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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추적 피하고 보자…공단은 5만원권 블랙홀 (매일경제 2013.08.14 19:37:28)

수퍼보이 2013. 8. 14. 23:40

자금추적 피하고 보자…공단은 5만원권 블랙홀

 

"5만원권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고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1만원권 지폐로 주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인천지역 한 지점에 근무하는 A과장은 최근 은행지점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이 강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5만원권이 아닌 1만원권으로 현찰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5만원권 부족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은행에서는 세금을 피해 5만원권 현찰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본부 업무지원팀이 지점의 요청을 받아서 한국은행에서 5만원권을 받아서 주요 지점에 배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점별 신청량이 워낙 많아서 충분히 나눠주지 못하고 있다. 여러 지점에 배분하기 위해 지점당 청구 한도를 1억원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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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에서도 업무지원센터에서 5만원권을 영업점 요청에 따라 제공하고 남은 돈을 다시 한국은행에 불입하는데 최근 불입하는 양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영업점에서 5만원권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아서다. 일부 은행 지점에서는 필요한 5만원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근 다른 지점에서 빌려오기도 한다.

시중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5만원권 공급을 줄였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5만원권을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원하는 만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의 5만원권 화폐발행 잔액 증가 규모는 올해 5월 4889억원, 6월 1371억원으로 전체 발행 잔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행에서 요구하는 만큼 한국은행이 5만원권을 주지는 않고 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전ㆍ세종ㆍ충청지역 화폐환수율은 5만원권이 46.2%, 1만원권이 136.0%를 기록하고 있다. 1만원권은 풀린 것보다 많은 양이 돌아오는데 5만원권은 돌아오는 양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발권국 관계자는 "일련번호를 안다고 5만원권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자금 흐름에) 껄끄러운 부분이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5만원권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지만 지하경제로 어떻게 흘러들어가고 있는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현금을 사용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한은을 비롯해 정부기관들은 정확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실태 파악이 먼저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5만원권은 특히 공단, 환전상이 많은 명동,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대림동에서 수요가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과세 강화 의지를 보이면서 공단지역 중소기업들이 5만원권을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대형금고에 5만원권으로 13억~15억원씩을 보관한다는 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객들은 5만원권 돈다발을 은행에서 가져갈 때도 일련번호를 섞어서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