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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 분석해 희귀병 치료..타자 심리 파악한 류현진 완봉승 (매일경제 2013.06.03 19:35)

수퍼보이 2013. 6. 3. 21:47

지놈 분석해 희귀병 치료..타자 심리 파악한 류현진 완봉승

모바일시대 정보 분석해 미래예측 경영…빅데이터가 경제 자산이자 경쟁력 척도
美, 의료분야 활용땐 연간 372조원 절감

 

◆ 디지털 금맥, 빅데이터 / 제 1부, 왜 지금 빅데이터인가 ① ◆'미래를 바꾸는 창'으로 불리는 빅 데이터(Big Data) 분석 시장을 잡기 위해 전 세계 기업과 학계, 정부기관들이 뛰어들고 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엄청난 데이터를 모아주고,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숨어 있던 데이터가 '가치'와 '의미'를 입게 됐다. 올 하반기부터 빅 데이터는 전 산업 영역과 접목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디지털 라이프를 바꿔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하지만 빅 데이터 분석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는 없다. 가치와 스토리를 뽑아 활용하는 건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는 서울대 빅데이터센터와 함께 연중 기획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골드' 빅 데이터가 산업과 사회를 어떻게 바꿔가는지 사례를 소개하고, 또 이를 통해 어떻게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1. 제빵 업체 파리바게뜨는 '날씨'에 관심이 많다. 빵과 날씨는 얼핏 보면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날씨 판매지수'란 것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점포에 제공하고 있다. 날씨가 변하면 제품 선호도가 바뀌는 것을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이를 재고 관리와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 지수를 도입한 지 한 달 만에 조리빵 매출이 30% 늘었다.

#2. 의류 업체 유니클로는 소비자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올린 정보를 분석해 유행이 될 만한 제품을 한발 앞서 선보이고 있다. '히트텍'이 대표적인 예다. '얇고 가볍지만 따뜻하게'라는 콘셉트로 탄생한 '히트 텍'은 전 세계에서 4억장 가까이 팔렸다.

빅 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나 각종 게시판에 올라온 소셜 데이터를 실시간 자사 컴퓨터가 분석해주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과거 알기 힘들었던 대규모 리콜 사태의 원인을 빅 데이터를 통해 손쉽게 알 수 있게 됐다. 국가는 공공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제도를 개선한다.

빅 데이터가 전 산업 영역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신가치(Neo-Valueㆍ네오밸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스마트 기기 확산, SNS 활성화, 사물 간 통신(M2M) 발달로 데이터 폭발이 가속되면서 빅 데이터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며 "데이터가 곧 경제적 자산이자 경쟁력의 척도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빅 데이터는 공공의료나 국가 정책 등 퍼블릭(Public) 분야까지 손을 뻗고 있다. 최근 김도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자살예보시스템을 만들었다.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알려진 물가, 실업률, 주가지수, 기온, 유명인 자살 등 1억5000만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함수화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앞다퉈 빅 데이터 전략을 짜고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RAHS(Risk Assessment Horizontal Scannin g)' 시스템을 도입해 국가를 위협하는 위험과 환경 변화를 탐지해 대응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빅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미국 의료는 연간 3300억달러(약 372조원)를 절감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보관리청은 공공 정보를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스마트정부 2.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공무원의 부정부패, 행정 오류에 따른 손실, 세수 증감 등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있다.

빅 데이터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5년까지 글로벌 IT 산업 분야에서 총 440만개의 빅 데이터 관련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빅 데이터로 인해 2017년까지 4년간 약 52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수없이 널려 있는 데이터 중 자사의 이해와 맥락이 맞는 데이터를 뽑아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기업전략팀장은 "빅 데이터를 통해 열리는 '생각하는 기계' 시대는 전통 산업의 패러다임과 경쟁력의 원천을 근본부터 바꾼다는 점에서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기는 이미 현실화했다.

손민선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성실하고 집요하게 축적된 데이터는 그동안 인간이 풀지 못했던 문제의 해결 방안을 지능적으로 도출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난치병 치료와 지능형 교통망과 같은 꿈이 현실에서 이뤄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빅 데이터가 모든 난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지혜를 얻는 마법의 약은 아니다. 데이터를 모았는데 제대로 분석할 줄 모르면 '디지털 금맥'이 아니라 '휴지 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IBM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 상무는 "빅 데이터를 활용해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기업과 조직의 분석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빅 데이터 솔루션에서 추출해낸 데이터를 분석하고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