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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취재 인사이드] 구글의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는 ‘멋진 신세계’를 여는 황금손? (조선일보 2013.06.05 14:31)

수퍼보이 2013. 6. 5. 21:07

[클릭! 취재 인사이드] 구글의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는 ‘멋진 신세계’를 여는 황금손?

 

“이거 꼭 영화에서 본 거 같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Google)의 안경형 스마트 기기인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를 처음 써본 느낌은 문자 그대로 “영화 같다”였습니다. ‘구글 글래스’는 지난해 6월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Brin)이 공개한 ‘스마트 안경’입니다.

안경처럼 얼굴에 끼면 눈 앞의 작은 화면에 온갖 정보가 보여지는 게 특징입니다. 지난해 말 개발자와 얼리어답터 등 적극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 제품을 1개당 1500달러(약 160만원)에 판매해, 현재 수천명이 이 제품을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용자를 북미(北美)지역으로 한정해 놓고 있다 보니 한국 안에서는 이를 써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올해 5월 15~17일(현지시각) 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린 개발자 대회 ‘구글I/O’ 현장에서 구글 글래스를 직접 착용해 봤습니다. 안경테를 두드리자 눈 앞에 글자가 떴습니다. ‘오케이 글래스(ok, glass)’라고 말하고 말로 물어보자 답을 알려주더군요.

‘미국의 대통령이 누구냐’고 묻자 ‘버락 오바마’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라면 찍고, 동영상을 찍으라면 찍었습니다. 옛날에 TV에서 틀어준 드라마 ‘전격 Z작전'에 나온 인공지능(AI) 자동차 ‘키트’와 대화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한국말은 아예 통하지 않았고, 가끔 제 한국식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듣고 헤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습니다. 어린 시절 상상하던 ‘미래’가 제법 가까이 와 있다는 점 말이죠.

영화에서나 상상하던 ‘미래’를 실물로 보여주는 환상의 IT기기

구글은 자신들의 사명(使命·mission)을 “전 세계의 정보를 정리해 누구나 유용히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이라고 정의합니다.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이런 이상(理想)을 펼치는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구글 글래스를 쓰면 누구나 인터넷에 쌓여있는 방대한 정보를 간단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글자를 입력하는 단계조차 생략됩니다. 안경테를 두드리고 말로 물어보면 끝입니다.


	구글 직원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 구글 행사장에서 구글의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글 직원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 구글 행사장에서 구글의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글은 일찍부터 이런 비전을 펼쳐보였습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재작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구글 모바일 혁명’ 행사에서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과 연결돼 기존 인지(認知)의 한계를 뛰어넘는 ‘증강 인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증강 인류’(augmented humanity)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킨다는 개념입니다. 산소통과 같은 잠수 장비를 가진 사람이 깊은 물속에 들어갈 수 있듯,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인터넷과 연결되면 인류 활동에 새로운 영역이 열린다는 거죠. 

 [클릭! 취재 인사이드] 구글의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는 ‘멋진 신세계’를 여는 황금손

구글 글래스 사용 소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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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래스 사용 소개 영상

하지만 구글 글래스와 함께 하는 세상은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일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구글 I/O 행사장에 있는 동안에는 구글 글래스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멋져 보이기만 했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구글 글래스를 끼고 있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붙어 ‘구글 글래스를 체험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행사가 끝난 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구글 글래스’ 사용자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거리의 시선은 온통 그에 쏠렸습니다. 그의 시야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꺼림찍한 시선을 던지더군요. 자신이 녹화(錄畵)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위축된 듯했습니다.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 암묵적으로 2가지 원칙(原則)을 선언했습니다.

첫째,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맞춤형으로 전달해 주겠다. 둘째, 대신에 당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겠다. 실제로, 구글 I/O 행사장 곳곳에는 수백개의 센서(sensor)가 깔려있었습니다. 이 센서는 온도, 습도, 소음, 전파 세기 등을 측정하는 장치였습니다. 구글은 이 정보를 모아서 어디에 쓸까요? 센서 근처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어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설마 나쁜 곳에 쓰진 않겠지’라고 믿는 수밖에요.

