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녹색성장의 비전

총리 “원전, 천인공노할 비리”… 전면 재수사 (경향신문 2013-05-31 22:20:14)

수퍼보이 2013. 6. 1. 18:38

총리 “원전, 천인공노할 비리”… 전면 재수사

ㆍ작년 비리 연루 부품 수백개 적발 확인
ㆍ청와대 측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31일 불량 부품 사용으로 신고리·신월성 원자력발전소가 일부 가동 중단된 것을 두고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정부는 검찰뿐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행정력을 총동원해 원전 비리 사건을 지난해 감사원 감사결과까지 포함해 전면 재조사키로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부정과 비리에 관련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고 조치를 하라”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왼쪽에서 세번째)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상의를 벗고 있다. |

 

정 총리는 또 이날로 예고된 대국민 절전 담화문 발표 계획을 보류했다. 정 총리는 당초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 등을 소개하면서 전기 절약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국무조정실 측은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것이 선결 문제라고 생각해 담화문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는 원전 비리 문제가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원전 사고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의 단순한 부품 비리 정도가 아닌 것 같다. 그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게 터지면 박근혜 정부가 이를 수습하느라 5년을 다 보낼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검찰이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것과 별도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정부 자체 조사, 감사원 감사 등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5일 한수원 등에 대한 감사를 통해 납품업체 2곳이 966개 부품에 대해 87건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 등을 적발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원전 비리를 일부 적발하고도, 대선 직전 결과를 공개하는 것 외에 특별한 안전 조치나 재발방지 대책을 취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원전 비리’ 축소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이날 제조·시험업체의 전·현직 대표와 관련자 등 3명을 출국금지했다. 출국금지 대상은 한수원이 지난달 28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제어케이블 제조업체 JS전선의 전 대표 황모씨와 원전 부품 성능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의 대표 오모씨,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담당한 직원 ㄱ씨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사건 전모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어 우선 출국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원전, 위험을 안고 산다]특정 학맥·자리 옮겨다니며 공생… 이익 사슬로 얽힌 ‘원전 마피아’

 (경향신문 2013-05-31 22:01:46)

(3) 인적 폐쇄성에 갇힌 ‘안전

 

신고리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부품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새한티이피는 지난해 5월 ‘한국원자력산업회의’로부터 한국원자력기술상 금상(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 당시 이 업체는 “원자력 기기 검증 기관으로서는 최초로 원자력기술상을 받아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자평했다.

단체의 회장은 조환익 한국전력(한전) 사장이 맡고 있다. 회원으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대표와 미래창조과학부 우주원자력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한국원자력연구원장,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 원자력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정부 부처와 업계, 학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부분 소속돼 있는 셈이다. 이른바 ‘한국 원전 마피아’들의 대표 모임이 주는 상을 새한티이피가 받은 것이다.

신고리와 신월성 원전 위조 부품 납품 비리는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한국 원전 핵심주체들 때문에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기관과 업체, 학계가 이익을 공유하며 한 덩어리로 뭉쳐 있다 보니 부실이 발생해도 은폐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발 방지 다짐에도 불구하고 원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새한티이피 부사장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승인 기관인 한국전력기술 간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 원자력산업 업계와 정부 부처·학계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들 대거 포진

▲ 납품업체들도 강한 결속력으로 엮여
진흥과 규제를 한 부서가 맡는 모순도


한수원 퇴직자들이 원전 업계로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 한수원 퇴직자를 영입한 13개 원전 관련 업체들이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수원과 맺은 계약 금액은 모두 1조6785억원에 이른다.

