층에 속해 있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A씨는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느라 바빴고, 부인은 몸이 아파 신청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A씨는 10년 넘게 생계를 이어줬던 낡은 과일 트럭 안에서 홀로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A씨의 형은 "나도 일용직으로 먹고 사는데, 그런 처지를 알면서도 최근 동생이 도와달라고 했었다“며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며 오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