사용자 사생활은 발거벗겨져‘빅 브라더’ 탄생의 신호탄

 
구글 전시장에 설치된 센서. 소리, 동작, 전파 세기, 습도 등을 측정한다고 써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분석해 어디에 쓸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구글 전시장에 설치된 센서. 소리, 동작, 전파 세기, 습도 등을 측정한다고 써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분석해 어디에 쓸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구글 글래스’는 편리합니다. 하지만 ‘편리함’ 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구멍이 있습니다. 바로 프라이버시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이죠. 구글 서비스를 쓰면 쓸수록 구글은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내 위치 정보를 이용해 집과 회사를 알아내고, 검색어를 기록해 내 관심사를 알아내고,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 기록을 이용해 내가 친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아냅니다.

내 친구들의 정보와 내 정보를 조합해 더욱 정교한 나 자신을 알아냅니다. 지금도 이미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몇 km을 걸어 다녔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글 글래스’까지 더해진다면, 구글은 문자 그대로 사용자를 발가벗길 수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온 빅 브라더(Big brother)의 탄생이죠.

구글 역시 대중의 거부감을 잘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I/O 기조연설 마지막에 올라와 40분에 걸쳐 자유 질문을 받고 답변했습니다. 아무리 구글이 자유로운 기업이라고 해도 CEO가 인터넷에 생중계되는 공개 행사 무대에 올라 사전에 양해되지 않은 질문에 답한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그는 어린 시절 성대(聲帶)에 바이러스 감염을 겪어 긴 시간 대중에 연설하기에 부적절합니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 올라 모든 이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페이지 CEO는 질문에 답하기 앞서 “여기에 모인 우리는 모두 기술 발전의 긍정성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의 지나친 정보 수집을 두려워하는 대중을 설득하고자 하는 듯했습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행사장에 구글 글래스를 끼고 나타나 전 세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행사장에 구글 글래스를 끼고 나타나 전 세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사람들은 반론합니다. 그건 지나친 걱정이라고요.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 (☞ 해당 기사 보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처음 코닥에서 카메라를 발명했을 때, 언론은 카메라로 여성을 찍는 사람에게 '사악한 코닥인'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이 널리 퍼지고 영구히 기록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지요. 믿기 어려운 얘기 아닙니까?”

부작용을 우려해 공개와 공유를 하지 않는다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겁니다. 또 어차피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면, 차라리 이를 받아들이고 공개와 공유의 이점을 보라고 권유합니다.

사(私)생활 보호와 공유를 통한 이익. 우리 사회는 어떤 쪽을 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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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구글 행사 영상

 

 

 

구글글래스 포르노 앱 규제

 (조선일보 2013.06.06 17:29)

 

구글글래스

구글글래스




구글이 '안경형 입는 컴퓨터' 구글글래스에서 성인 포르노 콘텐츠를 강하게 검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앱 개발사 마이캔디는 지난 3일(현지시각) 성인용 콘텐츠 앱을 구글 앱 장터에 선보였다. 마이캔디의 앱은 음란물 콘텐츠를 검색해 내려받기할 수 있고 사용자가 직접 구글글래스로 음란물을 촬영해서 업로드할 수도 있다.

마이캔디의 앱이 구글의 앱 장터에 올라온 뒤 "구글글래스에 첫 번째 '포르노 앱'이 등장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구글 측은 음란물 콘텐츠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 측은 구글글래스 앱 개발 규정에 "누드 콘텐츠나 음란한 내용의 콘텐츠는 구글글래스를 통해 제공할 수 없다"는 규정을 추가하고 "구글의 규정을 위반하는 콘텐츠는 자동으로 차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음란물 외에도 폭력, 학대, 혐오 발언, 도박, 불법행위 등의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다.

구글글래스
구글글래스



구글글래스는 미국 내 천여명의 개발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개인 사생활 침해나 음란물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캔디는 "구글 정책에 맞춰 앱을 수정한 뒤 다시 배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구글글래스의 포르노 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구글글래스의 포르노 앱 논란은 오래전부터 예상됐다. 미국 성인물 업계는 구글글래스를 이용한 콘텐츠 개발에 큰 관심을 표해왔다. 특히 성인물 업계는 구글글래스의 사용자가 어떤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지를 다른 사람이 모른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