원전 1기를 짓는 데는 3조원가량이 필요하고, 부품 수는 200만~250만개에 이른다. 원전 부품은 다른 분야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납품업체는 강한 결속력으로 묶여 있다. 특히 시험검증업체가 시험을 의뢰한 부품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다보니 조작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부품업체들은 한수원 말단 직원의 부인 생일까지 챙길 정도로 한수원과 밀접하게 유착돼 있다”면서 “규제를 맡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내부에도 업체와 결탁된 친원전주의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자력 진흥과 규제가 동일 조직에서 이뤄지는 구조도 문제다. 1956년 문교부에 원자력과가 만들어진 이후 2011년 원안위가 설립되기 전까지 진흥과 규제를 한 부서에서 맡는 모순이 계속돼왔다.

특정 대학 출신 인사들이 원전 정책을 장악하는 것도 지적 대상이다. 한국 원전 정책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자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대 외에도 카이스트, 한양대, 경희대 등이 원자력 관련 학과를 두고 있지만 서울대 출신이 학계와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원자력학회장을 맡은 10명 중 강창순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 등 모두 8명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왔다. 특히 원자력학회에는 박정용 두산중공업 전무, 임병우 한국전력기술 상무, 이영일 삼성물산 상무 등이 임원을 맡고 있다. 업계와 학계가 구분 없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피감기관이 감독기관 겸하다니… 못 믿을 원전 부품 안전성 검증

 (경향신문 2013-06-01 11:17:42)

ㆍ한전 사장이 전기협 회장 맡는 기형적 구조

 

국내 원전 부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기관은 대한전기협회의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부품을 납품받아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전력(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대표가 전기협회 운영도 책임지는 등 피감기관이 감독기관을 겸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기형적인 구조로, 시험기관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31일 전기협회 자료를 보면 이 단체의 회장은 조환익 한전 사장이 맡고 있다. 회장 임기도 3년으로 한전 사장 임기와 같다. 부회장단 6명 중에는 김균섭 한수원 사장 등 한전 자회사 대표가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원전 업체인 현대건설의 정수현 사장과 두산중공업 한기선 사장 등 원전 설비 시공을 책임지는 민간업체 대표도 이름이 올라와 있다.

한수원의 의뢰를 받아 시험기관의 성적서를 최종 확인하는 한국전력기술 사장, 원전에 쓰이는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된 JS전선과 함께 이 부품을 제조하는 대한전선과 LS전선 대표는 이사회에 들어 있다. 이는 이사 등 임원이 업체나 단체 및 기관의 대표일 경우 신임 단체장이 전임자를 승계하도록 규정돼 있는 정관 때문이다. 이에 이사회 구성도 수년째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원전 부품 발주사와 제조업체의 주요 대표가 시험기관 관리·감독도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이날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전기협회 이사회나 총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의례적으로 한전 사장이 회장을, 한수원 사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안전이 핵심인 원전 부품의 시험기관 인증을 별도의 기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금까지는 한전 사장이 전기협회 회장직을 겸직했지만 이번 기회에 다른 단체장이나 개인이 전기협회를 전담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에는 원자력 기기의 성능 검증과 관련된 인력 양성, 연구·개발을 위해 원자력기기검증협회가 창립됐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업계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부품 인증기관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원전 안전 및 성능시험 전문기관의 위상과 지원을 강화해 이 같은 기형적인 형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도 없는 업체가 원전 부품 공급… JS전선은 ‘빙산의 일각’

 (경향신문 2013-05-31 22:01:01)

ㆍ대기업 계열사의 제품조차 안전성 부족

 

시험성적서 위조를 의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JS전선이 해외 원전 사업 입찰에서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력이 부족해 해외에서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업체의 부품이 국내 원전에서는 수년째 사용된 것이다.

31일 한국전력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JS전선은 2011년 하반기에 진행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사업의 케이블 부문에서 경쟁사 5개 업체와 입찰에 참여했지만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당시 UAE는 JS전선이 해외 원전 사업에 참여한 경험도 없고, 제품이 국내와는 기후가 다른 UAE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경쟁사보다 점수를 못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번도 원전을 가동하지 않은 UAE에서조차 JS전선 제품이 안전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반면 3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한 국내에서는 간단한 서류 조작만으로도 불량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 또 신월성 1·2호기와 신고리 1·2·3·4호기에 제어케이블을 납품한 것 외에도 이 회사의 제어케이블 37개 부품이 신한울(옛 신울진) 1·2호기에도 납품될 예정이었다.

