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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 1000만 돌파에 경찰이 왜… (한겨레 2013.02.24 20:47)

‘7번방의 선물’ 1000만 돌파에 경찰이 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류승용이 갈소원과 뽀보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 관람객 1000만명을 넘긴 영화 <7번방의 선물>의 흥행 돌풍에 경찰이 때아닌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단순 수치상 전 국민의 5분의 1이 본 영화 속 경찰이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구시대적 조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7번방의 선물> 은 주인공인 ‘용구’(류승룡)가 경찰청장의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들어간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용구는 빙판길에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은 경찰청장의 딸을 살리고자 인공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목격자에 의해 ‘미성년자 강간 살해범’으로 몰린다. 경찰은 용구가 사리 분별이 어려운 지적 장애인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피의자의 항변을 무시한 채 그를 살인범으로 몰아간다.

영화 중간 용구의 결백을 믿는 ‘감방’ 동료들이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항변을 하지만, 경찰청장이 직접 용구를 찾아가 폭행을 가하며 그에게 유죄를 강요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영화가 관람객 1000만명이 넘자, 경찰은 말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격앙’ 그 자체다. 심지어 영화의 ‘감수’를 검찰에서 하지 않았냐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경찰청에서 수사권 조정을 담당하는 부서의 한 직원은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는 동료들이 많다. 일방적으로 경찰을 인권탄압 조직으로 몰아가는 내용으로 봐서 검찰에서 시나리오 감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수사권이 검찰에 있는 마당에 사건 조작이 이뤄졌다면 검찰 책임이 가장 큰데 영화 속에선 억울하게 경찰만 가해자가 된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일선 경찰서의 간부급 경찰도 “가족과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지금의 경찰을 5공 시절 경찰로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7번방의 선물>뿐 만이 아니다. 지난 주말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신세계>에서도 경찰이 권모술수를 일삼는 비열한 조직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경찰이 비밀리에 폭력 조직에 스파이를 투입해,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일삼는 탈법 조직으로로 그려진다. 여기에 경찰 수뇌부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발을 뺀다.

이렇듯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가 모두 경찰을 ‘비열한 조직’으로 그리고 있다는 데에 대해 시민사회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무리하게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한 김용판 서울청장의 예에서 보듯, 국민들은 경찰을 권력자들 몇몇에 놀아나는 조직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허무맹랑하다며 무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직을 개혁해야할지 고민해야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