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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청정골 화순

제철 맞은 벌교 꼬막 채취 현장 (무등일보 2012. 12.07. 00:00)

제철 맞은 벌교 꼬막 채취 현장

"요즘 하루 150포대도 힘들어요"

11월 채취 정월 대보름까지 성수기
2001년 이후 종패 못 구해 출하 급감
한가마 28만원해도 소득 90% 줄어
수급 불균형 해소 가격 안정책 절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보성 벌교에서는 짭조름하고 쫄깃쫄깃한 국민 먹거리인 참꼬막 채취에 한창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제맛을 드러내는 남도 토산물인 벌교 참꼬막이 떠오른다.

짭조름하고 비릿한 바다의 맛에, 입안이 간간해지면 꼬막 껍데기들이 식탁 위에 수북이 쌓이고 덩달아 소주 잔도 한잔두잔 늘어만 간다.

비록 손으로 까먹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더라도 겨울 문턱에 들어선 요즘, 동네 어귀 포장마차마다 이 같은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맛 있는 꼬막을 채취하는 일은 어민들에게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다.

썰물 때를 맞춰서 엄동설한의 날씨에 새벽 일찍 집을 나서기도 하고, 뻘배라는 썰매를 타고 1㎞ 이상 나가서 갯벌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

▶관련기사 3면

6일 꼬막잡이가 한창인 보성군 벌교읍 장암리 조용한 어촌마을.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를 훌쩍 넘긴 10여명의 동네 아낙들이 이른 아침으로 배를 채우고, 람사르 세계 4대 습지보전지구 중 하나로 지정될 만큼 청정한 여자만(汝自灣) 갯벌 위로 널배에 몸을 맡긴 채 슬그머니 미끄러진다. 어제 내렸던 눈에 덮인 청정 갯벌은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벌교 갯벌은 모래나 황토가 섞인 여느 갯벌과 달리 유독 찰진 느낌이 화장품 크림보다 더 곱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 만큼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씨알이 굵고 쫄깃거림이 뛰어난 벌교 참꼬막의 영양가 높고 깊은 맛은 바로 여기서 만들어진다.

이 처럼 찰진 갯벌은 참꼬막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환경이지만, 그 꼬막을 채취해야 하는 아낙들에게는 그 만큼 힘든 일터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자동화되는 요즘에도 전통 방식으로 캐내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발로 찰진 갯벌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야에 가슴을 대고 엎드려 양손으로 뻘을 헤집어 손으로만 꼬막을 캤다. 그나마 조금 발전한 방식이 갈고리 모양의 채취기다.

널배에 엎드려 이동한 뒤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갯벌과 한나절 씨름하다 보면 무릎이며 허리 어느 한곳 성할 데가 없다. 5시간 가량 일을 마치고 갯벌을 빠져나오면 도저히 마을까지 걷기 조차 힘들다.

참꼬막은 추울수록 살이 통통하게 올라 쫄깃거리고 영양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11월부터 채취에 들어가지만 설과 정월 대보름을 전후한 것을 으뜸으로 친다. 벌교 참꼬막 채취의 성수기인 셈이다.

이 동네 아낙들의 일손이 가장 바쁠 때도 이 기간이다.

최근 3년 사이 꼬막 채취 어가들에게는 남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고령화, 일손 부족 등도 큰 일이지만 갈수록 꼬막 채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하장마을 어촌계원은 총 31가구.

이들은 10여년전 같으면 겨울 한철에 3천만원 이상을 나눠가졌다. 인건비는 하루 작업하는데 10만원 가량 별로도 계산되니 이것까지 합치면 작은 어촌마을에서는 만만치 않은 소득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소득이 꾸준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3년 전부터는 300만원을 벌기도 벅차다.

그 만큼 여자만에서 참꼬막 채취량이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지난 2001년 마지막으로 여자만에 자연산 종패가 뿌려진 이후 지금까지 종패를 구하기 힘들어 꼬막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러다 보니 꼬막 값(소비자가격)이 많이 올랐다.

2007년 20㎏들이 한가마에 7만원선이었으나 이듬해 8만∼10만원선, 2009년 14만원선, 현재는 28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도시에서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다 40여년 동안 이어온 아버지의 가업인 꼬막 양식을 위해 귀어한 장진영(31)씨는 "10년 전에는 하루 작업해서 1천700포대(20㎏ 들이) 이상을 채취했는데, 요즘은 150포대도 힘들다"며 "채취량은 10배 떨어지고 가격은 2배 이상 올라 결국 어가들의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꼬막 채취 급감 원인 및 대책

 (무등일보 2012. 12.07. 00:00)

 

참꼬막 종패가 줄어들고 어장환경이 변하면서 꼬막 생산량이 급감, 어가 소득이 크게 줄고 가격 또한 3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류성훈기자
벌교 꼬막 생산 심상찮다

종패 부족 최근 3년새 70% 가량 줄어

가격도 2배 이상 치솟아 '귀한 음식'

보성군 종묘배양장 추진 수급 해소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꼬막을 한 접시 소복하게 밥상에 올려놓고 싶다.'