원전에 불량 부품을 납품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JS전선 천안 사무실 앞마당에 30일 케이블 제품이 가득 놓여 있다

1968년 설립된 JS전선은 재계 16위인 LS그룹 계열사인 LS전선이 2005년 인수한 케이블 전문회사다. 원전용뿐 아니라 선박·해양산업용 특수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5819억원으로 1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S전선이 지분율 69.92%를 보유한 대주주로 구자열 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대표로 근무하다 현재는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각자 대표이사 중 1명으로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제품조차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어케이블뿐 아니라 다른 부품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전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해 신규 원전에 설치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한수원은 부품 안전보다는 납기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기술력이 더 좋은 업체보다는 빨리빨리 생산할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에 제조업체도 안전문제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제어케이블 제조사는 JS전선 외에도 대한전선 등이 있는데 이 업체들이 만든 제품은 미국 시험기관인 와일리(WYLE)에서 인증받았고 원본 대조 결과 시험성적서에 문제가 없었다”며 “전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확인하려면 두 달가량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MB정부, 일부 원전에 위조부품 설치 적발하고도 가동중단 안해

 (경향신문 2013-05-31 23:09:58)

ㆍ지난해 12월 감사 결과 발표… 대선·북 로켓 이슈에 밀려 부각 안돼

 

감사원은 지난해 12월5일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핵심기반시설 위기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대선 정국과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초대형 이슈에 밀려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감사원은 이때 이미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일부 원전에 설치된 사실을 지적했다.

지난해 4월부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감사결과 부품 구매·관리, 원전 운영시스템 안전관리, 원전 비상대응체계 등 원전 운영 전반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감사원은 국내 납품업체 2곳에서 966개 부품에 대한 87건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한수원에 제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ㄱ중공업은 2011년 7월 한수원(고리 2발전소)에 ‘2차 기기 냉각해수펌프’ 등을 납품하면서 시험성적서 83건을 위조해 제출했다. 재질, 용접부 등에 대해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해 품질을 보증하는 게 아니라 이 업체가 공인기관의 직인을 임의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한수원은 시험성적서 제출 여부만 검토하고 이를 승인했다. 그 결과 136개 품목, 961개 부품이 제대로 된 품질 검사 없이 설치됐다. 냉각해수펌프는 고장날 경우 원전이 갑자기 정지할 수도 있는 핵심 부품이었다.

또 다른 납품업체 ㄴ산업은 ‘디젤엔진용 실린더 헤드’ 등 납품을 준비하다 공인기관의 시험 결과치가 기준에 미달하자 과거 시험성적서 날짜 등을 위조해 제출했다. 한수원은 시험성적서 제출만 확인한 채 ㄴ산업이 납품한 제품도 원전에 설치했다.

감사원은 “감사 이후 원안위가 감사결과를 반영한 확대조사를 실시해 ㄱ·ㄴ업체가 589개 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두 업체에서만 확인된 시험성적서 위조 부품이 1555건에 이른 셈이다. 원안위는 또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납품한 10개 업체의 품질검증서 위조 등을 추가로 발견했다.

감사원은 또 한수원이 발전 중단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원전 핵심부품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5054개 부품만 필수 예비품목으로 책정하고 있는 사실도 적발했다.

