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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기억력 감퇴·잠자리 회피…중년을 위협하는 `남성 갱년기` (매일경제 2013.05.31 19:46:15)
수퍼보이
2013. 5. 31. 23:58
만성피로·기억력 감퇴·잠자리 회피…중년을 위협하는 `남성 갱년기`
40대이후 男호르몬 줄어들면서 환자 급증…심혈관 질환도 유발
특히 비만남성 주의해야…금주·유산소 운동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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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50대 중반 정필모 씨(가명)는 수개월 전부터 심한 피로감과 신경과민, 우울한 기분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특히 그는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이 함께 나타났다. 정씨는 많은 업무량과 잦은 회식으로 개인적 시간을 갖기 어려웠고 운동은 주말에 비정기적으로 치는 골프가 전부였다.
그는 각종 검사 결과 혈청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치보다 20% 떨어진 `남성 갱년기(andropause)`로 진단됐다. 정씨는 당뇨 초기 증세와 고지혈증, 체질량지수 28㎏/㎡에 이르는 비만으로 대사증후군이 의심됐다. 정씨를 진료한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박민구 교수는 "먼저 회식을 자제하고 주중에도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라"고 권유했다. 또 박 교수는 저하된 테스토스테론 수치로 인한 남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했다. 정씨는 의사 권고대로 생활 습관을 바꾸고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한 지 3개월이 경과하자 가장 먼저 성욕과 발기력 증진을 느꼈다. 또 만성피로와 함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던 무기력증도 개선됐다.
◆ 나이들수록 테스토스테론 저하
남성들도 갱년기를 경험하게 된다. 여성의 폐경기와 같은 급격한 생리적 변화를 겪지 않지만 중년 남성들도 폐경과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 대한남성과학회가 2010년 전국 40대 이상 남성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갱년기 유병률이 28.4%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 24.1%, 50대 28.7%, 60대 28.1%, 70대 이상 44.4%로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폐경은 여성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지만 `중년의 위기`라고 불리는 다양한 심리적 변화가 나타난다. 이를테면 젊은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고 충동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식이다. 성욕 감퇴, 발기부전과 함께 피로감, 신경과민, 불안, 우울증, 기억력 감퇴가 동반되고 일부는 얼굴, 머리, 목, 가슴 부위 피부가 붉게 변하면서 온몸에 열과 땀이 난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는 "여성의 폐경이 에스트로겐(estrogen)이라는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듯이 남성 갱년기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하락하면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테스토스테론의 정상수치는 혈액 샘플 ㎗당 300~1100나노그램(10억분의 1g)인데, 만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50 이하로 떨어졌다면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정상수치보다 훨씬 낮은 사람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50을 초과하는 남자들에 비해 사망률이 35% 높다고 알려져 있다. 테스토스테론 저하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주로 고환에서 생성되는 테스토스테론은 20대를 정점으로 30세 이후 1%씩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및 복부비만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노화에 따른 점진적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막을 필요도 없겠지만 정상 이하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어들면 남성 갱년기 증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건강한 남성이라면 나이가 들어서도 호르몬이 정상범위를 유지해 80대 이후에도 정자를 생산할 수 있다. 남성들은 보통 45~50세 때 호르몬 변화가 본격 시작되며 고환 기능 저하가 조금씩 진행되어 사람에 따라 호르몬 농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 한국 특유의 회식ㆍ음주문화가 독(毒)
남성 갱년기를 억제하고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중조절이다. 지나치게 비만일 경우 지방은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가로막는다. 특히 복부비만(뱃살)은 테스토스테론에 악영향을 준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는 "살이 찌면 찔수록 지방조직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라디올(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중 가장 강력한 호르몬)로 전환되고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의 축이 변해 남성호르몬이 줄어든다"며 "감소된 남성호르몬은 복부 내장지방 증가로 이어져 인슐린 대사까지 떨어뜨려 대사증후군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뱃살은 먹는 양에 비해 칼로리 소모가 적기 때문에 생긴다. 특히 한국 특유의 회식과 음주문화가 뱃살의 주범이다.
음식물을 먹게 되면 탄수화물, 지질과 같은 영양분은 에너지로 연소되지만 남은 것은 중성지방으로 합성돼 우리 몸속에 축적된다. 지방이 쌓이는 부분은 주로 가슴, 윗팔, 허벅지, 복부, 목 뒷부분과 같은 곳이다. 사람의 몸속에 있는 지방은 지방산, 중성지방(트리글리세리드), 콜레스테롤, 인지질로 나뉘는데 90%가 중성지방이다. 몸속의 지방을 총칭해서 체지방이라고 하고, 체중에서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을 체지방률이라고 한다. 남성은 체지방률이 25% 이상, 여성은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간주한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가 남자 90㎝, 여자 85㎝ 이상인 경우 △혈액 내 중성지방이 150㎎/㎗ 이상의 고지혈증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이 남자 40㎎/㎗, 여자 50㎎/㎗ 이하인 경우 △혈압이 130/85㎜Hg 이상인 고혈압 △공복혈당이 100㎎/㎗ 이상의 당뇨병 등 5가지 가운데 3가지에 해당될 때를 가리킨다.
◆ 남성호르몬 보충요법도 도움
남성 갱년기를 극복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은 아주 강력한 것이어서 고농도일 경우 심혈관질환 및 전립선암과 연관되어 있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시행한 뒤 그 효과 및 부작용을 판단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개인 상황에 따라 하루 두 번 식후 복용하는 `경구용 약제`, 하루 한 번 피부에 바르는 `경피용 제제`, 2~3주에 한 번 혹은 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 중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
박민구 교수는 "모든 치료가 그렇듯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 처방과 정기적 추적검사가 필수적"이라며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외에도 규칙적 운동과 식사, 절주와 금연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남성 갱년기 증상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