작가 조정래 선생은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벌교 꼬막의 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겨울철 별미인 참꼬막이 제철을 맞았지만 물량이 딸리고 값이 뛰어 맛보기 힘들어졌다. 비단 올해 뿐만 아니라 최근 3년사이 꼬막 채취량은 급감하고, 가격 또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꼬막 채취 어가들의 소득이 크게 줄었고, 음식점에서 술 안주로 삶아 내놓는 참꼬막이 개당 1천원에 육박해 일반 가정에서 쉽게 사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 된 지 꽤됐다.



▲현황

꼬막은 전국에서 연간 5천여톤이 생산된다.

이중 보성 벌교에서만 3천여톤이 나온다. 벌교 꼬막이 전국 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3년사이 벌교 꼬막 생산량은 640톤으로 대폭 줄었다.

벌교에서만 551어가가 62개 양식장(1천190㏊)에서 참꼬막을 양식하고 있는데, 꼬막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소득이 크게 줄었다.

벌교 551어가의 총 소득은 109억원이었으나, 3년 사이 70억여원으로 줄어들었다.

꼬막 채취가 줄다보니, 물량이 딸리고 값도 덩달어 뛰었다.

1㎏를 기준으로 2007년에는 3천원(소비자가격)하던 것이 2009년 6천원, 2010년 8천원으로 오르더니 지난해 1만2천원, 올해는 1만4천원까지 치솟았다.

인건비 등 물가 인상분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올랐다.

벌교읍 장암리 하장마을에서 40여년동안 꼬막 채취를 하고 있는 전 어촌계장 장동범(58)씨는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값이 3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며 "노령화 및 인건비 상승도 걱정꺼리지만 참꼬막 종패 개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이러다 참꼬막 고갈현상이 발생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보성군 해양산림과 김원곤 과장도 "2001년 이후부터 종패(새끼 꼬막)이 잘 생기지 않는다"며 "바닷물이 선성화하고 수온이 올라가는 등 어장환경이 바뀐 탓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인

참꼬막 생산량이 급감한 것은 종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종패가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꼬막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식탁에 오르는 참꼬막을 맛보기 위해서는 통상 6∼7년이 소요된다.

꼬막 치패(2㎜)를 바다에 뿌린 뒤 3년동안 놔두면 종패(1.3㎝)가 되고, 또다시 3∼4년을 키우면 성패, 즉 우리가 먹는 참꼬막이 된다.

그런데 벌교 여자만에는 지난 2001년 마지막으로 자연산 종패가 뿌려진 이후 현재까지 종패를 구하기 힘들어 꼬먹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당장 종패가 뿌려지더라도, 3∼4년 후에야 상품성을 지닌 꼬막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3년 이상은 꼬막 채취도 어렵고 가격 또한 올라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어장환경이 변한 것도 꼬막이 잘 자라지 않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적으로는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새꼬막 양식이 확산되면서 참꼬막 종패 개체수가 줄어들고, 숭어떼가 꼬막 어장에 늘어나면서 치명적 피해를 입었다고 꼬막 양식 어민들은 주장한다. 또 꽃게 한마리가 꼬막 치패를 하루에 5천마리 이상을 잡아먹어 꼬막 새끼 '씨가 말랐다'고도 덧붙였다.



▲대책

갈수록 줄어드는 참꼬막 생산량을 늘리려면 인공적으로 종패를 만들거나 환경변화에 강한 새 품종을 만드는 길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즉, 자연종묘에 의존했던 종묘 채취량이 줄어 생산량이 급감한 만큼 벌교 갯벌에서 채집한 꼬막의 암컷과 수컷을 수정시켜 참꼬막 치패를 대량으로 생산, 유통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참꼬막 집산지인 벌교 꼬막 양식 어민들도 수년전부터 전남도와 보성군에 꼬막 인공 종묘 생산시설 요구해왔다.

이에 보성군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벌교 꼬막의 수급난 해소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오는 2014년까지 8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 벌교읍 장암리에 꼬막 종묘배양장 시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중국 저장성 수산과학연구소와 참꼬막 등 패류 인공종묘 생산을 위한 연구 수행과 기술교류, 각종 정보 등을 공유키로 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어민들도 종패를 뿌려 놓은 갯벌에서는 조개 채취를 자제하고, 어장 청소와 관리를 잘해야 잘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과장은 "꼬막 종묘배양장 시설이 갖춰지면 채취량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어업소득 향상도 기대된다"며 "보성군은 벌교 꼬막이 전국 꼬막의 메카로 자리매김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