감사원은 해당 업체들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한수원 사장에게 허위 시험성적서로 납품된 기자재의 품질기준 적합 여부를 재검토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또 원전의 안전운전 및 긴급복구를 위해 필수 예비품목 선정을 재검토하라고도 했다. 감사원은 “위법·부당사항에 대한 엄중조치 요구가 51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신고리·신월성 원전의 일부가 불량 부품 사용으로 가동 중단된 것을 보면 한수원도, 정부도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비중있게 여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원전 가동 중단 등 특단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심각하게 대응한 것과 달리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부품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원전 수출 위해 비리 부실대응 의혹… MB정부 안전 대처 도마에

 (경향신문 2013-05-31 22:00:35)

 

비리 문제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 사태가 잇따르면서 지난 정부의 원전 안전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안전 문제가 불거져 파장이 커지면서 원전 수출에 지장을 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비리 문제 등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원전 부품 성능 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전 비리에 대한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도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에서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 등을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 이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원전 안전 문제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정책 방점이 ‘원전 수출’에서 ‘원전 안전’으로 넘어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대응의 차이점은 전 정권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원전 수출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 정부는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를 ‘단군 이래 최대 해외사업 수주’라고 홍보할 정도였다. 이 전 대통령은 “원전은 핵심적인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한국형 원전 80기 수출이란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내 원전 부실 문제는 해외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적발된 위조 부품은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도 적용됐고, 이 원전은 UAE 수출 원전과 같은 모델이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당시에도 이 같은 수출 변수가 고려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전 비리나 안전 문제는 국내 정치적으로도 부담거리였다. 원전 확대 반대나 정부 비판 여론의 불씨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UAE 원전 수주의 조건에 파병이 있었고, 공사비도 한국이 절반을 빌려주기로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야당은 UAE 원전수주에 대한 감사와 국회의 국정조사까지 요구할 정도였다.

여권 관계자는 31일 “2011년과 지난해 등 수없이 원전 비리 수사가 이뤄졌지만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이전 정부가 원전 수출 등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안전을 외면한 결과”라고 말했다.

원전 수출이 정부 정책의 핵심 변수였다는 점은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도 확인됐다. 변준연 전 한국전력 부사장은 최근 “신고리 원전 3호기는 UAE 원전의 ‘레퍼런스 플랜트’로 2015년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도록 계약돼 있다”고 밝혔다. 한전이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이유가 UAE 원전 수출 계약 때문이란 취지의 발언이다.

 

“이전 정부부터 누적된 것” 박 정부, 원전 비리 책임소재 규명 뜻

 (경향신문 2013-05-31 22:00:54)

ㆍ“원전, 천인공노할 비리” 대응 배경

 

정부가 최근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 사용으로 신고리·신월성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된 문제를 두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두 원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전 운영 전반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만큼 원전 비리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 비리가 이전 정부부터 누적된 일인 만큼 책임 문제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확실한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 파악을 지시한 이후 원전 비리 문제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 “중대 범죄” 철저 수사·감사 예고
이명박 정부 ‘허술한 감사’ 등 겨냥
전력대란 시 현정부 책임론 비켜가기

정홍원 국무총리는 29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원자력안전위원장,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집무실로 불러 질책한 데 이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원전 안전과 직결된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는 표현까지 썼다. 아울러 원전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감사를 지시했다. 검찰은 이미 수사에 착수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정부 자체 조사, 감사원 감사 등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틀 전 예고한 정 총리의 대국민 절전 호소 담화문 발표를 전날 밤 늦게 갑자기 중단키로 결정된 데는 ‘원전 비리’를 심각하게 보는 청와대 의중이 실린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전 운영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원전 안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이정현 공보수석과 홍보수석실 비서관들 간 회의에서도 현 원전 비리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했다고 한다.

