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방식으로 금융규제 과감히 풀어야"
금융인초청 오찬간담회, "신흥·개도국 해외시장 개척 나서야"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그동안 실물경제 조력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또 기본책무를 재정립하는 일에 힘을 기울여 왔다면 이제는 창조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 글로벌 금융으로 우리 금융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금융인 30여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저는 우리 금융산업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적 금융'과 관련, "금융의 창의성을 구현하는 첫 단추가 금융에 대한 규제완화"라며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규제만 남겨놓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모든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규제환경이 달라지면 더는 담보나 보증 위주로 손쉽게 돈을 벌던 시대는 계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이디어와 기술가치, 비즈니스 모델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해내는 금융회사만이 미래 한국 금융을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금융사들의 혁신을 당부했다.
- 인사말 마친 박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인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박 대통령은 아울러 "그동안 금융권에서 발생한 여러 사고로 인해 금융에 대한 국민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한 뒤 "신뢰회복의 첫걸음은 금융권에 돈을 믿고 맡긴 소비자를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부실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관리하고 일단 부실화가 된 경우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통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에 대해 "우리 금융도 이제 눈을 돌려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겠다"며 "그동안 국제금융 중심지에 진출해 선진금융 기법을 배우는데 치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신흥국과 개도국으로 사업 기회를 넓혀가야겠다"고 말했다.
- 금융인과 함께한 박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인 오찬간담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박 대통령, 김정인 KCB 연구소장,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신창재 교보생명회장, 홍기택 산은금융지주회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2013.12.20
이어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갖춰온 예금보험과 부실채권정리제도, ICT에 기반을 둔 증권거래시스템 등 한국형 금융인프라를 신흥국에 수출하고 공유한다면 해외진출 기반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자동차나 플랜트 등 경쟁력 있고 국내 기업이 필요한 분야부터 우선 금융을 제공하면서 해외에 동반진출하거나, 경상수지 흑자로 풍부해진 국내 외화유동성을 해외진출을 위한 외화자금 조달에 활용하는 창의적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원화 국제화도 추구해야 한다"며 "이미 통화 스와프 체결 등으로 원화 국제화 첫발을 내디딘 만큼 경상 거래뿐 아니라 자본거래에서도 국제화가 점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금융을 '우리 경제의 혈맥'이라고 표현하며 "앞으로 국민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풀어주고 재기할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금융이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