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 육

‘성적 비관’ 자살하려던 아들, 아버지의 ‘관심’이 살렸다 (경향신문 2013-04-12 21:44:16)

‘성적 비관’ 자살하려던 아들, 아버지의 ‘관심’이 살렸다

ㆍ등굣길 “안녕히 계십시오” 인사에 학교로 달려가 설득… 투신 막아내

 

아버지와 담임교사의 지속적인 관심이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10대를 구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3 수험생 김모군(18)은 12일 아침 학교에 간다며 부모에게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했다. 평소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던 등교 인사와는 사뭇 달랐다. 무심코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인사말은 김군의 아버지 귀에 꽂혔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아들의 눈빛과 뒷모습이 평소와 달라 보였다. 전날 밤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졌다고 걱정하던 아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아버지는 곧장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상태를 알렸다.

김군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담임교사도 마찬가지였다. 담임교사는 1교시 시작 전 김군을 따로 불러 20~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군은 그동안 학업 스트레스 등을 내색하지 않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성적도 우수해 전교에서 20등 이내에 들었다. 학교 차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인적성검사에서 고위험군 성향이 발견된 적도 없다. 하지만 이날 담임교사가 보기에도 김군의 눈빛은 불안했다. 담임교사는 상담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사이 김군의 부모가 학교를 찾아왔다

담임교사는 김군과 함께 상담교사가 있던 5층 미술실로 올라갔다. 교사들이 김군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김군은 미술실의 좁은 창문 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나가 한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수 있을 만한 작은 발코니에 섰다. 김군은 발코니에서 신발을 한 짝 벗고 뛰어내리려는 자세까지 잡았다.

깜짝 놀란 교사들은 곧바로 조치에 들어갔다. 상담교사는 김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며 설득에 나섰고 담임교사는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예상되는 낙하지점에 매트리스를 깔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후 김군은 상담교사와 한참 대화를 나누다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김군은 아버지와 단둘이 10여분간 이야기를 나눈 뒤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발코니에 올라간 지 30여분 만에 안전히 내려온 것이다.

김군이 소동을 벌인 당시는 2교시가 시작될 무렵이라 다른 학생들의 동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김군의 심신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상담교육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치른 모의고사 가채점 결과가 3월보다 낮게 나와 비관을 했던 것 같다”며 “순간적인 충동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뻔했는데 아버지와 담임교사의 관심이 큰 사고를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