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안다… 목요일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조선일보 2013.06.06 13:00)
스마트폰은 안다… 목요일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英 정경대, 앱 분석 … "주말 시작 기대감 때문"
스마트폰, 이제 과학 연구의 첨병으로 떠오르다
스마트폰 연결해 과학연구용 수퍼컴퓨터로 활용
지난달 9일 영국에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기상대'로 활용하겠다는 '웨더시그널(WeatherSignal)'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온도, 기압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를 모아 지역별로 상세한 기상 예보를 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로 띄운 초소형 위성이 촬영한 지구 영상을 공개했다. 위성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 스마트폰으로 위성을 만든 것이다. 스마트폰이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 연구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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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4월 21일 스마트폰으로 만든 위성 ‘폰샛(Phonesat)’3대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큰 사진은 2011년 고고도 기구에 매달려 우주로 나가 성능 시험 중인 모습이며, 작은 사진은 폰샛이 찍은 지구 사진(왼쪽)과 머그컵과 크기를 비교한 폰샛(오른쪽)이다. / NASA 제공
◇스마트폰은 움직이는 기상대
오늘날 스마트폰은 움직이는 과학장비다. 단말기 상태를 확인하거나 게임,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위해 들어간 각종 센서는 과학자들이 자연과 사람을 연구할 때 쓰는 것과 같은 성능을 갖고 있다.
캐나다 연구진은 기압을 측정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용 앱인 '프레셔넷(PressureNet)'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이 앱과 연결된 구글맵을 통해 자신이 있는 곳의 기압을 알 수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이 자료를 토대로 기후모델을 새로 개발하고 있으며,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재단 연구진도 같은 자료로 토양의 수분과 기압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기상예보는 대부분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동네별 기상예보가 선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은 실시간 상세 예보를 하지 못한다. 기상학자들은 세계 각지의 스마트폰이 수집한 기압 정보를 모으면 기상예보가 훨씬 더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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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기상 앱인 웨더시그널 화면. 스마트폰 내장 센서가 측정한 온도·습도·기압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하면 지역별 상세 기상예보를 할 수 있다. / OpenSignal 제공
영국 오픈시그널(OpenSignal)사가 시작한 웨더시그널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기상예보의 가장 발전한 형태다. 웨더시그널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스마트폰 내장 센서 덕분에 기압뿐 아니라 온도, 습도, 심지어 자기장의 미세한 변화까지도 기상예보에 활용할 예정이다.
웨더시그널이 모델로 삼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4다. 여기엔 온도계, 기압계, 습도계, 자기계 센서가 들어있다. 대부분 갤럭시S4가 선보인 'S헬스'를 위한 것이다. 온도, 습도 정보는 생활에 가장 쾌적한 환경을 알려준다. 기압 센서는 기압 차로 경사도를 계산해 산을 오를 때나 계단을 오를 때 칼로리 소모량을 알려준다. 지자기(地磁氣) 센서는 지구 자기장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정확한 방위 측정에 응용된다. 갤럭시S4는 화면 밝기를 최적화하기 위해 햇빛도 감지하는 센서가 있다.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는 기상예보에도 유용하다. 온도, 습도, 광량(光量)은 기상예보의 기본 정보다. 지자기 센서는 태양 폭발로 인한 자기장 변화를 알려줄 수 있다. 우주 기상 예보도 가능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센서가 다양해진 것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덕분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을 응용해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초미세 기계부품과 전자회로를 동시에 집적해 만드는 기술이다. 원래는 초소형 로봇의 부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됐는데, 자동차와 전자제품으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가격도 내려가 스마트폰에 여러 가지 센서를 장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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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경대가 개발한 스마트폰 활용 심리연구 앱인 매피니스의 홈페이지. / Mappiness 제공
◇언제 어디서 가장 행복한지도 분석
신형 스마트폰이 아니라도 기상예보에 활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항상 온도를 측정한다. 배터리 온도는 기온과 밀접하다. 날씨가 더우면 배터리 온도는 높아지고 추우면 내려가기 마련이다. 오픈시그널사는 이미 구형 스마트폰 배터리 온도 정보를 주변 기온으로 환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영국 기상청도 움직이는 스마트폰 기상대 계획을 반기고 있다. 기상청은 이미 자체적으로 아마추어 기상학자들이 측정한 각지의 기상정보를 모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기상청은 웨더시그널이 수집한 스마트폰 기상정보도 이 사이트에 취합하면 더 정확한 기상예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리 연구도 가능하다. 미 뉴멕시코대 제프리 밀러 교수는 지난해 5월 '심리과학 전망' 저널에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위치와 날씨 등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심리학 연구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영국 정치경제대 연구진은 '매피니스(Mappiness)'란 이름의 심리 연구용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앱은 하루에 두 번 사용자에게 지금 기분이 어떤지, 어떤 사람과 같이 있는지, 집 밖에 있는지 등을 묻는다. 답을 하는 데는 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 사이 스마트폰은 주변의 소음을 측정하고, GPS를 통해 위치를 추적한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가장 행복해하는지를 알아내려고 한다. 사용자는 앱 분석을 통해 자신이 가장 행복한 시간에 맞춰 일과를 조정할 수 있다. 4만5000여명의 사용자를 조사한 결과 사람들은 목요일에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목요일은 화려한 금요일과 기다리던 주말의 시작을 알린다고 해석했다.