정부가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규정할 정도로 이번 사안을 예민하게 여기는 것은 신고리·신월성 원전 비리가 드러난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두 원전에만 국한된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원전 운영 과정의 비리 문제로 또 다른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전 사고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단순한 부품 비리 정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주도하는 수사는 다른 원전들의 운영 실태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한번 원전 사고가 터지면 정부로선 그 여파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특히 ‘국민 안전’을 주요 국정목표로 제시한 박근혜 정부가 원전 안전에 소홀하다는 여론 비판에 직면하면 정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28일 “원전 사건·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 과감한 정보 공개로 국민을 안심시켜 달라”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원전 비리의 책임 문제를 명확히 하겠다는 뜻도 담긴 듯하다. 가뜩이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신고리·신월성 원전 가동 중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여름 전력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원전 운영의 문제가 이를 제대로 운영하지도, 감사하지도 않은 지난 정부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문제는 이전 정부부터 쌓이고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전 비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일부 비리를 적발하고도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이번과 달리 별다른 ‘경고음’을 주지 않았다.

감사원이 지난해 원전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고는 하나 18대 대선(12월19일)을 불과 2주 앞둔 시점이었다. 국민의 시선이 대선에 쏠린 사이 밀어내기식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이명박 정부가 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예고된 올여름 최악의 전력대란이 현실화할 경우 원전 관리·감독 실패 책임을 현 정부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많다.


 

청와대 "원전비리, 과거 정권서 내려와 … 전면 재조사"

 (중앙일보 2013.06.01 00:41)

박 대통령 “문제 있으면 세워야죠”
원전 보고에 즉각 가동중단 지시
청와대 “이런 핵폭탄 안고 못 간다”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다. 31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직원들이 전력 수급 현황을 살피고 있다. [강정현 기자]


청와대가 ‘원자력 발전소 비리’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부품 불량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원전 23기 중 절반에 가까운 10기가 멈춰선 사상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자 초강경 모드로 돌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에 섰다. 박 대통령은 원전사고를 처음 보고받은 지난달 27일 “국민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원자력 발전소를) 바로 세워야지요”라며 원전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다음 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강한 어조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라고 세게 말씀하셔서 참석자들이 놀랐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는 한국의 원전 산업도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이런 의지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이번 일은 단순한 부품 비리 차원이 아니라 원전 부품의 국산화 전환 과정에서 불거진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라며 “다음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요청을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권에서 내려온 근본적인 문제를 이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원전사고가 줄줄이 터져나올 수 있다. 박 대통령도 이런 ‘핵폭탄’을 지고 가지 않기 위해 원전에 대한 새로운 시스템을 세우라고 지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특히 이번 비리가 원전 안전의 핵심인 원자로와 연관됐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감사원이 변전시설 등 원전의 외곽을 운용하는 ‘2차계통’의 부품과 관련된 보증서 위조 사실을 대거 적발했지만 안전과 직결된 원자로 등 ‘1차계통’에 조작된 시험성적서를 활용한 불량부품이 들어갔다는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는데,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는 심각성을 고려해 원전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검찰 고발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자로에 이상이 생길 경우 대형 폭발과 방사능 유출 등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는 “원자로에 들어간 문제가 된 부품을 모두 교체할 때까지 재가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력난이 일어날 수 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원전과 관련된 납품과 업체선정 과정 전반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전 정부의 원전사업 관련 주체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해 강도 높은 전방위 조사를 예고했다. 그는 특히 “이번 비리에 연루된 평가 업체인 새한티이피는 1996년 대한전기협회에서 인증을 받은 1호 업체임에도 부품 검사 장비가 없어 외국에 검사를 의뢰하면서도 3년마다 문제없이 재인증을 받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조사에서 이 업체 외에도 추가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해 원전 부품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면서도 이번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감사 대상은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변전 시설 등에 납품한 업체와 관련된 것으로 인증기관의 비리를 통한 사건은 감사 대상이 아니었고 특히 원자로와 관련된 부분은 방사선 문제 등으로 원전 가동 중에는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안전과 직결된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서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며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부정과 비리에 관련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불량부품 업체 전 대표 등 3명 출국금지=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동부지청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불량 부품을 만든 JS전선의 전 대표 H씨와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원전에 납품하도록 해준 새한티이피 대표 O씨,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담당했던 M씨에 대해 사문서 위조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