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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 미/여행정보

부산 아지매들 "쇼핑하면 남는장사"…점심먹으러 대마도行 (매일경제 2013.05.03 19:35)

부산 아지매들 "쇼핑하면 남는장사"…점심먹으러 대마도行

명동 거리는 중국인·남이섬은 태국인 천지
일본인 가이드·여행사 `골든위크` 에도 울상

 

재테크 엔低 풍속도 / 여행·레저업계"

어떤교. 오늘 점심 때 라멘이나 무러 일본 함 찍고 오까예(올까요)?" 요즘 부산 '아지매(아줌마)'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말이다. 일본 라멘 먹으러 '마실'이나 다녀오자는 말인데, 이 코스가 흥미롭다. '당일치기 대마도' 여행 상품인데, 부산에서 고속선으로 왕복하는 이 배 요금은 평일 기준 왕복 3만~5만원대. 아침 8시 출발한 뒤 100분 만에 대마도 이즈하라항을 찍고 현지에서 자유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5시에 돌아온다. 면세 쇼핑만 잘하면 본전은 건진다.

↑ 일본인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이들이 자주 찾던 명동 환전상 골목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엔저 공습'이 여행ㆍ레저업계의 풍속도까지 확 바꿔놓고 있다.

1. 점심 먹으러 일본 가는 아줌마 부대

여행박사(www.tourbaksa.com)에서 선보인 대마도 당일치기 상품은 엔저 바람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다. 200명 정원인 이 고속선의 이달 패키지 마감률은 무려 95%대. 주말은 대부분 마감이고 평일도 7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좌석이 다 동이 난 상태다.

'마실' 나가듯 라멘 먹으러 일본으로 가는 아줌마 행렬. 엔저 공습이 만들어낸 신풍속도다. 배뿐만 아니다. 요즘엔 저가항공까지 가세하면서 일본까지 가는 왕복 항공편 비용도 10만원 안팎이다. 서울에서 부산 왕복, 제주 왕복 항공권 값에도 못미친다. 엔고의 호시절, 일본 관광객들이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신칸센(왕복 3만엔)을 타고 가느니 차라리 한국행이 낫다며, 한국을 찾던 모습과 정반대 분위기다.

엔저로 일본인 관광객보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더 많아진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올 1분기 전체를 따져도 방일 한국인 숫자가 70만명에 육박하면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방한 일본인 숫자(63만명, 일본 정부 관광국 추정치)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2. 투잡 뛰는 일본인 가이드

 "일본 가이드 3년만 제대로 하면 아파트 한 채 뽑는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주일에 일본 관광객 단체 한 팀 잡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일본인 가이드들은 푸념한다. 투잡을 뛰는 일본인 가이드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엔저 현상이 만들어낸 새로운 분위기다.

아예 중국어 자격시험을 준비해 중국어 가이드 자격증까지 따내는 억척 투잡족도 눈에 띈다. 일본인 가이드들이 심지어 커피 전문점 알바(아르바이트)나 번역 알바까지 마다않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3. 태국인이 장악(?)한 남이섬

 일본인이 몰려들었던 여행 포인트가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일본 한류 덕에 톡톡히 재미를 봤던 남이섬이다.

남이섬은 2000년 초만 해도 '리틀 대마도'라 불릴 정도로 일본인 판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 수가 줄더니 엔저가 본격화한 작년 3분기부터는 일본인 방문객이 가장 적게 방문하는 섬이 되고 있다. 태국인이 연간 16만명 이상으로 가장 많이 찾았다. 반면 일본인은 1만명으로 16분의 1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권 특급호텔도 마찬가지다. 일본인이 장악했던 롯데, 세종호텔 등 명동권 호텔의 룸은 대만인들이 채우고 있다. 대만인들은 '리틀 재퍼니스'라 불릴 정도로 성향이 일본 관광객과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 특히 중국인과 묶여 취급받는 걸 그들 스스로가 혐오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대만 본토에서 김포와 연결되는 저가항공 직항편이 생기면서 고급 패키지 여행 코스로 한국을 찾고 있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엔저로 일본인 발걸음이 뚝 끊기면서 투숙률이 30% 가까이 줄었지만, 대만인들이 이를 채워주고 있다"며 "저가 패키지를 원하는 중국인과는 달리 고급스러운 숙소와 명품 음식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4. 전업 속출 日 인바운드 여행사

작년까지만 해도 꽤나 잘나갔던 일본 인바운드 A여행사 대표는 엔저 공습에 일본인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결국 커피 전문점으로 전업을 결정했다. 한 해 먹거리를 결정하는 5월 초 '골든 위크'마저 예약이 뚝 끊기면서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스스로를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식물인간에 빗댄다. 세방 체스 동방 등 업계 톱10 업체들까지 줄줄이 직원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답이 없다. KATA(일반여행업협회)를 통해서는 협회 탄생 23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에 자금 지원 요청까지 해 놓고 있다.

업계 한 사장은 "일본 상품은 대부분 3~6개월 전 환율로 만든다. 환차손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면서 "사업체를 끌고 가는 하루하루가 고역"이라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