◇우주에서 지구 촬영하기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과학 연구는 활동 무대를 우주로까지 넓힌다. NASA의 '폰샛(PhoneSat)'은 이름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만든 위성이다. 지난달 21일 NASA는 민간 로켓업체인 오비털 사이언스의 안타레스 우주발사체에 전화기 발명자의 이름을 단 알렉산더·그레이엄·벨이란 이름의 초소형 위성 3대를 발사했다.
NASA 연구진은 스마트폰에 외장 배터리, 주파수 증폭기 정도만 추가하고 한 변이 10㎝인 정육면체 상자에 담았다. 폰샛1.0인 알렉산더와 그레이엄은 대만 HTC사의 구글 안드로이드폰인 '넥서스원'을, 폰샛2.0인 벨은 그보다 성능이 나은 삼성의 '넥서스S'를 장착했다. 대당 가격은 3500~7000달러. 실용 위성은 수천억원대이며 초소형 위성이라도 수억원 이상이 든다.
위성이나 우주선에 쓰이는 부품은 진공이나 방사선, 극한의 온도 등 혹독한 우주 환경을 견뎌야 한다. 부품 테스트에만 수년씩 걸린다. 우주선에 쓰이는 컴퓨터나 전자 부품이 의외로 구형인 것도 우주에선 성능보다는 오랫동안 입증된 안전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스마트폰 넥서스S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테스트 기간이 오래 걸려 비용은 훨씬 많이 든다.
NASA는 스마트폰과 같은 상용 디지털 기기를 위성이나 우주선에 쓸 수 있다면 개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폰샛은 상용 디지털기기가 혹독한 우주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에는 카메라와 CPU, 위성항법시스템(GPS), 통신장치와 같이 위성의 기본 부품이 다 들어있다. 올 초 영국이 발사한 'STRaND-1' 위성도 구글 넥서스원 스마트폰으로 만든 것이다.
폰샛 3대는 지난달 27일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불타버리기 전까지 스마트폰 카메라로 지구를 촬영하고 데이터를 잘게 쪼개 아마추어 무선 주파수에 담아 지구로 보냈다. NASA는 이 정보를 복원해 선명한 영상을 만들었다.
◇대규모 실험 데이터 분석도 가능
전 세계의 스마트폰을 연결해 과학연구용 수퍼컴퓨터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과학자들은 입자가속기 실험 데이터나 우주 전파, 단백질 구조 분석과 같이 엄청난 컴퓨터 계산 용량이 필요한 프로젝트에 일반인들의 컴퓨터를 활용해 왔다.
즉 놀고 있는 컴퓨터를 모아 거대한 수퍼컴퓨터를 만드는 일종의 십시일반 전략이다. 일반인이 스크린세이버 형식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 컴퓨터 스스로 과학자들이 배당한 계산을 한다.
과학계는 앞으로는 움직이는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잠자는 사이 내 스마트폰이 외계인이 보낸 전파 신호를 최초로 확인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